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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산별
악법 침묵, 반역 묵인하는 방관자
8월 투쟁 넘어 노조법 재개정 투쟁으로 … 기아차?15만 금속노조 파업 나서야
금속노조는 지금까지의 투쟁에서 1백여 곳에서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현행유지’를 관철했다고 한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성과지만 궁극적으로는 법 재개정을 반드시 해야 하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법은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번 임단협에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간부들이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법을 깨는 투쟁은 이미 우리가 1996년 노동법 투쟁에서 경험했던 바가 있음에도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이유는 상대가 이명박이니까 어렵다는 것이다. 또 96년 투쟁에는 전 사회적인 호응이 있었지만 노동기본권 투쟁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귀족 노조 간부들의 임금 문제’로 한정되어 있기에 전 사회적인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명박이니까 노조법 재개정이 어렵다고?
그러나 이것은 핑계일 뿐이다.
96년 날치기 통과된 노동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복수노조’였다.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촉발되었고 이에 자본과 정권이 그에 대한 대응으로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덧붙였으며 정리해고나 파견법, 변형근로시간제 등이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 문제 등이 쟁점이었다. 물론 민주노총은 투쟁을 확산시키고 조합원들의 동참을 글어 내기 위해 정리해고와 파견법 등을 주요하게 이슈화했다.
그러면 이번 투쟁은 어떠한가?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것이다.
금속노조도 조합원 교육에서 이번 노동기본권 사수투쟁의 배경은 궁극적으로 노동유연화를 실현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투쟁 역시 노동유연화(고용유연화, 임금유연화, 노동시간 유연화, 비정규직 무한 양산)를 적극 부각시킴으로써 전체 노동자 대중의 참여를 촉발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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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화 비정규직 무한양산을 부각시켜야
물론 이를 민주노총 차원에서 전개해 나가지 못한 것은 참으로 큰 패착이었다. 매번의 투쟁의 시기를 놓쳐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안 되는 싸움인가?
아직 희망이 있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투쟁을 벌인 금속노조의 많은 사업장들의 예를 볼 때 간부들이나 조합원들이 이 투쟁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1년 또는 2년 유예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큰 투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 노동조합 운동의 원리를 다시 되짚어 보아야 한다. 바쁠수록 철저히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투쟁은 어떻게 가능한가? 지금 현장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투쟁이 가능한가? 투쟁을 주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다.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대한 두려움, 그나마 있는 직장(수익)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투쟁보다는 일이 있을 때 잔업 특근 하나라도 더 해서 돈을 벌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 두려움을 더욱 고착시키고 있다. 특히 법에 대항한 투쟁은 간부들에게 구속과 해고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간부들의 두려움이 더욱 크다.
그러나 이렇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이상 앞으로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임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전임자에게 임금이 제대로 안 주어지는데 누가 간부로 활동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노조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다른 길이 없다. 오직 이 상황을 뚫고 최소한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 정도는 보장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총파업이 유일한 방안이다. 자본과 적당히 서로 눈감아 주는 타협을 하면 그것은 이제 민주노조를 포기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조의 포기는 간부들에게는 생존이 보장되지만, 그것도 잠시다. 전체 조합원들에게는 향후 더 나은 노동조건으로의 길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투쟁을 하려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연대를 통한 정면 돌파’ 밖에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쳐 박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쳐 박는 것 자체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쳐 박는단 말이요?” 하고 즉각 반박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조합원 대중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 기실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게 이 자신감을 불어 넣기 위한 조직활동에 다름 아니다. 평소부터 꾸준히 이런 자신감을 불어 넣고 굳게 하는 활동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 전쟁이 터진 상황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다, 조합원들을 끌고 당장 나가야 하는데...
조합원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당장 두려움을 깨려면 더 큰 두려움을 깨우쳐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사람은 더 큰 두려움에 의해 움직인다. 의사에게 “당신 이제 담배 안 끊으면 죽어요”하는 말을 듣고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많다. 담배 피우는 행위는 일종의 중독인데 중독은 곧 어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심리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그 어떤 두려움 보다 더 큰 두려움(죽음)을 인식할 때 더 큰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에게도 노동기본권이 잔업 특근 보다 더 중요함을 더 많이 선전해야 한다. 금속노조에서, 각 지회에서 나름 열심히 선전하고 교육했다고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아직도 노동기본권 투쟁에 대해 공감이 멀다고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간부들의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간부들의 태도를 보고 따라 나선다.
작은 싸움들을 이미 승리한 지회는 새롭게 간부들을 추스르고 간부들이 앞장서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래야 8월 투쟁에서 희망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자신감은 상대의 약점을 알 때 더욱 높일 수 있다. 지금 자본과 정권도 어떻게 될까 하며 관망하기도 하고 노동자들이 거대한 투쟁으로 일어 설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가진 게 없는 노동자들의 두려움이란 ‘까짓것!’ 해버리면 털어 낼 수도 있는 순진한(?) 면이 있지만 지본과 정권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그들이 추구하는 지배와 이윤 축적에 대한 불안으로 강한 집착만큼이나 강렬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지금 저들의 두려움이 우리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를 조합원들에 적극 알려야 한다. 그로 인해 그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지금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96~97파업 신정 지나고 다시 폭발
1996년 노동법 날치기 저지 투쟁 때도 처음 총파업 돌입 후 며칠이 지나고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파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었다. 그러나 신정 휴가를 지나고 나서 잠시 주춤하던 파업참가 숫자는 토, 일요일을 지난 월요일부터 더 많은 사업장과 조합원들이 참여하면서 폭발적인 투쟁으로 변해갔다.
특히 이때 처음 파업대오를 형성했던 금속 등 제조업이 부분파업으로 완급조절을 하는 숨고르기를 하고 대신 병원, 방송, 의보 등 사무전문직 노동자들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이는 이번 투쟁에서도 금속이 어떻게 전체 투쟁의 돌파구를 열어나가야 하느냐는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투쟁은 단지 ‘노동기본권 사수’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으로는 사무전문직 노동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공공부문 민영화와 비정규직 무한 확대 등 공공부문의 주요한 관심과 쟁점을 중심으로 의제화하는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 전임자 임금금지가 노리는 궁극적인 목표를 까발리면서 전체 노동자들을 조직하자.
침묵은 반역 묵인하는 공범자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잘못은 ‘누군가가 나서 주겠지’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기다림이다. 자본과 정권만이 역사의 대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역시 침묵으로써, 저항하지 않는 무위로써 그들의 반역을 묵인하고 있는 공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간부들이 두려움을 걷어 내고 일어서자. 모두가 노예가 되고 나서 그 때 모두가 일어설까? 아니다. 거대한 폭력 앞에 더욱 더 쪼그ㄹㅏ들 뿐이다. 하나하나 투쟁을 통해서 만들어 갈 때 마침내 모두가 어깨 걸고 투쟁하는 거대한 투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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