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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정부 손에 달렸다"
작성자 지부
댓글 0건 조회 2,391회 작성일 200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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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정부 손에 달렸다"
[긴급인터뷰-단병호 위원장]"요구사항" 당장 시행가능…뿌리치면 더욱 완강한 총력투쟁밖에

민주노총호가 노동탄압의 거친 파도에 헤치며 총파업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노총호는 이미 1, 2차 총파업과 10만 전국노동자대회로 분노를 폭발시키면 흔들림 없이 전진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탄압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호 선원들과 안전항해를 염원하는 가족들은 당연히 선장이 어떤 항로를 잡고, 어떻게 파도를 헤쳐나갈지에 이목이 쏠려 있다. <노동과 세계>가 긴급인터뷰를 마련한 이유다. 인터뷰는 2차 총파업집회가 열린 12일, 근로복지공단 앞 마무리 촛불집회와 유가족 조문이 끝난 직후 밤 9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차남호 편집국장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단병호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탄압을 계속한다면 다시 한번 12일에 버금가는 총력투쟁을 준비하고 펼쳐야 한다"며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위원장은 최근 상황에 대해 "어려울 것만 같았던 6일과 12일 총파업을 성사시켰다"면서 "솔직히 상황이 낙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관할 필요도 없다"며 강조했다. 9일 노동자대회 뒤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해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대응기조에 따라 경찰이 움직인 결과"라며 "문제의 핵심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차남호> 지난 10월17일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자결 이후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의 항거로 급격하게 총파업 국면이 형성됐다. 이 국면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단병호> 현재 상황은 특정시점을 두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 같고, 좀더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0월17일 한진중공업에서 김주익 지회장이 목을 매 항거한 이후 세 명의 노동자의 분신과 투신이 이어졌다.
근본적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심화된데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98년부터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희생이 강요됐고, 이 희생과 고통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이 생존권의 문제,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문제, 노동조합 활동의 문제 등을 놓고 저항을 하게됐다. 이에 공권력이 동원돼 가차없는 탄압을 했다. 그리고 사업장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 자본의 탄압이 누적되면서 "고통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노동자들의 절망감도 쌓여왔다. 현재 이것을 참고 인내하기에는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너무 무겁다.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죽음으로 항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에 전면화된지 5∼6년 됐는데 그 사이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일방적인 희생의 결과가 연쇄적인 죽음의 항거라는 비극적 상황으로 나타난 것이다.

차> 과거에는 "총파업" 또는 "연대파업"이라 하더라도 사업장내 문제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처음부터 너무도 당연히 대정부투쟁, 다시 말해 정치총파업으로 펼쳐졌다. 그렇다면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을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텐데.

요구사항은 정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내용

단> 이번 투쟁은 명확히 한 사업장의 투쟁으로 국한되지 않는 대정부투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실제 투쟁전선도 그렇게 형성돼 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 나타나는 문제는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사회전반에 퍼져 있고, 그 모순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정부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대정부투쟁이 아니고는 실제 해결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죽어간 동지들의 유지 또한 사업장내 문제일 뿐 아니라 전사회적 현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정부투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제시하고 있는 요구사항은 하반기를 조망하면서 애초 세웠던 요구와 다소 다른 측면이 있다. 애초의 "3대 요구"는 주로 개혁과제 즉,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핵심으로 국민연금제도 개악저지와 올바른 개혁,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에 따른 노동법개악 저지 등이었다. 이를 사회의제로 쟁점화하는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김주익 동지가 10월17일 죽음으로 항거하면서 투쟁방향이 전환됐고, 요구에서도 다른 내용이 전면에 부상했다.
현재 우리의 대정부요구를 정리하자면 다섯 가지다. 첫째는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항거한 직접원인인 손배가압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해 다시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억압한다거나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법으로 제한하라는 것이다. 둘째,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이용석 동지가 죽음으로 절규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다. 셋째,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저질러지는 노동탄압,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용자들을 엄격히 사법조치하고, 구속노동자를 석방하라는 것이다. 넷째, 이번 투쟁의 직접적 원인이 된 한진중공업, 세원테크, 근로복지공단의 현안문제 해결과 유족보상 등이다. 다섯째, 이라크 파병 중단으로, 아직은 노동자 자신의 요구에 밀려 형식화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주요하게 떠안고 가야할 중요한 사안이다.

차> 일부 언론과 국민 사이에서는 민주노총이 정부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내세워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는 것 같다.

