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기획)조선소를가다2/“30만 명 생존권 이대로 두고 볼 겁니까”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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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명 생존권 이대로 두고 볼 겁니까” | ||||||||||||||||||||||||||||||
[조선소를 가다 2 경남지부 STX조선지회] 적막한 조선소, 노동자들만 고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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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이 있어도 일을 못합니다.”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 조선소 곳곳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블록이 있다. 현재 수주 계약을 체결한 물량도 120척 정도 있다. 일손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해야 할 때다. 하지만 공장 크레인은 멈췄고, 시끄럽게 작업이 진행 중이어야 할 작업장에는 사람이 없다.
“밖에서 보면 배도 가득 있고 망치 소리도 들리고 하니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 안을 보면 예전과 다릅니다. 전에는 일하러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 셀 수도 없고, 이 길도 귀마개 안 하고는 지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조선소를 돌아보면서 STX조선지회 한 간부가 달라진 상황을 설명한다.
STX조선은 현재 외자재와 페인트 등 필요한 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박진수 지회장은 “자재 대금을 내지 못하니 납품이 안 된다. 자재가 안 들어오니 선행 공정부터 현장이 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페인트가 없어 도장 작업을 못해 블록 탑재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종일 바쁘게 블록이 오고가고 물류 흐름이 보였던 예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
자재 없어 멈춘 공장 작업이 줄어드니 노동자들 생활은 바로 타격을 받고 있다. 박 지회장은 “조선소 노동자들이 임금 많이 받는 것 같지만 결국 다 잔업, 특근해서 자기 몸 축내가며 먹고 사는 것”이라며 “잔업, 특근이 없어지니 당장 임금이 70~80만원씩 줄어들고 그 돈으로는 생활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던 노동자들은 야간 출근이 대부분 없어졌고, 이로 인해 임금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7시가 되면 조선소가 적막합니다. 지역 전체가 조용해지는 느낌입니다.” 박 지회장은 이러한 공장의 변화가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생계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박 지회장은 “4월 자율협약 체결 이후에 임금은 75% 수준으로 줄고, 상여금은 체불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은 수석부지회장은 “협력사 노동자들은 그마저도 못 받고 두 세 달씩 임금 체불된 곳도 있다.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니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그 노동자들도 이곳에서 배를 만드는 주요한 작업을 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공장이 정상으로 안 돌아가면서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안타깝다.”
박 지회장도 “5월 하순 70명이 사직서를 냈고, 5천 여 명의 협력사 노동자 중에도 이직을 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STX조선에 납품하는 주변 1,400여 개 협력사도 연쇄 부도가 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 가족까지 합쳐 30만 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그런데 채권단은 시급한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지회장은 채권단의 태도를 지적했다.
임금 체불, 살길 찾아 STX조선은 3월29일 유동성 위기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 4월 초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 체결에 관한 동의서를 받고 최근까지 자산, 부채 등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했다. STX조선지회는 STX엔진, 중공업 등 STX그룹 노동조합 공동으로 4월과 5월 두 차례 채권단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 지회장은 “당장 현장을 돌려야 하니 자재 공급을 위해 긴급하게 지원자금 4천 억 원 지원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이마저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며 “이 상태라면 다음 달 휴업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장 돌아가게 역할 해야 할 채권단은 급할 게 없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본협약 체결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박 지회장은 “지금껏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을 체결한 사업장의 경우 모두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형태였다”며 “하지만 우리는 인적 구조조정이나 복지 축소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지회장은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 없는 경영정상화가 우리의 요구다. 한 번 양보하면 채권단은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회 입장을 밝혔다.
이창은 수석부지회장도 “언론에서 먼저 경영정상화를 얘기하면서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식의 얘기를 흘리고 있다”며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가 가장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지회장은 “경영진의 잘못으로 이 상황이 됐다. 채권단도 무리하게 지원한 책임이 있다”며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력하는데 채권단은 자신들 책임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무조건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구조조정, 복지축소… 노동자만 고통 전가 “조선업 호황일 때 한 달에 몇 백 억 원씩 벌어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회사 잘 나갈 때는 해외, 외부 투자에만 열 올리고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개선이나 복지 확대 요구는 외면했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지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 아니냐.” 박 지회장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STX조선 지회의 주장이다. 현재 한국 조선업계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이는 선주가 배를 인도받을 때 금액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배를 제작하기 위한 자금을 업체가 미리 조달해야 한다. 박 지회장은 이 같은 계약 방식 자체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 차원의 결제방식 전환과 제작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지회장은 “현재 계약 방식 상 작업 공정에 필요한 제작비 80%는 사채를 써서 조달하는 상황이다. 매년 3천 억 원 정도 이자를 내야 한다”며 “정부가 국가 기간산업이라면서 조선업 나 몰라 하니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황일 때 무조건 산업 키워놓고 지금은 지원도 대책도 없습니다. STX조선 관련 30만 명, 아니 조선 관련 노동자 전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박 지회장은 STX조선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또 한 번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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