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를 합쳐서 함성을 만들어 보자”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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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를 합쳐서 함성을 만들어 보자”
‘2012 생명평화대행진 우리가 하늘이다’ 경남 지역 노동자와 만나다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합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 우리가하늘이다’ 전국 순회 대행진단이 11일 경남 지역을 찾았다. 이들은 대림차․센트랄․쌍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각 사업장 앞에서 순회투쟁을 진행하고,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다양한 색깔의 깃발이 창원공단에 펄럭였다>
대행진단은 지난 5일부터 쌍용, 강정, 용산 문제와 더불어 다양한 이유로 삶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나고 차별당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붕괴되고 위협받는 공동체와 자연을 직접 찾아가 만나고 연대 투쟁하는 행진이다. 이들이 강정에서부터 출발해 제주, 목포, 순천, 대전 지역을 거쳐 우리 경남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이후 영남 지역과 경기도 지역을 순회한 뒤 11월 3일 18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행진단의 방문으로 창원공단은 다양한 사람들의 행진대열로 진풍경을 이뤘다. 평소 금속노조의 푸른 깃발만 보이던 창원 공단로에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반대’ 노란색 깃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빨간색 깃발 등 다양한 색깔의 깃발이 나타났다. 참여자들도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백발노인과 어린 학생들까지 다양했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만큼 이들의 목소리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작아진 호소였다. 5년여 전 용산참사의 모습은 우리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었지만 대행진단에 참여한 유가족에게는 여전히 눈 앞에 현실이었다.
권명숙(51) 용산유가족 권명숙(51)씨는 “우리 아이들이 생존권을 위해 목숨을 버린 가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행진단과 함께 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의 아버지가 테러범이 아니라고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용산 뿐만 아니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우리 기억에서 잊혀 간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반대의 목소리 역시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23번째 죽음을 불러 온 쌍용차 역시 현재의 삶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고통이었다.
또한 노조를 약화해 OEM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고 위법적 정리해고를 단행한 대림차, 지노위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을 거부하고 있는 센트랄, 해고 노동자의 죽음조차 외면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대행진단의 목소리와 아우러졌다.
안성익 대림차해복투 사무장은 “지난 2009년 해고 이후 회사는 매년 수백억의 흑자를 내고 사내하청 업체도 35개에서 60여개로 늘었다”며 정상화된 대림차의 상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복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허태혁 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노동부가 정리해고 사업장의 실질적인 감시, 감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서일까. 따가운 가을볕에 힘들어 질만도 할 텐데 대행진단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옳소!’, ‘맞아요!’를 외치며 연신 호응해 줬다.
<대림차에서 센트랄까지 걸어 온 문정현 신부가 센트랄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사업장인 센트랄 앞에서는 “죽어서 나가지 않는 한 명예퇴직 할 때까지 센트랄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라는 이은진 센트랄 부지회장(해고자)의 발언에 숙연해 지기도 했다.
대행진단은 쌍용차 창원공장 앞에 도달하며 기세가 최고조에 올렸다. 대행진단과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8일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한 23번째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김정운 대행진단원(쌍차 해고자)은 “23명의 노동자와 그리고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해고된 노동자들의 삶도 함께 주목해 달라”며 “강정이 5년5개월, 용산과 쌍차가 4년째다.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행진단이 쌍용차 창원공장에 도착한 시간은 때마침 퇴근시간이었다. 정문 앞에는 퇴근버스가 정차해 있었지만 웬일인지 퇴근하는 노동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렵다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잔업에 들어간 것 같았다. 같은 쌍용차 노동자라도 한쪽에서는 잔업을 위해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하고, 한쪽에서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해고를 철폐하라고 밥도 못 먹고 호소하는 안타까운 풍경이 펼쳐졌다. 참다못한 참가자가 작은 손깃발을 펼쳐 들고 현장 앞에 섰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노동자들에게 깃발 문구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신천섭 경남 지부장은 “자본은 지금도 의자놀이를 하고 있다”며 “힘을 모으지 않으면 자본의 야만, 국가폭력,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없다”며 동조했다.
대행진단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모였다. 하지만 작은 풀벌레의 소리가 모이면 세상을 깨우는 울음 소리를 내 듯이 이들의 ‘아우성’은 전국을 거쳐 올라가며 ‘함성’으로 모아 질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 듯 대행진단의 어른격인 문정현 신부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구석은 우리다”며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를 합쳐서 함성을 만들어 보자”고 결의했다.
대행진단의 발걸음에 ‘함성’의 기운이 뒤따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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