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금속산별
투쟁없이 비굴한 구걸만 남아
2010년 금속노조 노동기본권 평가 … 비정규직의 정규직 불신 씻어낼 절호의 기회
2010 금속노조 임단협 투쟁에서 결국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이 또 한 번 무너졌다. 투쟁은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과물과 투쟁 과정에서 얼마만큼 조직 강화에 도움이 되었느냐로 평가된다.
2010년 임단협의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의 성과는 무엇인가? 올해 투쟁의 가장 중요한 요구는 노동기본권의 사수였다. 이는 중앙교섭에서도 그렇고 지부집단교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에서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6월 말이라는 시한에 우리 스스로 발을 묶어 지회보충교섭에서 타결하라고 하였지만 결과는 이면합의, 비공개 합의 등 비정상적인 합의가 속출하도록 방치하는 꼴이었다.
현행유지는 사수가 아닌 유예일 뿐이다. 진정한 사수가 되려면 법을 개정하는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데 올해 투쟁의 경과는 연말 국회에서의 재개정이 가능할 지 점칠 수조차 없게 하였다.
이면합의 방치한 금속노조
또한 올해 임단협 투쟁 과정에서 조직력이 새롭게 강화되기는커녕 경제적 이해에 매몰된 조합원들의 정서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면서 노동조합의 지도력은 완전히 유실되었다.
경남지역의 대공장들에서는 “조합원들이 ‘현대자동차가 끝나는 것을 보고 하자’고 한다”며 투쟁을 계속 연기해 왔다. 또 현대자동차기 끝나니까 다시 “조합원들이 ‘기아차가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한다”며 조합원들의 정서를 핑계로 투쟁을 미루었다. 또 다른 지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올해는 투쟁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임자 임금에 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다”며 조합원들의 의식을 탓하면서 투쟁을 계속 회피해왔다. 결국 기아차가 타결되면서 기아차의 ‘공제수당’을 그대로 본받는 방식으로 타결을 짓고 있다.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라고 할 것은 “투쟁하지 않고 노동조합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비굴한 구걸뿐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다만 조합원들의 의사나 정서만 따라간다면 노동조합의 존재 의미가 없다. 올바른 지도가 없으면 노동조합은 그냥 침목모임이나 공제회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간부교육에서 민주성과 지도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민주성(대중성)이 없는 간부는 부족한 간부이지만 지도성이 없는 간부는 간부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지회든 지부나 조합 중앙이든 조합원들의 정서 운운하며 투쟁을 계속 회피하는 것은 결국 지도부의 의지가 박약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고 지도부의 수준은 그를 선출한 대중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
머지않은 민주노조운동의 궤멸
왜 이렇게 되었는지 철저한 분석을 통해 근원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고 고착화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궤멸을 보게 될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말 노동조합 운동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장기적인 준비와 단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조합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자.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선전 사업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매일, 매 순간 자본의 논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의식으로 무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하는 선전 사업이 필요하다. 조합 중앙의 선전 역량을 보충하고 각 지부와 지회가 함께 움직이는 선전 시스템을 구축하자. 그래서 소규모 지회에서도 보다 자주 전반적인 노동자 의식과 전망을 공유하고 투쟁에 대한 자신감과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탄탄한 밑바닥의 준비를 바탕으로 투쟁할 때만이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활동가
- 이전글민주노총 위원장 제정신인가? 미쳐냐?? 10.09.06
- 다음글기아차에 비정규직은 없었다 1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