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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보다 열광적인 투쟁을 위해
작성자 미쳤어
댓글 0건 조회 2,880회 작성일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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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월드컵보다 열광적인 투쟁을 위해


  2010년 월드컵에 대한 단상 … 초라한 투쟁?관성화된 노동문화 반성 계기로


 어김없이 월드컵 열광이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2002년도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한국전이 있는 날, 도심은 폭격을 맞은 도시처럼 조용하고, 간간히 들려오는 환호 소리로도 누가 골을 넣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월드컵은 대부분의 문제를 빨아 삼키는 블랙홀과도 같은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남성 노동자들과 축구에 관심 있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즐기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월드컵의 상업성을 이야기하고, 월드컵이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함께 보수정치세력들의 치부까지 잊게 만들고 있으며, 축구공 자체를 제작하는데 엄청난 아동노동 착취가 있고, 일부 유럽 축구 그룹들의 유래가 노동자들과 연관이 있음을 강조하는 기사가 없지 않다.


  많은 노동자들이 알지는 못할 지라도, 이러한 사실들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2006년 월드컵에서도 제기되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그렇게 새로운 내용이 되지 않는 듯 하다. 실제 그렇다. 월드컵이 뭐가 대단해서 본다기보다, 월드컵 한다니까 그냥 보는 것이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모여서 응원한다는 그 맛이 있고, 다음날 동료들과의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니까 보는 것이다. 여기에다 월드컵이 노동자 투쟁을 흐리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뭔가 설득력 없는 이야기만 하는 꼴이 되는 듯 하다.


  월드컵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려지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2002년 2006년에는 그런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10년 오늘 노동자 투쟁이 월드컵에 가려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가 투쟁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오프제가 날치기 통과되도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목소리에는 이제 어떤 강열함도 보이지 않는다. 파업일정은 잡혀 있어도 이것이 정말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거라도 해야 되니까 하는 것인지 의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이전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했다는 사람이 민주당 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에 버젓이 들어가는 것이 거의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노동운동, 무엇을 하자고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로 흐지부지하게 만드는  고착화된 민주노조운동의 구조 속에서 월드컵의 반노동자성을 외친다는 것이 우습게 보이는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노동자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경기를 본다고 수십만의 인파가 몰리면 가족들까지 데리고 나와 즐기는 상당수의 노동자들에게, 우리 노동운동이 진정한 노동자 문화를 제시해준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수천명 모이는 집회에서는 똑같은 인물, 똑같은 발언이 계속되고, 정세적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고, 소수로 남아있는 노동가수들의 열정은 그냥 무대에 오르는 대중가수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너무 푸념만 늘어놓은 것 같기도 하지만, 솔직한 나의 느낌이다. 그렇다고 절망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이후 불과 수 년 만에, 그 광폭한 반공주의 속에서도 419혁명이 일어났고,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속에서도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고, 친자본세력인 이명박 정권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어도 불과 1년 만에 촛불투쟁을 만들어 낸 것이 우리 민중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숨은 저항의지를 간파하고 있다면 월드컵의 열광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형태의 투쟁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느낀다. 나는 자본의 노동착취가 사라지지 않는 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역사의 객관적 법칙을 믿는다. 월드컵의 열광보다 수 백 배는 더 흥미 있고 긴장되며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중투쟁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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