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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정노예 아닌 인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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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69회 작성일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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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여성, 감정노예 아닌 인간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찰 … 여성노동자의 두 가지 굴레에 대한 인식과 배려 중요


 금속노조의 고위 간부가 성추행으로 사퇴하고 지도부가 사과했지만, 여전히 많은 노조 간부들이 여성을 동지가 아니라 남성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감정노예’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사건이 또 터질 가능성이 많다.


  노동자들 중 일부는 노래방에서 노래방도우미를 불러서 흥겹게 하는 일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긴다.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은 돈 얼마를 받고 ‘감정노예’들로서 남성들의 흥겨운 기분을 맞춰주게 된다.


  강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성들의 몸을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접촉하는 성추행, 성희롱 같은 것도 아무런 의도가 없는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무시하고 여성들이 강력하게 제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동적으로 이런 상황을 감내하는 것이 다반사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은 대부분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여성들은 인간적,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추행, 성희롱 등을 숨기거나 넘어가는 것이 많다.

  여성 의대생?전문의 10명 중 2명이 성희롱을 당했고, 여성연기자 60%가 성접대 요구를 받았다는 조사가 있다. 여대생들의 33%가 성추행을 당했는데, 가해자들 78%가 선배였다.


  여대생들이 성추행을 숨기는 것은

▲가해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66.9%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17.9% 등이다. 심지어 아동성범죄 가해자의 42.8%가 아동과 아는 사람들이다.

  성희롱, 성추행 등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아주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노래방 도우미, 성희롱 모두가 여성들의 의견과 감정을 모두 무시하는 ‘감정노예’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명인간’ 혹은 ‘감정과 의견이 없고 오직 다른 사람(주로 남성)의 감정을 맞춰주는 감정노예’ 같은 방식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상호소통하는 민주적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강압적인 소통방식이기도 하다.


  남성>여성=사장>노동자


  사실 이런 방식은 사장,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비슷하다.

  사장들은 노동자들이 감정, 의견이 있다는 것을 성가시게 생각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 감정, 의견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게 하려 한다. 군대, 경찰 같은 강압적문화가 있는 곳 뿐 아니라 학교처럼 위계질서가 심각하고 권위적인 곳에서는 더욱 심하다.


  “노동자는 …노동하지 않을 때 자신을 느끼고, 노동할 때는 자신을 느끼지 못 한다. 노동하지 않을 때는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노동할 때는 편안하지 않다.…인간(노동자)은 동물적인 기능들, 먹고, 마시고, 생식하는 것에서만, 그리고 기껏해야 집에 있을 때나 옷을 차려 입을 때만 마음대로 행동한다고 느낀다.”(칼 마르크스)


  이런 비인간화를 깨뜨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자발적 투쟁이다.

  보통 집단적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은 사장, 관리자들의 강압적, 권위적 질서를 깨뜨리고 하나의 대항 세력으로 집단화한다. 개별노동자라면 손쉽게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로지 집단적 투쟁으로는 가능하다.


  즉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같은 실질적인 요구 뿐 아니라 사장 및 관리자들이 자신들에게 행하는 억압, 소외까지 깨뜨린다. 투쟁은 노동자들을 ‘노예’에서 ‘자기 자신을 깨뜨리면서 해방주체’로 새롭게 변신하도록 한다.


   여성노동자 두 개의 굴레


  그런데 여성노동자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감정노예’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투쟁이 하나 더 필요하다.

  모든 특권을 누리고 있는 재벌가 여성들이나 중간계급 여성들이 아니라면,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갖는 소외, 착취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굴레를 더 갖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양육과 가사노동을 거의 반강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한국 여성노동자들은 남성 임금 대비 62% 임금밖에 받지 못 하고 있다. OECD 평균 82%보다 뒤쳐진 최하위권에 속한다.


  심지어 외형이 여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만 15~24세 여성의 경우 74퍼센트가 넘게 다이어트나 운동 등의 방법으로 체중감 량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일부는 다이어트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49세 이하 1,1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형수술 비율이 15.4%였다. 이중 일부도 역시 성형부작용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자체가 사고파는 상품이 됨으로써 심각한 자기 존엄성과 인간성이 훼손되는 일들이 아주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성매매는 여성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끔찍한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의 이중 굴레, 즉 노동자와 여성 모두의 굴레를 벗기 위해서는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자본과 정부에 맞선 투쟁 뿐 아니라 여성의 굴레를 벗기 위한 투쟁도 함께 벌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자발적인 투사들이라는 점은 세계노동자 투쟁에서 보여줬다.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자투쟁과 주저없이 함께 했지만 노동자운동이 패배할 때 남성들보다 더 심각한 패배와 분열을 겪었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노동자혁명으로 기록되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포문을 대담하고 용기있게 연 것은 페트로 그 라드 여성방직 노동자들이었다.


  절반의 여성 동지에게 더 많은 배려를


  이런 혁명과 투쟁을 통해 러시아혁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했고, 배우자 중 한 명이 요구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간단히 이혼할 수 있는 자유, 낙태의 자유뿐 아니라 간통, 근친상간, 동성애 금지를 형법에서 삭제했다. 상속권이 폐지됐고, 분만원, 보육시설, 학교, 공동식당, 공동세탁소 등 ‘여성의 일’을 국가가 책임졌다.


  여성해방이 노동자투쟁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해방을 위해 남성노동자들이 더 많이 의식적으로 여성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투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노래방 도우미든 부인이든 여성조합원이든, 정규직여성이든 비정규직여성이든 여성 그 자체에 대해 ‘투명인간’, 혹은 돈이나 친밀한 관계를 대가로 하는 ‘감정노예’로서가 아니라 더 의식적인 투쟁을 통해 여성해방을 위한 한 걸음을 딛고 나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을 동지로 만들기 위해 남성노동자들이 성추행, 성상품화에 놓여진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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