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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에게 공장복귀의 염원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
이명박 정권이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노동자 추모제가 지난 24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금속노조 경남지부를 비롯해 각 시민단체, 정당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추모제는 지난 2009년 쌍용차 투쟁 이후 세상을 등진 14명의 노동자와 가족, 지난달 고인이 된 조00 쌍용차 창원지회 조합원을 추모하고, 산자들의 투쟁결의를 높이는 자리로 이어졌다.
이태환 쌍용차지부 창원지회 부지회장은 “죽음의 향내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죽은 이들에게 공장복귀의 염원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반노동 정권의 쌍용차 탄압 이후 공장에서 쫓겨난 쌍용차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자의 신분으로는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희망퇴직자들도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지향하는 정권에 의해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와 약속한 복직이나 사후 대책에 대해서는 무시한 채 쌍용차 자본만이 살아남기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는 결국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활고로 이어졌고,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에 추모제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몰아 버린 반노동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쌍용차 대책위 소속인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쌍차 사건은 공권력 개입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쌍용차가 약속(무급휴직자 복직 등 합의된 안)을 지키지 않는 것도 국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도 “이명박 정권은 이 참담한 현실에 일어설 용기조차 꺾어버린다”며 “이명박 정권과 쌍차 자본이 약속만 지켰으면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지역에서는 유가족후원을 위한 경남대책위가 꾸려진다. 오는 30일 발족 예정인 대책위는 4월부터 5월 1일까지 한달 간 단체 5만원 이상, 개인 1만원 이상으로 2천만원을 목표로 후원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고 조00 조합원 아내가 고인이 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글
△△ 오빠. 오빠가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구나. 이 펜을 들고 있는 이 상황이 그저 기가 막힐 뿐인데….
지금도 내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실감도 안 나는데….
속절없는 시간은 잘도 흘러가는구나. 오빠. 왜 그랬어. 왜. 조금만 참아 줄 순 없었을까.
만난 지 6개월만의 결혼, 결혼한 지 3년 9개월만의 사별.
그 사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두 아이들. 너무나도 짧은 이 시간에 우리에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고. 내겐 감당하지 못할 큰 고통이 됐어.
분명 내게 일어난 일이 맞기는 한 것 같은데…. 난 실감이 안나.
지금도 저 문을 열고서 "??야, □□야" 하며 환하게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은데….
내가 아무리 울어도 오지 않는 걸 보면, 오빠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건가봐. 내가 이렇게 우는데…. 기다리는데도 안 오는 걸 보면 말이야.
오빠가 발견되기 하루 전 우리 ?? 생일이었는데. 그 때까지도 돌아올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네 번째 생일을 아빠 없이 보내야 했어.
근데, 다가오는 우리 □□의 첫 돌은 어떻게 하지. 태어나서 단 한번도 아빠에게 축하받지 못하는 우리 가여운 아기를 어떻게 하니….
오늘도 "아빠 언제와?"하며 기다리는 우리 딸. 눈이 펄펄 오면 올거라 했는데…. 진짜 눈이 내리는 날엔 또 뭐라고 할까.
오빠. 너무해. 정말 너무해.
이 세상이 너무해. 희망퇴직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몸도 힘들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텐데도 "오빠 힘들지"라고 물으면 "아니야. 이게 뭐라꼬 하나도 안 힌들어"라고 했으면서. 그게 아니었나봐.
정말 많이 힘들고 지쳐가고 있었나봐. 나와 우리 아이들만으로 위로가 안될 만큼 힘들었나봐.
내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내게 한번만 기대 보지 그랬어.
오빠보단 많이 좁은 어깨지만, 그대로 한번쯤은 기대볼 만했을 텐데….
하루라도 안 보고는 안 된다던 우리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제 나 혼자 우리 두 아이를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험한 세상 속에 우리 아이들 지킬 수 있을까. 너무 겁나고 무서워.
오빠 보고 있지? 하늘나라는 어때? 이제 행복해? 고민도 없이 행복해? 그래 푹 쉬어.
일도 하지 말고 돈 걱정도 하지 말고 푹 쉬어. 우리 두 아이들 내가 지킬게. 오빠 몫까지 내가 지켜야지.
오빠 도와줄 거지?
내 생애의 가장 아름다웠던 4년3개월, 고마웠어. 그리고 사랑했어.
이 다음에,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너무 짧게 사랑하지 말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줘. 부탁이야. 다음 생애엔 꼭 우리 행복한 가정 이룰 수 있기를…. 오빠와 나의 꿈이었는데…. 다음 생애엔 우리 꼭 이루자 사랑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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