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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이라고는 국민연금이 전부입니다. 진우기업의 국민연금 횡령은 제 노년을 도둑질하는 범죄입니다”
대우조선 하청 진우기업이 국민연금 4억 5천만원을 횡령하고, 오는 10월 1일 폐업을 예고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13일부터 대우조선 사내 선각삼거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며, 14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으로 문제를 알렸다.
지회는 “진우기업은 17개월동안 4억5천만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횡령, 체납하고도 체납 국민연금 납부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며 “대우조선은 덩달아 기성금을 압류된 진우기업 통장이 아닌 기업 총무통장으로 지급하는 편법을 승인하고 용인해 하청노동자의 피해를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진우기업 노동자 나윤옥 조합원은 “진우기업 하대한 대표는 매월 월급에서 공제한 돈을 횡령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4대보험료 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보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조합원은 “세계 1위는 원청이 혼자 만든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배는 하청노동자가 있어야 만들어 진다”며 “제발 하청노동자를 귀하게, 소중하게 여겨달라”고 호소했다.
김일식 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하청업체들이 연속해서 폐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대우조선과 거제시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으며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는 진우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4대보험 체납 현황은 21년 7월 기준 20억 9천만원이다. 20년 1월부터 21년 7월까지 체납현황의 합계는 216억 3천만원이다.
뿐만 아니다. 진우기업은 폐업을 하며 소속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하지만 정작 물량팀 노동자들은 다른 발판업체로 옮겨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계속 일하고 싶으면 물량팀으로 가라는 말이다.
지회는 이에 “앞으로 물량이 늘어나고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아도 필요한 노동자는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재하도급 노동자로 최대한 채우겠다는 말”이라며 “다단계 하청고용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했다.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해양에 날에 거제를 찾아 장밋빛 전망을 내세웠지만 조선하청노동자들은 5년동안 10만명이 거리로 내 쫓겼다"며 “구조조정은 진행 중이고, 4대보험료는 빼앗기는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나윤옥 조합원 호소문 전문이다.
조선소 여성 발판노동자의 호소
안녕 하세요? 저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진우기업’에 다니고 있는 나윤옥 입니다.
★ 국민연금 체납(횡령)은 제 노년을 도둑질하는 범죄입니다
지난 2016년 7월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되고, 그해 10월 18호 태풍 ‘차바’ 피해가 발생한 뒤부터 진우기업은 매년 국민연금을 체납해 지금까지 총 18개월 4억 5천만 원(1인 400~500만원)이 넘게 체납되어 있습니다.
진우기업 하대한 대표는 매월 노동자 월급에서 공제한 돈을 횡령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4대보험료 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가 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체납(횡령)은 진우기업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우조선해양 안에 있는 대다수 하청노동자의 문재입니다.
노후대책이라고는 국민연금이 전부입니다. 노동자의 노후자금 국민연금을 제대로 징수 안 한 정부는 하청노동자 피해를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국민연금 체납 사실과 예상되는 피해를 뻔히 알면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수수방관한 원청 대우조선해양도 책임져야 합니다.
☆ 이제 곧 ‘인력 보릿고개’라는데 왜 우리는 쫓겨나야 합니까?
9월 10일 아침뉴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산업을 확고한 세계 1위로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8천 명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내년이면 조선소 노동자가 많이 필요해서 ‘인력 보릿고개’가 온답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진우기업 폐업하면서 고용승계 안 된다고 합니다. 재하도급 물량팀은 다른 업체로 옮겨 계속 일하게 하면서 오래 일해온 저 같은 본공들은 나가라고 합니다.
요즘 발판 하청업체 인력난 심각합니다. 그러면서도 하청업체 공중분해시키고 고용승계는 안된다 하다니! 정년 때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데 8월 31일 오후 2시 13분에 ‘해고예고통지서’라고 하면서 문자로 한 장 덜렁 보내왔습니다. 이런 짓거리는 하청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일회용 소모품으로 보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전문인력 8천 명 양성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있는 인력 함부로 내쫓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언제까지 최저시급, 저임금으로 극한직업을 유지할 겁니까?
조선소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조선소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발판(비계)은 노동강도가 최악입니다. 그럼에도 임금은 10년 전 임금, 아니 물가인상 폭에 비하면 10년 전보다도 못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읍니다.
발판은 EBS 극한직업에도 방영된 바 있는 업종입니다. 조선소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더럽고 가장 위험한 일입니다. 위험한 곳에 매달려 생명을 담보로 설치, 해체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발판노동자 임금이 최저시급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까?
더구나 근로기준법에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인데 왜 일당제 발판노동자는 9시간을 1공수로 계산하고, 8시간 일하면 1공수에서 1시간 임금을 뺀단 말입니까? 9시간 1공수로 임금을 지급하는 건 어느 나라 법입니까? 당연히 법대로 8시간 1공수로 해야 하고 9시간 노동하면 1시간 잔업수당 지급해야 합니다.
☆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합니다
조선소의 여름, 이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두꺼운 철 구조물이 열을 받아 탱크 속 온도는 60도가 넘습니다. 아침 8시에 시작해 10시에 10분 잠시 쉬려고 탱크에서 나올 때는 땀에 젖은 작업복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안전화가 구멍 뚫린 장화처럼 물이 흥건합니다. 온갖 먼지에 땀에 젖은 작업복, 거지가 따로 없습니다.
쉬는 시간 끝나고 다시 탱크로 들어갈 때 어떤 생각 하는지 아십니까?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푼이라도 벌어야 살 수 있으니까 참고 다시 들어가는 겁니다.
한여름에는 온열 질환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동료도 많이 보았습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젊은 노동자가 쓰러져 발견돼서 끝내 죽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청노동자란 이유로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개죽음당하는데 누구 하나 개선할 생각조차 안 합니다. 그저 급하다, 바쁘다, 긴급이다, 이런 소리나 하지 팬이나 쿨러 설치해서 노동조건 개선할 생각 안 합니다. 하청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건 강 건너 불구경, 아무런 재발 방지 대책이 없습니다.
이런데 무슨 세계 1위 조선소가 되면 무엇합니까? 누구와 같이 만든 세계 1위 입니까? 세계 1위는 원청이 혼자 만들었습니까?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배는 하청노동자가 있어야 만들어 집니다.
하청노동자를 1회용 소모품으로 여기는데 세계 1위면 무엇합니까? 제발 하청노동자를 귀하게, 소중하게 여기십시오!
1. 노후자금 국민연금 체불(횡령)
2, 불안한 고용, 마구잡이 해고
3, 저임금 고된 노동
4, 열악한 작업환경
이 4가지 개선이 시급합니다.
이 4가지 해결을 위해 나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대우조선해양 발판업체 진우기업 노동자 나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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