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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창단 2년만에 우승한 ZF삭스코리아 야구부 박연규 조합원
ZF삭스코리아 야구부가 창단 2년만에 창원시야구협회 창원일요리그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3부 리그 우승이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구성한 야구부가 1년만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거머쥐기까지는 피와 땀이 담겨 있을 것이다. 박연규(58,감독)조합원을 만나 삭스 야구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박연규 감독은 야구부의 우승소식을 전하며 우승의 조건으로 ‘희생‧배려‧즐거움’을 꼽았다. 3조3교대라는 회사의 근무조건과 개인과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추세에서 일심동체가 되어 움직여야 하는 야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힘든 것은 시간과 연습할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체가 다 모이기는 힘들어도 각 선수들 개개인이 가정을 포기하고, 특근을 포기하는 희생이 있었기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노동과 동아리활동을 함께 병행하기는 쉽지는 않다. 야구부는 총 24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회원 90%가 생산직 노동자로 이뤄져 있다. 개개인의 사정이 있어 연습에 빠질 수도 있고, 시합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삭스 야구부는 서로를 배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선수들 90%가 현장직이고, 야구를 하면서 얼굴을 붉히면 현장에서도 서로 불만이 생길 수 있어요.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을 탓하기보다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며 야구부를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배려는 시합에서도 나타났다. 삭스 야구부는 리그전 플레이오프까지는 꼴등인 4위로 진입했다. 4위에서 3위로로 3위에서 2위로, 1위로 승리하며 우승한 것이다. 이는 박 감독의 ‘작전’이었다.
“아슬아슬했지만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구분짓기보다 모든 이들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수를 배치했습니다. 처음부터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즐기며, 함께 뛰는 팀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삭스 야구부는 현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고 있을지 몰라도 야구부에서는 이러한 희생과 배려, 즐거움이 있었기에 서로의 고용조건이 나눠지지 않았다. 지회와 사측이 맺은 단체협약에서는 분기별 4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야구부 운영에는 모자란 지원금이었기에 모든 부원은 사비를 털어 야구용품을 구입하는 등 운영재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희생과 배려, 즐거움이 있었기에 우승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야구는 매시간 짜릿한 스포츠입니다. 선수들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컨디션을 읽고, 표정에 따라 격려하기도 하고 질책하기도 해야 합니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야구는 인생과 같습니다. 우승을 하기까지 희생과 배려를 몸으로 보여 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박 감독은 ‘동아리’활동은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라는 동아리를 하고 있었기에 현장의 고민도 함께 고민하고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부대끼는 동아리는 정년퇴직까지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박 감독은 다른 팀에 대해서도 배려를 잊지 않았다.
“우리 팀 외에도 노동자로 구성된 각 팀들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와 조건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노동과 연습을 해 오고 있습니다. 함께 경기를 뛴 모든 팀들이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야구의 즐거움에 함께 뛰어 준 상대팀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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