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눈물…다짐… 이용석열사 전국노동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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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눈물…다짐… 이용석열사 전국노동자장
"비정규직 없는 세상, 남은 이들이 이루리다"
"주춤거리던 우리들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희망을 틔우며 산화하신 동지, 오늘 당신을 가슴에 묻습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한 주를 여는 월요일 아침부터 먼저 간 동지를 보내기 위해 첫눈 내린 서울 한복판 종묘공원 바닥에 나앉은 노동자들. 이들을 슬픔으로 몰아넣는 것은 비극을 낳은 차별이다. 피 터져라 싸우고, 생목숨이 몇씩 날아가도 꿈쩍할 줄 모르는 차가운 차별의 벽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산화한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고 이용석 열사 장례식이 분신 44일·사망 38일만인 12월8일 "전국노동자장"으로 열렸다.
영결식은 유족과 조합원 등 7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묘공원에서 민중의례와 유서낭독, 조사, 약력보고, 조시낭독, 추모사, 열사부활굿, 유가족인사, 헌화·분향 등의 순서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단병호 위원장(장례위원장)은 조사에서 "당신의 뜻대로 이제 남은 자들이 승리를 향해, 절망의 유혹과 함께 싸우며 나아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저들은 아직도 인간과 인간,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야만의 주문을 거두려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몸을 살랐던 그 비장한 결의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염원을 이제 남은 우리가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공공연맹 이승원 위원장은 "함께 투쟁하자고 노조도 만들고, 투쟁복도 만들고, 파업도 하자고 했는데 어찌 먼저 가셨느냐"면서 "동지의 뜻을 받아 열심히 투쟁했고, 앞으로도 투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동지 앞에 단체협약서와 정규직 추서, 고용안정 협약서를 바친다"면서 "동지가 남긴 뜻은 동지들의 가슴속에, 1,300만 노동자의 가슴속에 품고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지난 26일 당신이 분신한 자리에서 당신을 보낸다"면서 "군사정권 시절 "노동탄압부"로 불리던 노동부는 참여정부가 되어서도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또 "이용석 열사의 어머니는 이제 1,300만 노동자의 어머니가 됐다"면서 "이제 우리가 열사의 뜻 이어 받을 테니 부디 마음놓고 고이 가시라"고 말했다.
영결식에서는 또 유가협 강민조 회장의 조사가 이어졌으며, 공공연맹 임성규 사무처장이 조시를 낭독했다. 또 세종문화회관노조와 국립극장노조가 열사부활굿을 했다.
이어 근로복지공단비정규노조 김남순 조합원이 무대에 올라 조사를 낭독하자 영결식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했다. 터져 나오는 울음에 숨을 골라가며 조사를 읽어 내려가던 김 조합원의 목소리도 끝내 눈물 속에 묻혔다.
이용석 열사의 형님인 이병우 씨는 유가족 인사에서 "그전에는 비정규직이 뭔지 몰랐다"며 "이 자리 계신 용석이의 동료들은 인간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켰다. 그 결심을 끝까지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씨는 이어 "먼저 가신 아버지와 잘 지내거라. 다음 세상에서도 우리 다시 형제로 태어나 차별 없는 세상에서 같이 살아가자"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먼저간 동생을 안타까워했다. 가족의 손을 잡고 영결식 내내 울먹이던 열사의 어머니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헌화와 분향을 마지막으로 영결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장지인 광주 5·18 묘역으로 향했다. 이날 장례식은 5시 광주역 광장에서 열리는 노제와 5·18묘역 하관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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