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노동시간 단축했지만 맹점 남아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1주(7일)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이 통과되었다. 비록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제외되어 권리보호 장치가 없는 영세기업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는 현실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노동부의 불법적 행정지침을 폐기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그동안 노동부는 행정해석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1주일을 총 7일로 보고 그동안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던(단체협약 여부 제외) 휴일근로 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시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휴일근로의 가장 큰 영향점인 임금과 관련해 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을 폐지시킨 것이다. 휴일근무 중복할증은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효과와 더불어 하급심은 물론 4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력하게 인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휴일근무 중복할증과 관련해 국회가 사실상 사법부의 판결 기준점을 정한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장담 못 해
정부와 국회는 이번 노동시간 축소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체감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박근혜 시절,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고용창출을 기대 했지만 결국 고용창출 없이 사용자의 임금부담만 줄여 줬듯이 노동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신규 고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막연한 기대다.
더구나 노동시간 축소를 위한 강제적 요소 중 하나인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은 폐지되어 노동시간 축소의 실효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상시적 근로감독과 강도 높은 처벌을 수반해야 하는 등 갈 길은 멀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도입과 ‘노동강도 강화’등의 사용자들의 대응카드가 남아있는 한 신규채용은 당장 나타날 효과는 아니다.
■노동배제한 근기법 개정, 부실·개악 논란 남아
민주노총은 국회 근기법 개정안 통과 이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근기법 관련 대응 입장을 확인했다.
민주노총은 △근기법 개정안에는 명백한 개악내용과 부실한 법안이 담겨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투쟁 전개키로 함. △사회적 대화 관련, 향후 정부와 집권여당이 민주노총을 존중하면서 충실하게 대화하고 협의할 의지가 있는지 그 태도변화를 엄정하게 판단키로 함. △3월 24일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재벌개혁을 위한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정부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민주노총과 노정관계 회복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철저히 노동을 배제한 채 이뤄졌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이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다면 결국 반쪽짜리 노동정책일 뿐이다. 이 결과가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폐지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관공서 공휴일의 순차도입 등이다. 노동배제 없는 모든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과 맹점 없는 근로기준법 순 개정을 우리의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 이전글S&T중공업 사측, 노사합의 위반하고 일방적 OT중단 요구 18.03.07
- 다음글두산엔진, 상경투쟁 예고 1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