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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이제 보내야 합니다.
5월 16일 공장에서 지게차에 치어 사망한 故 변우백 노동운동가에 대한 추모 노제가 창원시 귀산동 배달호열사 추모비 옆 주차장에서 열렸다.
예정시간보다 40여분 늦게 시작된 노제에는 ‘경남지역 하청 노동자 노동기본권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 참가자들과 고인이 소속된 진보신당 당원들, 그리고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과 유족 등 150여명이 참석한 속에서 열렸다.
친구는 “정말로 놓아주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보내야 겠구나”면서 “너가 정말로 바라던 모두가 잘 살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바란다”며 추모사를 했다.
누가 이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합니까?
故 변우백 노동운동가의 죽음에 대해 지인들을 중심으로 ‘추모모임’이 만들어졌다. 추모모임을 대표해 함께 사회당 활동을 했던 서상영씨가 추모사를 했다.
서상영씨는 추모사에서 “서글서글하니 넉살 좋은 제 친구 우백이가 죽었습니다. 산재사고였습니다. 하지만 우백이는 변우백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로 죽었기 때문에 경찰도 노동부도 두산중공업도 외면해 버린 개죽음이 되었습니다. 이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제 친구의 아픔을 씻지 못하는 허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사람으로 죽지 못하고 한낱 소모품으로 죽게 내버려 둔 것을 누구에게 따져야 합니다. 누가 우백이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합니까?”라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배달호열사 분신 소식을 듣고 차를 타고 두산중공업으로 들어와 투쟁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투쟁했던 우백이는 투쟁이 끝난 지 며칠 뒤 두산중공업 사내하청으로 들어갔다. 한번도 공장에서 일하는 자신을 낙담한 적이 없었고, 투쟁이 있거나 아프지 않는 이상 결근하지 않고, 같이 일하는 형님들을 좋아했던 우백이”를 그리워했다.
미안합니다.
한 공장에서 일했던 백형일대의원(마산창원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대표)은 “정규직으로써 노동조합 간부로써 열악한 노동조건과 차별을 바꾸지 못하고 두산의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것이 마냥 부끄럽고 미안합니다”면서 “함께했던 많은 활동가들과 동지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동지의 뜻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날이 와도 새날이 아닙니다.
함께 살면서 출근하는 사위의 밥을 챙겨줬던 장모님은 “아들보다 사랑했던 우백이가, 내 딸이 사랑했기에 누구보다 사랑했던 우백이가 죽었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웃던 우백이가 죽었습니다. 새날이 와도 나에게는 새날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는데, 그날은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추모사가 이어지는 동안 지역 노래패 “좋은 세상”동지들이 추모곡을 불렀으며, ‘비정규직 철폐연대가’를 끝으로 노제를 마친 후, 헌화를 하고 장지인 부산 영락원으로 이동했다.
좀 더 낮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노제에 앞서 사전 집회에서 배달호열사 추모사업회 김창근위원장은 “배달호열사 63일간 투쟁에서 故 변우백동지를 봤지만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기 위해 우리는 좀 더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산중공업 박종욱지회장은 “자본의 이윤 추구속에서 6개월사이 3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묶어 내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 열정을 부어 두 번다시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故 변우백 노동운동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친 후 마산창원지역에서 사회당 활동을 했다.
2003년 배달호열사 분신 당일 두산중공업에 들어와 이름도 명예도 없는 ‘작업반’으로 쟁의물품을 만들고, 바닥그림을 그렸다. 구정 연휴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난 속에서도 다시 돌아와 투쟁할 동료들을 위해 투쟁물품을 만들었고, 투쟁이 마무리 된 날 두산중공업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산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로 살아왔으며,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아왔다. 5월 16일 14시 경 물건을 싣고 가던 지게차에 치어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했다.
* 5월 19일 밤 사망 나흘만에 유족이 회사측과 합의를 해서 20일 장례를 치뤘습니다. 같은 날 우울증 및 공황장애로 치료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위아지회 故 곽수익 조합원도 회사측과 합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두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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