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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범죄자,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작성자 경남노동자신문
댓글 0건 조회 3,328회 작성일 201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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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범죄자,테러리스트가 아니다

- G20을 빌미로한 이주노동자 강제단속과 추방을 멈춰라 -

지난 5월부터 시작해서 법무부는 ‘불법체류외국인 출국지원프로그램’과 동시에 대대적인 강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경찰, 노동부 등 정부 합동으로 강력단속을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서울지방경찰청은 한술 더 떠서 외국인밀집지역 단속에 형사, 외사, 지역경찰, 기동대 등을 최대한 동원해 민생치안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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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단속, 추방에 항의하며 7월 2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서울경인인천 이주노동자
                                
합 미셸 파울로 위원장. 8월 6일엔 갑작스레 피를 토해 병원 중홙자실에서 치료를
                                
도 했으나, 퇴원 후 계속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참세상)

공포탄과 그물까지 동원한 단속

집중단속기간 중에는 언제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단속목표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공무원들은 공포탄과 그물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쓰게 되고,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다치고 죽어 간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 지역에서 항의집회와 캠페인, 농성이 잇따랐고, 미셸 파울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7월 25일부터 시작해 단식 중이지만 법무부의 강한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 이미 5월 6일부터 7월 31일까지 6,370명이 단속되었다.

법무부가 강제단속과 함께 실시하고 있는 출국지원 프로그램이란 자진 출국하는 이들에게는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입국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속된 이들에게는 강제출국은 물론이고 별도의 벌금까지 물리고 있다. 별도의 벌금까지 더해 위기감을 키워 보자는 것일 텐데, 단속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항공료가 없어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보호소에 장기 구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정책은 기가 막히다 못해 우습다.

그러나 현실성 없는 정책의 결과는 씁쓸하다. 단속되고, 바로 벌금을 무는 이들은 바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고, 벌금을 물 능력이 없는 이들은 보호소에서 십수 일을 버티면 돌려보내준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체불된 임금을 받아서 벌금을 챙기고 돌려보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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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회진보연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잠재적 범죄자?

조금만 생각해 보면, 미등록 체류자들이 무슨 시한폭탄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만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둘도 아닌 수십만 명인데 공무원들이 다른 업무를 제쳐놓고 떼로 몰려다니며 잡으러 다니는 것은 좀 이상하다. 특히 이번의 집중단속은 더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최근 1~2년 사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미등록 체류자 수는 점점 줄고 있었는데 말이다.

법무부가 이번 강제단속의 명분으로 내건 것은 G-20 정상회의의 안전개최와 체류질서의 확립, 민생치안 확보다. 체류질서 확립은 그렇다 치고, G-20 정상회의의 안전한 개최와 민생 치안 확보? 결국 이번 단속의 배경에는 미등록 체류자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거나 잠재적 범죄자라는 도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미등록 체류자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에 교통신호조차 어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도식은 ‘불법체류자’는 몰래 숨어 들어와서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어서 돈을 벌어 가는 이들이라는 이미지와 결합해 반인권적인 강제단속이 사회적으로 묵인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등록 체류자, 더 나아가 전체 이주민, 혹은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정책은 신자유주의적 정부 일반의 공통된 특징이며, 특히 9.11 이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극소수 부유층과 자본의 이해관계를 전면적으로 대변하면서 다수에게 신뢰를 잃은 이들 정부들은 반발하는 이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감시사회와 치안국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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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주노동자노동조합)

감시사회로 가는 길

감시 사회는 감시하고 배제해야 할 잠재적 범죄자가 구체적 실체를 띠고 나타나야 유지될 수 있다. 미등록 체류자가 그 주요한 대상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들은 반발할 힘도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의 일부 계층에 대한 감시의 정당화는 결국 모두에 대한 감시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등록 체류자인지, 등록 체류자인지 얼굴에 씌어 있을 리 없으니 미등록을 찾아내려면 일단은 모든 외국인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과 내국인도 그리 쉽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결국 미등록을 솎아 내려면 모두를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인이거나 합법체류자인데도 무자비하게 단속, 구금된 후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풀려난 사례가 드물지 않다.

올해 4월 말, 미등록 체류자라는 ‘의심’만으로 일단 무조건 잡아서 구금해 놓고 나중에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단속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내국인 모두에 대한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개정되었다. 법 개정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강제단속이 미등록체류자,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반인권적 단속추방은 감시사회로 가는 길을 닦을 뿐 아니라 미등록 체류자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과 제도적 허점도 감추어 버린다. 자본은 값싸게 쓰고,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노동력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필요 없어질 때 버리기 좋도록 하려니 제도는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는 이주노동자들이 쏟아져도 3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못 찾으면 미등록 노동자가 된다. 3년에 3번 이상 사업장을 옮겨도, 신고기한을 하루만 넘겨도, 내라는 서류 하나만 빼 먹어도 미등록 노동자가 된다.

어쨌든 미등록 체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와 강제단속은 분명히 G-20 정상회의의 안전 개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회의장 안에서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것 뿐 아니라, 회의장 밖의 반발을 어떻게 막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노동자 ‘풍’의 내국인은 불심검문을 조심하고, 시위자 ‘풍’의 내?외국인은 강제단속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 이한숙 ((사)이주민과 함께 부설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

* 경남노동자신문 <호루라기> 준비35호 ( http://blog.daum.net/horurag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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