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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현장] 상경투쟁 나선 신아에스비 노동자들 -노조발-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97회 작성일 201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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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25일 서울 종로 1가 무역보험공사 앞에서 상경투쟁 중인 신아에스비지회 조합원들이 투쟁을 외치며 결의를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경국 부지회장, 강기원 대의원, 박재한 복지부장. 신동준
 
 
우리는 회사 살리려 애쓰는데
채권단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사람과 현장] 상경투쟁 나선 신아에스비 노동자들
newsdaybox_top.gif 2012년 04월 25일 (수) 김상민 btn_sendmail.gifedit@ilabor.org newsdaybox_dn.gif
“정말 이런 시위 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현장에서 배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싶을 뿐입니다.” 25일 낮 서울 광화문 한국무역보험공사 앞에서 회사 살리기를 위해 1인시위에 나선 강기원 금속노조 신아에스비지회 대의원이 하소연을 했다.
“2003년 입사할 때부터 신아에스비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만 했는데, 억울하게도 경영 비리 때문에 회사가 이지경이 됐습니다. 무조건 내 일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월차까지 쓰고 올라왔어요.” 강 대의원의 말에 울분이 느껴졌다.
 
 
 
 
▲ 4월25일 서울 종로 1가 무역보험공사 앞에서 신아에스비지회 조합원이 무역보험공사에 워크아웃 연장과 선수급환급보증 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동준
 
함께 상경투쟁에 나선 박재한 지회 복지부장은 “조선 경기가 불황이라 이 회사를 떠나 안정적인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은 이미 회사를 떠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1천명이 넘던 조합원 수는 현재 65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2008년부터 수주량 제로. 건조 중인 선박도 현재 두 척밖에 안남은 상태. 한 때 국내 8위, 세계 21위에다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던 통영 신아에스비(옛 SLS조선)의 초라한 현주소다.
 
 
세계 21위였던 신아에스비의 몰락
정경국 신아에스비지회 부지회장은 비극의 시작이 SLS그룹이 2005년 당시 신아조선을 인수하면서 부터라고 말한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아조선을 헐값에 사들인 후 뒷구멍으로 1조2천억원을 빼돌렸어요. 창원지검이 2009년 이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기소하자 창원지법이 징역 3년을 선고했죠. 이 과정에서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자금줄도 막히고 수주한 선박의 70%가 계약 취소를 당하기도 했어요.” 회사가 힘들어진 데는 조선 경기불황의 영향도 있지만, 핵심은 SLS 시절 비리 경영 때문이라는 게 정 부지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이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현재 신아에스비의 대주주는 지분 65%가량을 가지고 있는 한국무역보험공사다. 지회의 당면 투쟁 대상은 이제 채권단인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됐다. 이들이 상경투쟁에 나선 이유도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선수급환급보증(RG : Refund Guarantee) 발행과 워크아웃기간 연장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선박이라는 큰 생산품을 만들어 파는 조선산업 특성상 조선업체는 선주로부터 선박제작대금의 50~70%를 선수금으로 받아야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 시기에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는 지급 보증이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RG를 발행해 주지 않으면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회에 따르면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경기 불황으로 선박을 수주하면 할수록 오히려 적자를 보기 때문에 RG 발행을 안 하고 있다. 정 부지회장도 이 같은 현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회사 발전을 고려하면 다소 적자를 보더라도 일정 수준의 선박 수주가 필요하다는 게 지회 입장이다. “2013년 하반기부터 조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당장 이익이 좀 안 난다고 회사를 망하게 하면 노동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지금부터 투자를 하면 2014년경에는 회사도 노동자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눈앞의 이익만 고민하고 있어요.”
 
 
눈앞 이익만을 쫓는 채권단에 분통
“정치권도 만나보고, 통영시청도 찾아가고, 시민들한테 서명도 받고 노동자들은 회사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임금도 동결하고 복지도 축소했어요. 잔업 특근도 없다보니 30% 넘게 임금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런데 채권단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으니 나 참…” 정 부지회장이 분통을 터뜨린다.
이 같은 채권단 태도에 조합원들의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집회 때 지회 간부들 집결하라고 했음에도 간부들보다 많은 조합원들이 참가하곤 합니다. 조합원 집결 지침을 내리면 95% 이상이 모여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겠냐’고 물어오기도 해요.” 일부 조합원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도보 대장정을 제안했다. 지회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5월 2일부터 한 달 동안 통영에서 서울까지 국토대장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루 3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강행군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많아 지회는 체력테스트까지 해야 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조합원들 기세라면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통영시민들도 우리를 적극 지지해 주고 있고요. 최악의 상황에서 쌍용차 파업 때 같은 사태가 오더라도 붙어볼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지회 동의 없이 그 누구도 함부로 회사를 어쩌지 못합니다.” 정 부지회장이 힘주어 말했다.
현재 신아에스비 워크아웃 기간은 올해 말까지. 지회 입장에선 올해 안에 어떤 방향으로든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신아에스비 문제는 중소조선소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속노조 조선업종분과위원회 2012년 대정부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금속노조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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