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노동자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대우조선과 이를 방관하는 산업은행의 장례를 치렀다.

지부는 24일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산업보안분회 원직복직 직접고용 쟁취 경남지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보안분회는 삭발식을 진행하고,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영정을 들고 운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박대근 대우조선산업보안분회장은 “대우조선 청원경찰들은 40년간 회사의 불법을 참아왔고, 40년간 어겨온 법을 지켜라 했지만 회사는 해고로 답했다”며 “노동자 투쟁의 결과로 법원에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고, 40년간 불법을 저질러 온 대우조선을 향한 철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분회장은 “더 이상 참을 기력도, 견딜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며 “대우조선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끝장투쟁을 진행해 반드시 원직복직을 쟁취할 것”이라 결의했다.

앞서 분회는 원직복직을 위한 끝장투쟁을 결의한 바 있다. 지난 3일 대전지방법원은 1심 행정소송에서 청원경찰 해고가 부당해고이며, 원청인 대우조선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2년여 가까이 원청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노동자들의 주장이 옳았던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사측은 이들의 복직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옥주 분회 조합원은 “대우조선에서 33년 6개월 동안 일하며, 해고 당해 길거리에서 투쟁하리라 생각조차 못 했다”며 “청춘을 받친 그 대가가 해고로 돌아왔을 때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700일이 다가온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김 조합원은 “제가 돈을 더 달라고 했습니까. 승진을 해 달라고 했습니까”라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달라고 하는 것인데, 왜 대기업이 불법을 일삼고 노동자를 속이고, 그 가족들을 힘들게 하느냐,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조합원은 “대우조선이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 결의했다.

김옥주 조합원은 올해 정년을 맞이한다. 분회 내 올해 정년을 맞이하는 조합원은 5명으로 대우조선이 올해 안에 복직을 이행하지 않으면 수십 년간 일한 조합원의 명예로운 퇴직은 불법 아래 묻혀버린다.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은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이것은 26명의 노동자를 복직시키는 것마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는 무능함을 자인한 것”이라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우조선 경영진이 끝까지 자신의 책무가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간다면 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하고, 그 것은 결국 행동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다”며 청원경찰 해고자의 복직을 촉구했다.

홍지욱 경남지부장은 “동지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소극적이지만 대우조선 사측과 분회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회사는 더 이상 산업은행의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홍 지부장은 “거제의 중심인 대우조선이 법을 지키라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극한의 투쟁까지 벌이도록 놔 두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협상테이블을 유지하며 시간을 끌기만 한다면 지부도, 노조도 저항투쟁을 준비할 것”이라 경고했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도 “사측은 산업은행이 결정해야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며 “청원경찰 동지들이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원청이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도 힘을 보탰다. 이길종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해결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보안분회 동지들의 투쟁은 현중으로의 불공정 매각으로 입맛에 맞게 노동자를 구조조정하려는 사측의 의도를 막고 있다”며 “보안분회 투쟁이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을 막아내는 투쟁이기에 매각대책위도 함께 할 것”이라 말했다.

분회는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노숙농성과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삭발식과 결의대회에도 대우조선의 입장변화가 없으면 더 높은 수위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대전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피케이밸브지회가 분회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