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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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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노동운동의 위기를 말씀하십니다.
노동조합, 노동운동이 어려움에 처한 것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답은 없는 것일까?’
저의 고민의 하나입니다. 어제 중앙체육공원에서 집회 후의 상황 속에서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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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체육공원 집회 후, 거리행진이 바로 이어지면서 집회장 청소 등 뒷정리가 안 되었습니다. 널려있는 물병, 신문지, 담배꽁초, 손피켓, 집회용구 등 ,,,,
저를 포함한 지부 실무자 몇몇이 남아 있다가 뾰죽한 해결책이 없어 ‘용역부르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집회물품을 지부 사무실로 이동시켜야 하는 관계로 공원을 떠났습니다. 혼자 남았습니다. 공원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청소도 안하고 간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릅니다. “노동자들이 그러면 되요?” 용역은 30분이나 넘어서 온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나 혼자 이 넓은 것을 어떻게 청소하라고, 30분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행진 대열은 가고 있는데...’ 마음속에서 온갖 불만이 싹트기 시작하였습니다.
“용역불렀어요, 기다리셔요!“ 이렇게 아주머니에게 소리쳐 답하고는 그 넓은 공원을 혼자서 청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혼자서 날려가는 신문지를 쫒아가서 줍고, 물병의 물의 빼고 종이를 푸대에 담고 하고 있으려니 저쪽 구석 나무그늘에 남아있던 모 지회의 간부가 와서 돕습니다.
“혼자서 하십니까?” “용역 불렀어요. 오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있어야 할 것이라서...”
같이 줍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을 보고 이것을 보고 공원 구석에 있던 몇몇이 더 붙었습니다. 일에 속도가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원 구석구석에 남아있던 분들이 거의 다 붙어서 쓰레기 청소를 하였습니다.
일은 수월하게 되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30~40분 넘어 용역 몇분이 왔습니다.(오해할까봐 덧붙이는 데 한 분이 먼저 왔었습니다.) 청소한 우리 조합원들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보내고는 용역 분들에게 나머지 일을 인계하였습니다. 용역 분들에게는 그것이 밥벌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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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이 부딪친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참고 혼자서라도 시작하면 그 고생하는 것을 보고는 한사람 두사람 붙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에는 모든 조합원이 붙게 되는 것이다.’
‘그 일이 옳은 일이라면 비록 소수라도 끈질기게 하다보면 반드시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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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입니다.
결국 답은 우공이산밖에는 없었습니다.
다 같이 안한다고 화낼 일도 아닙니다.
안될 것이라고,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일도 아닙니다.
이전에 보니까 한꺼번에 같이할 때만이 해결되었다고 처음부터 ‘한꺼번에 같이’만을 고집할 일도 아닙니다.
어리석은 것 같았던 한 늙은이만이 산을 옮겼습니다.
다시 한번 우공이산에서 배웁니다.
가르쳐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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