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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호, 그는 갔으나 우리 곁에 있다.
작성자 지부
댓글 0건 조회 3,534회 작성일 200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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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9일 새벽 6시경, 두산중공업 사내에서 노동자 배달호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당시 나이 51세. 부인과 두 딸을 둔 ‘늙은 노동자’ 배달호는 자신이 21년동안 출근하던 보일러공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에 자신을 불태웠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두산의 악랄한 노조탄압과 손배.가압류, ‘가진 자의 법’에 대한 분노 등이 담겨져 있었다.
언제나 호루라기를 불며 노조활동에 앞장서서 ‘호루라기 사나이’로 불리었던 배달호 열사. 숙련공으로써 보일러공장의 일도 확실히 해서 ‘스카핑의 1인자’로 통했던 열사. 그의 죽음은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대신한 죽음이었으며 목줄을 죄어오는 현장통제와, 단결권과 파업권을 빼앗아간 손배.가압류 등 노동탄압에 대한 피맺힌 절규였다.
배달호 열사의 분신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그의 죽음은 전국적인 투쟁이 되어 손배.가압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했으며, 두산의 악랄한 노동탄압과 한국중공업 인수당시 특혜의혹 등 추악한 재벌의 모습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 열사의 분신 이후 철옹성 두산은 빗발치는 비난 여론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두산재벌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박용성회장이 출두요구서를 받았으며 시민사회 단체들이 두산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도 두산의 부당노동행위가 다루어졌고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금속노조는 두산중공업지회를 사수하고 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전국적 파업을 비롯한 힘찬 투쟁을 전개했고, 금속연맹을 중심으로 민주노총과 농민, 학생까지 폭넓은 연대투쟁을 벌였다. 악랄한 탄압으로 숨죽어있던 두산중공업 현장도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이 돋아났다.
‘1천 금속결사대’의 두산중공업 진입투쟁이 예정되었던 3월 12일 새벽, 신임 노동부장관의 중재 하에 금속노조와 두산중공업은 ■개인 손배가압류 취하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 10개항에 합의했다. 그리고 14일, 검게 탄 몸으로 두 달 동안 노동자광장을 지키던 배달호 열사는 양산 솥발산에 잠들었다.



노동열사 배달호

1953.                출생. 가족 : 부인, 2녀
1981.                두산중공업 입사
1995.                노사대책부장, 민영화 대책위원
1997.                11대 대의원(제3지구대장)
                민영화 대책위원
1998.                12대 대의원, 파견대의원
                민영화 대책위원
1999.                13대 대의원(제3지구대장), 운영위원
2001.                15대 대의원, 파견대의원
2002.                교섭위원. 7.23.구속■9.17.집행유예 출소
2003.1.9. 두산중공업 사내 ‘노동자광장’에서
                두산의 노조탄압과 손배■가압류를
                규탄하며 분신자결



1. 9.        두산중공업지회 파업
1.13.        금속노조 전국지회장 비상회의
1.16.        금속노조 4시간 파업
1.18.        전국 노동자대회(창원)
1.21.        전국동시다발 두산제품 불매운동 발대식
1.23.        박용성상의회장 퇴진촉구 집회(12개 도시)
1.25.        전국 노동자대회(서울■창원)
2. 6.        노동부 특별조사. 사측, ‘시신퇴거 가처분’ 신청
2.16.        전국노동자대회(서울)
2.24~노동탄압분쇄 파업찬반투표(민주노총)
3. 4.        사측, ‘금속 1천결사대 출입금지 가처분’신청
3. 5.        두산중공업 소액주주 19명, 박용성 회장 등 4명을 배임죄로 고소
3.12.        노동부장관의 중재 하에 10개항에 합의
3.14.        노동열사 고 배달호동지 전국노동자장(솥발산)




동지여, 나 죽었다고 슬퍼하지 말게나
- 배달호 동지의 바램 -


동지여, 나 죽었다고 슬퍼하지 마라
나 비록 동지들 곁을 떠났지만
노동자로서 가쁜 숨 몰아쉬었을 뿐
난 살아있어
도솔천에 드니 모든게 편안해지고
지난 내 삶의 편린들이 훑어보이네
처절했던 노동탄압과 그
악랄했던 노동족쇄, 그
피폐했던 인간성 파괴에도
우리 흔들리지 않고 의연했고
밤낮 없는 열정으로 뜨거웠네
더러운 세상, 복직만을 바랐던 게 아니었는데
복직이 나의 양심을 혼절케 하였네
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네
단지 그 이유만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동지 곁을 떠나 있네
우리의 깃발 드날리고 있겠지
노동자들을 옥죄었던 회산 건재하는가
죄다 툴툴 털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닌데
이제 모든 걸 용서하고 싶은데
그러나 끝내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네
노동자를 함부로 무시하고
탄압하였던 그 악랄함이네
노동조합의 깃발을 짓밟은 잔혹함이네
사랑하는 노동형제들이여
내 삶의 전부를 묻어두고 온 민주광장이여
나 죽었다고 슬퍼하지 말게나
나, 노동자로 가쁜 숨 몰아쉬었을 뿐
다시 두 눈 부릅뜨고
영영 살아있네
동지여 나죽었다고 슬퍼하지 말고
민주노동인간해방 참세상 그날까지
나의 바램 기억해 주게나
사랑하는 동지여


배달호열사 추모시집 ‘호루라기’ 중에서(박종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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