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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기획)조선소를 가다1/ “일을 달라는 요구 하나 뿐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71회 작성일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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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아sb조선소에서 현재 작업 중인 배 다섯 척이 있지만 모두 마무리 공정 중이라 배 안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마저도 7월이면 작업이 끝나 모든 배가 도크에서 나간다. 신동준
 
“일을 달라는 요구 하나 뿐입니다”
[조선소를 가다 1 경남지부 신아sb지회] 고통 받는 중소조선소 노동자
5월22일 찾아간 통영의 신아sb 조선소는 조용했다. 난청에 걸릴 정도로 작업 소리가 시끄럽게 나던 곳. 4천 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밤이고 주말이고 가릴 것 없이 배 만들기 바빴던 공장은 모두 옛말이 됐다.
“지회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망치 소리, 그라인더 소리가 들려야합니다. 지금은 그런 소리가 안 들립니다. 조선소 안을 다녀 봐도 사람 그림자 보기가 힘듭니다.” 김민재 경남지부 신아sb지회장은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회사는 2008년 이후 신규 수주를 한 척도 하지 못했다. 현재 작업 중인 배 다섯 척이 있지만 모두 마무리 공정 중이라 배 안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마저도 7월이면 작업이 끝나 모든 배가 도크에서 나간다.
   
망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공장

신아sb의 현재 위기 상황은 2006년 SLS그룹 이국철 회장이 신아조선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민재 지회장은 “이국철 회장은 선주들이 계약한 배 납기일을 맞추기 힘든 상황에서 본인 이름으로 배를 만들어 팔았고 결국 계약 기간을 맞추지 못해 취소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기존 하청업체를 내보내고 새 업체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국철 회장은 1조2천 억원을 횡령한 것이 확인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자금줄은 막혔고 수주한 선박의 70%가 계약 취소 당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 위기 상황과 맞물려 신아sb는 2010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김 지회장은 “당시 수주한 배 100척이 있었지만 채권단은 고가의 배만 남기고 계약을 취소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운걸 알고 선주들이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자 채권단은 저가 수주는 안 된다면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거부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신아sb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임금은 동결 상태다. 동결 임금도 제 때 지급하지 않아 수차례 임금체불을 겪어야 했다. ‘하계 휴가비 지급 중단, 명절 귀향비 지급 중단, 미사용 연차휴가비와 성과금 지급 중단, 사내 동아리 지원비 지급 중단, 각종 경조사비, 교육비, 의료비 축소’ 등 워크아웃 실시 이후 임금성 복지도 대거 축소 당했다.

임금동결, 복지축소… 노동자들에게 고통 전가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회사 정상화해보자고 고통분담이라는 이름 아래 어려움을 감내했다. 회사와 채권단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했지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았다”는 것이 김 지회장의 설명이다. 워크아웃 실시 이후 2012년까지 회사 경영진 인원은 그대로 유지했고 임금도 10%나 인상했다.
그사이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났다. 2008년 1천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현재 450명으로 줄었다. 5월2일 회사가 지회와 합의 없이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100명의 노동자들이 회사를 나갔다. 김 지회장은 “일이 없어 생활은 갈수록 빈곤해지고, 회사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으니 노동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소도 기본급이 워낙 적으니 잔업을 해서 먹고 살았다. 지금 기본급만 받아 가면 150만원도 안 된다. 그 돈으로 세 네 명 가족이 어떻게 먹고 살겠나.”
   
▲ 5월22일 신아sb조선소에서 지회 한 간부가 작업현장 안전확인을 위해 건조중인 배 갑판을 돌아보고 있다. 신동준
6월1일부터 회사는 또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규수주를 하더라도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 동안의 고통도 노동자들이 오롯이 견뎌야 한다. 김 지회장은 “상황이 이러니 핵심 인력들은 다 빠져나가고, 일할 사람이 없으니 공정은 더 늦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먹고 살 수 없어 회사 떠나는 노동자들

이러한 상황은 신아sb만이 아니다. 통영은 중소조선소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미 수 십 개의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신아sb가 있는 미륵도에 21세기조선, 삼호조선이 있다. 이 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1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떠나고 1천 여 명이 남은 상황. 김 지회장은 “21세기조선과 삼호조선은 이미 도산했다. 노동자 가족까지 합치면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회사가 살아나고 일터를 지켜야 한다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경영진과 채권단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김 지회장은 채권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당장 적자가 나더라도 저가 수주라도 해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실질 수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선가를 회복하고 회사는 정상운영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러한 지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저가 수주에 대해 RG를 발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RG가 나오지 않는 이상 신규 수주는 불가능하다.
김 지회장은 “채권단은 회사를 안정화를 위해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 12월31일이면 워크아웃 종료다. 지금처럼 수주가 하지 못하면 청산 밖에 없다. 조선소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지회장은 “노동자들을 힘들게 해서 스스로 공장을 떠나게 하고, 결국 노조로 단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나. 노동자들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채권단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김민재 지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책을 내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노동자들의 바람은 딱 하나입니다. 제발 우리 일터에서 떠나지 않게,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신동준

“중소조선소 대책 정부가 답해야 할 때”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통영 세 곳 조선소가 다 문 닫게 될 상황이지만 통영시, 정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통영이 고용촉진지구로 선정되고 지원금이 나왔지만 실제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고 김 지회장은 분노를 표했다. “조선산업 위기는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중소조선소는 그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 같다. 이대로 간다면 중소조선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부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을 통한 위기 타개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기술, 인력, 재정지원 없이 중소조선소에서 제작 가능하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김 지회장은 중소조선소의 위기는 기자재 업체 등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고 대규모 조선소 또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지회장은 “정부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얘기하면서도 중소조선소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못 본체하고 있다”며 “신아만 살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중소조선소에 긴급 운영자금, 세제 지원 등 정부의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조선소가 문을 닫고, 이 노동자들이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김 지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책을 내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노동자들의 바람은 딱 하나입니다. 제발 우리 일터에서 떠나지 않게,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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