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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유혹은 오래가지 않는다” | ||||||||||||||||||||||||||||||||||||
[사람과 현장] 두산그룹 3년 단협해지 2년 동명모트롤지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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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협해지로 무(無)단협 상태 2년째인 경남 동명모트롤지회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5월 지회 간부 여섯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2008~2009년 임금상승분 등에 대한 급여지급 청구소송 결과, 올 1월 25일 창원지방법원이 “회사는 2년간의 임금상승분과 성과급,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지회의 손을 들어준 것. 이에 불복해 항소한 회사를 향해 지회는 지난달 28일 전 조합원 임금청구소송에 들어갔다.
동명모트롤은 2008년 3월 두산그룹으로 매각됐고 그 해 6월 두산모트롤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두산모트롤로 바뀐 그 해부터 회사는 온갖 치사한 공격을 해댔다. 단체협약 스물 여덟 개 조항 개악안 수용을 강요하더니 급기야 인수 첫해 10월 15일에는 단협해지까지 알려왔다. 이 뿐 아니다. 2009년 4월 16일 단협효력 상실과 동시에 노조사무실 퇴거 통보, 조합비 일괄 공제 중단, 전임자 전원 현장 복귀 인사명령 등. 그야말로 두산노무관리 종합선물세트였다. 손 지회장은 “회사의 목표는 노조 해체임이 분명했다”고 확신한다. 3년 동안 두산재벌에 맞서는 이들
두 번째 미끼는 돈이었다. 손 지회장은 솔직히 최악의 상황까지도 예상했단다. “회사가 돈으로 장난치기 시작하더라. 그 땐 조합원들이 더 견디기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행동을 예상했지만 조합원들의 탈퇴가 이어지자 좀 막막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2월 회사는 비조합원에게만 임금인상분과 성과급 등을 지급했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조합 탈퇴하면 받을 수 있다”며 조합원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노조는 무너지지 않았다. 박병화 지회 노동안전부장은 “선배들의 오랜 노력으로 동명의 임금과 복지수준은 이미 두산그룹 여느 사업장에 뒤지지 않았다. 또 꾸준한 교육으로 조합원들이 두산자본의 악랄한 현장장악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두산이 치사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더 단단해졌다”고 회상한다. “회사가 동명모트롤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동명노동자들에게 노조는 지키고 싶은 존재였고 지켜야 할 역사였다”. 박 부장이 덧붙인다. 술과 돈이라는 ‘자본의 덫’ 박 부장은 “선배들이 지켜온 노동조합이 두산자본의 돈 장난질에 무너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사무연구직군에서 조합탈퇴를 거부한 채 스스로 기술직으로 전환해 조합원으로 남겠다는 노동자들까지 있었다. 한 입사동기회는 지난 송년모임 때 모은 회비를 지회 투쟁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무단협 2년 동안 ‘금속노조 동명모트롤지회’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 1백 10여 명. 도대체 무엇이 이 노동자들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구일모 지회 복지부장은 노조 지도부의 헌신성을 내세웠다. “새벽 일찍 나와 조합원들을 만나고 연월차 휴가마저 조합 활동에 쓰는 등 지도부가 앞장서서 헌신했다. 흔들리지 않는 지도부의 모습에 조합원들이 두산자본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구 부장은 복수노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친다. 구 부장은 “두산이 복수노조를 준비하고 있겠지만 우리 지회가 비조합원보다 더 실력 있고, 단결도 회사보다 더 잘 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복수노조? 우리가 더 실력있다” 또 임 사무장은 노조 일상사업으로 교육과 선전을 강조했다.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은 일상이 돼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는 없다. 교육과 선전활동을 꾸준히 해 온 것이 지금 투쟁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임 사무장은 금속노조 동지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마음은 무겁지만 곧 잘 될 거라 믿는다”며 “어떤 경우에도 여유를 잃지 말고 노동조합에 대한 확신을 놓지 말자”고 힘주어 말한다.
"내일 출근선전전 때 나눠줄 소식지 만들러 지회사무실에 가봐야겠다"는 임 사무장이 자본의 유혹을 솜사탕에 비유한다. “지금 공장에서 어깨 펴고 당당히 일하는 사람들은 금속노조 조합원들뿐이다. 자본의 달콤한 유혹은 금방 녹아버리는 솜사탕처럼 오래 가지 않는 법인데, 우리 조합원들은 그것을 잘 안다. 회사는 처음엔 뭐든 다 해줄 것 같지만, 자본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더 이상 잘 해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선후배 노동자가 어우러져 같이 마음을 나누며 일했던 예전 현장으로 돌아가려면 지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서둘러 공장 정문으로 들어가는 임사무장. 손 지회장은 “새로운 간부와 대의원들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며 노조간부 재생산을 강조한다. 손 지회장은 “같이 노동조합 활동하자고 후배들 설득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고협박도 했다"고 말하며 웃는다. 두산그룹은 최근 조급해졌다. 노조 파괴 공작 3년이 됐지만 지회는 금속노조를 포기할 생각을 안 한다. 사측은 3년 만에 기술력 있고 현장에서 신망 두터운 노동자 대다수가 조합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산그룹은 요즘 “제발 보직 좀 맡아 달라”며 조합원에게 부탁해 온다. 두산그룹이 공장 정문에서 떼어 버린 ‘금속노조 경남지부 동명모트롤지회’ 노조 현판을 다시 달게 될 날이 곧 오길 기대해본다. 자본의 달콤함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임사무장의 말을 곱씹어 보며. 취재 및 정리 = 신동준 편집국장, 박향주 편집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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