단> 민주노총은 정부가 어떻게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지 밝힌 바가 있다. 요구사항 가운데는 법을 제정해야 할 문제도 있고, 현행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풀릴 문제도 있으며, 법과 상관없이 정책적 의지와 방향을 바꿔 해결할 문제도 있다. 우리 또한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다 해결할 수 없고, 그럴 조건이 아님을 잘 안다. 법을 손질해 제도화해야 하는 문제는 어차피 국회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명쾌하게 정리해 명쾌하고 완결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손배가압류의 경우 정부가 먼저 의지를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지닌 자료로는 노조와 조합원에 부과된 전체 손배가압류 액수가 1천4백억원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정부기관과 공사 등 5개 사업장이 4백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기업도 아니고 정부산하기관인데 노동자의 죽음까지 부른 손배가압류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정부가 먼저 이를 취하하라는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민간기업의 손배가압류 역시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노조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취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 즉, 연대보증인에 대해서는 손배가압류와 관련한 책임을 묻지 않고, 압류하더라도 최저임금 56만원을 보장하는 정도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물을 파손한다거나 재산상의 손실이 따르는 피해를 주거나 사람에 대한 폭력이 일어난 경우 손배가압류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의 파업에 따른 손실에 대해서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태국의 경우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본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풍토 속에서는 이런 제도가 더욱 절실하다.
이 점은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정부(산하)기관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 한꺼번에 정규직을 전환할 수 없다면 비정규직 고용을 억제하는 가운데 정규직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정부의 의지문제고, 정책의 문제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차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유도하라는 것이다.
노동운동 탄압의 경우 이미 수백, 수천 건의 부당노동행위가 고소고발 돼 있다.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정 받은 사안도 매우 많다. 이에 대해 즉각 사법권을 발동해 조치를 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가 인정이 되면 노동부나 검찰이 인지수사를 해서라도 처벌하도록 돼 있다. 이는 정부가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할 의지만 있다면 제도정비와 관계없이 즉각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런 수준이다. 하기 어렵고,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먼저 시행하고, 나머지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면 된다. 일부에서 오해하듯 지금 당장 국회에서 관계법을 만들고 개정해서 하루아침에 해결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차> 지적한 대로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인데도 여전히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는 바람에 두 번에 걸친 대정부 총파업을 자초하고 말았다. 이미 민주노총 중앙투쟁본부가 결정한 대로 앞으로도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투쟁상황을 중간점검해 본다면?

총파업, 예상보다 힘있게 펼쳐져

단> 상황이 종합되지 않는 상태라 그러기에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일단 투쟁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신속하고 분명하게 대정부투쟁을 설정했고, 투쟁을 노동자들에만 한정하지 않고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을 결합하고 시민사회단체들과 폭넓은 연대전선을 구축했다. 사안만을 놓고 보면 전조직이 무기한 전면총파업에 나서야 하겠지만 우리의 준비된 역량이 그렇지 못하니 신중하게 대응했다. 그 만큼 주체적 조건이 어려웠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초기엔 이 투쟁이 정말 대중적으로 조직적으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단위사업장과 연맹의 지도부의 공감대가 컸던 까닭에 책임의식과 의무감으로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힘껏 대응했던 투쟁이었다. 아울러 예상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투쟁에 참가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

차> 지난 11월8일 열린 2차 투쟁본부 회의에서는 12일 2차 총파업 이후 투쟁기조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잡았다. 조건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이고, 여러 가지로 고심이 많을 텐데 앞으로 투쟁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단> 일단 투쟁본부에서 확정된 투쟁일정을 중심으로 이후 투쟁을 조직해 나갈 수밖에 없다. 매주 수요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상정하고 있다. 주로 집회를 열게 될텐데 제대로만 하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이냐다.
금속노조가 11월6일과 12일의 1, 2차 총파업말고도 한진중공업, 세원테크 문제로 두 차례 파업을 펼친 바 있다. 주 단위 또는 보름 단위로 연달아 파업을 해왔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소속지회인 한진중공업과 세원테크 문제가 걸린 만큼 투쟁의 중심으로서 제구실을 해야 한다고 본다.
나머지는 총력집중투쟁인데, 조합원총회는 형식은 합법적이고 쉬워 보이지만 성사시키려면 파업만큼이나 조직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집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계획돼 있는 수요일투쟁(19일, 26일)은 12일 2차총파업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6일 1차 총파업 정도는 되도록 하는 게 1차 목표일 수밖에 없다. 또한 주 단위로 투쟁이 설정돼 있어 자칫 흐름이 단절될 우려도 있다. 끊임없이 연속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15일께부터 퇴근하는 조합원들이 한 곳에 모이는 방식으로 매일 광화문에서 야간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해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계속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탄압을 계속한다면 다시 한번 12일에 버금가는 투쟁을 준비하고 펼쳐야 한다. 지금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폭이 좁아지는 것을 막고 투쟁의 외연을 확대해가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파병반대 투쟁을 펼치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도록 필요하면 설득도 하면서 만들어갈 것이다. 솔직히 이후 투쟁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볼 것도 없다. 우리 스스로 어려울 것 같고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1, 2차 총파업도 해냈고, 10만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도 성사시키지 않았는가.

