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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산인프라코어 복직투쟁 박병화 조합원(금속노동자 ilabor.org)
작성자 콜트빨간모자
댓글 0건 조회 1,738회 작성일 20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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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힘 약해지면 단협도 무용지물”
“현장의 활동가들도 사실상 문제다”  
[인터뷰] 두산인프라코어 복직투쟁 박병화 조합원

2011년 06월 23일 (목)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7개월 째 인천 두산인프라코어 정문 앞을 지키고 있는 박병화 조합원. 지난 해 11월 말 해고됐다. 그는 부당해고라 항의하며 그 뒤부터 회사 정문 앞에서 이른바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회사가 박 조합원을 해고한 것은 2007년 같은 지역의 콜트악기지회 투쟁과 관련해 박 조합원이 2010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2007년 당시 박 조합원은 금속노조 인천지부장이었다.

“누구에게 얘기하더라도 정당한 싸움이다. 직책을 떠나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와 연대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하지만 회사는 박 조합원을 해고할 때 그 근거로 노사 간에 맺은 단체협약을 들었다.

두산인프라코어 단체협약에는 금고이상 형을 받은 조합원을 당연퇴직 처리한다고 돼 있다. 이 회사에서 이 단협조항을 적용받아 해고된 조합원은 박 조합원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인 전재환 조합원도 같은 단협 조항이 적용돼 두산인프라코어 회사로부터 해고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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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21일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앞에서 박병화 전 인천지부장이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회 조합원들과 지역 진보신당원들이 함께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동준

7개월 째 외로운 싸움

단체협약에 ‘당연퇴직’ 조항을 명시한 것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를 저지른 조합원에 대한 조치가 그 취지였다. 물론 다른 사업장에서는 “노조활동은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달려 있기도 하다. 두산인프라코어지회(지회장 염창훈)도 이러한 문구 삽입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구 여부가 중요하진 않다.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힘을 잃는 순간 단체협약조차 회사 손아귀에 있을 뿐이다.

박 조합원은 “이런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장조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산 자본의 노무관리는 악명이 높다. 조합원 성향 파악에 따른 관리 통제, 중식집회나 파업 집회 시 조합원 조기 퇴근 등을 통한 집회 방해, 노조활동 동참 조합원 불이익 처분 등.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탄압이 전방위적이라는 게 박 조합원의 설명이다. 그 결과 박 조합원은 지회의 현장조직력은 실제로 많이 무너져 있다고 덧붙인다.

이러다보니 회사는 “조합원 고용에 관해서는 노조와 합의하여 시행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은 오히려 쳐다보지도 않는 행태를 최근 연출하고 있다. 노조활동가 솎아내는 데는 단협조항을 꼼곰히 들쳐보면서도 조합원 고용에 대해서는 단협조항을 애써 무시하는 형국인 셈이다. 회사는 지난 4월 28일 이사회를 열어 지게차를 생산하는 산업차량 사업부문을 DIP홀딩스와 SC PE(제일은* 사모펀드)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에 매각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악명높은 두산 노무관리

산업차량 사업부문에는 조합원 1백 80여 명이 근무한다. 이 부문의 매각은 당연히 이들 조합원의 고용과 직결된다. 하지만 회사는 지회와의 단체교섭과 이와 관련한 노사 실무협의 중에도 불구하고 이곳 조합원 1백 80여 명에게 개별적으로 ‘전적동의서’를 강요했다.

박 조합원은 “회사가 너무 괴롭히니 견딜 수 없어 전적동의서를 작성해줬다”며 조합원의 이야기를 전한다. 박 조합원에 따르면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는 즉시 처음부터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지회에서 진행하는 신입조합원 교육은 진행조차 되지 못하게 철저히 방해한다는 게 박 조합원의 설명이다.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더 심하지. 처음부터 하는 얘기가 노조 활동 하지말라는 거니까.” 노조활동 경험이 봉쇄당한 신입사원들은 처음부터 노동조합에 벽을 쌓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박 조합원에게는 복직투쟁을 시작하는 것도 큰 각오가 필요했다. 박 조합원은 이 싸움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각오를 다지기 위해 5개 월 가량 새벽에 신문배달도 했다. “사실 정문에 서있으면 사원들은 거의 쳐다보지도 않는다. 조합원들도 부담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지. 복직 투쟁이야 혼자서 버티면서 할 수밖에 없지만 노동조합 상황마저 좋은 게 아니니 더 험난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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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화 조합원은 “사실 조합원들은 회사가 워낙 힘들게 하기 때문에 견딜 방법이 없다. 이 점에서 현장의 활동가들도 문제다”라고 꼬집는다. 그는 “조합원들이 언제나 기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현장에서 그런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며 현장 활동가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신동준

박 조합원의 싸움에 관심이 있어도 여기에 동참하면 회사에서 돌아올 불이익을 알기 때문에 쉽지 않다. 회사 관리자들이 현장에 “뭘 잘했다고 복직 투쟁이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흘리며 조합원을 흔들기도 한다. 공장 앞에도 회사가 집회신고를 늘 미리 해놓기 때문에 집회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 집회신고가 비어있을 뿐이다.

“현대제철지회 활동가들처럼”

지회 규칙에는 노조활동으로 인해 조합원이 불이익을 당할 경우 지회에서 ‘신분보장기금’으로 경제적 손실을 보장해 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대의원들은 “다른 사업장 투쟁 하다 해고됐는데 신분보장기금을 지급해 주는 게 맞냐”는 반발도 한다. “자기가 좋아서 나가서 싸우다 해고된 걸 왜 우리가 책임져야 되냐는 거지.” 박 조합원의 설명이다.

물론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런 반발이 나오는 것도 노조 활동이 위축된 결과다. 지회의 지역 연대 활동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회 집행부들이야 바깥으로 나가지만 현장의 대의원까지 같이 지역 활동에 나간 게 한 7~8년 됐고 인천지부 대의원대회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박 조합원의 설명이다. 단체협약 적용에 있어 이중적 잣대를 갖고 노동조합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에는 이같이 약화된 현장조직력이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박 조합원은 당장의 복직 투쟁보다 복직 이후의 투쟁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조합원은 “사실 조합원들은 회사가 워낙 힘들게 하기 때문에 견딜 방법이 없다. 이 점에서 현장의 활동가들도 문제다”라고 꼬집는다. 그는 “조합원들이 언제나 기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현장에서 그런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며 현장 활동가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현장 들어가서도 계속 싸워야지.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지회 활동가들처럼 안전화 굽 닳을 때까지 하면 되지 않겠어? 그렇게 헌신적으로 할 때 현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복직과 현장의 민주노조 되살리기, 앞으로 박 조합원이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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