차> 노동자의 투쟁력만으로 난관을 헤쳐가기엔 벅찬 게 현실이므로 투쟁전선을 확대하는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외연확대"를 거론했는데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단> 물론 노동자의 요구를 홍보하고 설득해 외연을 넓힐 수도 있지만 이를 지속하고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 스스로 투쟁의 과제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각 부문의 투쟁과제를 민주노총이 끌어안고 가면 이들 투쟁은 자연스럽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전체투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핵심이다.
이라크파병 저지도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과제다.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정치권 비리가 커다란 사회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고,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문제도 우리가 끌어안아서 투쟁동력도 함께 묶고, 서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 그런데 9일 노동자대회가 끝나고 예상치 못했던 경찰의 폭력진압과 격렬한 가두시위가 있었다. 이를 놓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폭력진압은 기본적으로 정부 대응기조 때문

단> 민주노총은 대회를 평화적으로 치르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집회와 가두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있었고, 쇠파이프와 화염병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꼭 바람직한 양상이 아니다. 폭력을 옹호한다던가 폭력이 정당했다는 논리를 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날 있었던 노동자들의 격렬한 항의라든가 화염병을 빌미로 사태의 본질과 노동자들의 처지를 왜곡하고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회를 주최한 위원장에게 책임지라고 소환장을 보냈는데 그것 다 좋다. 그 대신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을 들 수밖에 없는 노동자대중의 분노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답을 내와야 된다. 이를 왜곡하고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빌미로 탄압하고 구속하고 물타기해서도 안된다. 그날 시위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후 해결방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폭력의 문제를 자꾸 노동자들의 이유없는 반항, 폭력을 위한 폭력으로 몰아가면서 사실을 호도해 문제를 덮으려하고 힘으로써 모든 것을 정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그러한 비판과 동시에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성찰해주길 바란다. 성숙한 국민이라면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것이라 본다.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비정규직 8백만이 양산되고 온갖 차별 속에 살아가는 사회의 모순구조, 손배가압류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 노동자를 통제의 대상으로 경제정책의 부속물로 취급해온 잘못된 정책기조를 바로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날의 폭력시위에 대해 준엄하게 비판하되 노동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 정부와 재계도 준엄히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차> 취재현장에 있다보면 좀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원인도 보게 된다. 사실 이번 총파업 국면 이전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이번처럼 격렬하게 충돌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 10월29일 집회에서부터 경찰의 폭력이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노동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분노가 일어 자위수단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단> 정부가 분신항거에서 비롯된 노동자들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게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노동자들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10월26일 비정규직집회 때부터 강경하게 나왔다. 그 뒤에 열린 집회 때마다 그랬고, 6일 총파업집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있었고, 경찰은 그 방향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물론 일선의 전경대원들이 젊고, 상황에 따라 지나친 폭력을 휘두를 수 있지만 경찰은 어디까지나 관료체제에서 엄격한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다. 때문에 일선 경찰서장이 임의로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비대장이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에 있는 것이다.

차> 정부가 합리적 해결책이 아닌 강경대응으로 나오면 노동자들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고, 노정관계도 대결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다. 노정관계 정상화하기 위한 해법은 없는가.

적극적 해법 제시하면 대화로 해결 가능

단> 그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줄줄이 죽어갔다. 이 죽음이 무얼 뜻하는지는 이미 만천하가 다 안다. 노무현 대통령도 알고 있다.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걸 모르면 바보다. 그렇기 때문에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정부가 어떤 형태이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일정한 해법을 내놓고 의지를 보인다면 당연히 대화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 우리는 늘 대화를 요구해왔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월5일 노동부장관을 만나서도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전달했다. 정부가 답변을 해야 하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 고건 총리가 "민주노총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정부가 자기의 입장도 없이 무슨 대화와 타협을 하자는 것인지 딱한 일이다.
정부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태를 풀어가면서 상호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지 조건을 내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공은 이미 정부에게 넘어갔다. 민주노총은 해결방향과 내용을 다 이야기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 손배가압류 해결방안 등 기본방향에 대해 다 제시했다. 정부가 이를 판단하고 구체적인 검토를 해야할 때다. 끝까지 마주 달리다가 충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차> 정부가 구체적 답변을 내놓은 게 단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자 대량구속과 지도부에 대한 소환장이다.(웃음) 위원장의 경우 지난 4월초 출감한 뒤 채 1년도 안 돼 다시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서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단> 노무현 정부가 여러 가지 기록을 깼다. 최단기간에 최대의 노동자를 구속한 기록을 깼다. 노동자대회 시위를 문제삼아 5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노동관련 단일사건으로는 최대규모다. 내 개인기록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은 2년 단위로 구속됐는데 이번엔 7개월만에 구속이 거론되는 걸 보니 잘못하면 이 기록도 깨질 것 같다.(웃음)
앞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구속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속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정부의 판단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구속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이 흩어지고 현장이 위축돼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민주노총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처사다. 87년 이후 민주노총이 건설돼온 과정을 살펴보면 구속하고 탄압하면 할수록 더 강렬히 저항해 왔다. 이런 역사 속에서 민주노총이 만들어져 왔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구속이나 수배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노동자 6명이 죽음으로 항거한 끝에 숨을 거뒀고, 한 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현실의 본질을 조합원들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지도부 구속 문제에 동요하지 않고 이번 투쟁을 통해 죽음의 행진을 끝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없어도 조합원들이 잘 싸워왔다.

차> 정부가 이성을 되찾아 강경탄압을 거두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계속 이를 밀어붙인다면 지난 97∼98년 총파업 때처럼 조합원의 힘으로 지도부를 지켜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데 감사드린다.

정리=김영재 momo1917 @ nodong.org 사진=이정원 leephoto @ 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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