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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더 많은 집회시위 자유가 필요하다
9.8 서초경찰서 집회신고 투쟁 공동행동 참가기 … 연대-직접행동 소중한 성과
지난 9월 8일 밤 8시경, 서울 서초경찰서 민원봉사실 앞마당에 집회신고서를 손에 쥔 이들이 일렬로 줄을 길게 이어 섰다.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텐트도 쳐졌고, 은박지를 깔고 밤샘을 준비하였다. 금속노조 소속 충남지부 동희오토지회 조합원들과 연대 단위, 뜻을 함께 하는 50여명의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학생들이 함께 나섰다. 이른바 ‘집회신고투’이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직접 실천으로 찾기 위한 공동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투쟁에 앞서 서초경찰서 정문 앞에서 ‘집회의 자유 가로막는 집회신고금지통고 취소 행정소송 및 집회자유 쟁취 24시간 철야 직접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민원봉사실 앞으로 갔을 때 한 무리의 청년들이 이미 줄을 선 채 버티고 있었다. 다름 아닌 유령집회,허수아비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현대기아차 회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었다
충남 서산에서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7월 12일부터 60여일이 넘도록 원청사용자성 쟁취, 해고자 복직, 노조 위한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농성장 침탈과 폭력 행위를 일삼아왔다.
돈으로 집회까지 사는 현대기아차자본
그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농성 및 집회 장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10여명의 용역들을 고용해 서초경찰서에 상주시키면서 위장 허위집회신고를 내어 현대기아차 본사 앞 6군데의 집회신고를 독점해왔다. 악랄한 자본이 돈으로 집회신고를 사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저항 공간마저도 빼앗아버렸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초경찰서는 현대기아차 자본의 의도에 충분히 화답하며 노동자들의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수차례 하였다. 그런가하면 충돌이 있을 때마다 노동자들을 연행하며 이 땅 자본의 주구임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
경찰의 연행 협박 방송과 슬그머니 사라진 용역
이런 상황에서 ‘집회신고투쟁’은 너무도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되었던 것이다. 밤 12시가 넘어서면서 우리는 집회신고를 접수받을 것을 서초서에 요구하는 방송을 하였다. 그러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더니 12시 30분경 경찰서 담당자는 앞에 줄 서 있는 용역들의 집회 신고서 3장을 받아들더니 ‘오늘은 3명만 받겠다’면서 사라져 버렸다.
공동행동에 참가한 우리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분노의 마음을 모아서 경찰서 측에 항의하였다. 다시 내리는 빗줄기도 우리의 의지를 사그러들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우리들을 향해서 돌아온 대답은 “지금 여러분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으며 민원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하겠습니다”라는 거듭된 경찰서 경비과장의 경고방송이었다. 그와 동시에 민원실로 들어오는 입구쪽을 경찰병력을 내세워 봉쇄하며 출입을 차단하였다.
밤샘 투쟁을 통해 얻은 소중한 성과
대체 누가 누구의 민원을 방해하고 있는 것인가? 줄을 서서 집회신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서 누가 누구에게 불법적인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인가? 공동행동 참가자들은 경찰서 관계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꿋꿋이 집회신고투쟁을 이어 나갔다. 그 사이 연행 운운하는 경찰 측의 방송이 있자 민원실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회사측의 용역들은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밤새워 진행되던 신고투쟁은 새벽 4시경 서초경찰서 측의 손들기로 마무리되었다. ‘동일단체 집회신고 대기 3명 초과 불인정, 회사 측의 허위집회신고 취하, 현대기아차 사측의 허위집회 신고장소 노조 집회우선권 인정’ 등을 경찰서 책임 담당자가 칼라TV 카메라 앞에서 직접 발표하며 확인하였다. 직접행동 참가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고서 9시간여에 걸친 실천을 이후 양재동에서의 현대기아차 자본을 향한 투쟁을 결의하면서 정리하였다.
이번에 진행된 집회신고투쟁과 그 결과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와 농성장소를 부분적으로나마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현실적 의미와 함께 경찰 측의 집회불허 방침과 자본의 거짓집회신고에 일정 정도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값진 소중한 투쟁의 경험을 우리들에게 안겨주었다고 판단한다.
향후에도 자본과 권력의 부당한 탄압과 권리침해에 맞서 집회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우리들의 직접적이고도 공세적인 행동과 투쟁들이 더 폭넓게 기획되고 전개되어야 함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꼈던 밤샘투쟁이었다.
헌법재판소 판결 거부하는 한나라당 야간집회 금지법
다른 한편으로 지난 2009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야간집회금지(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야간이라는 이유를 들어 촛불집회를 가로막고 탄압 해산시켰던 경찰에 대하여 제동을 건 것이다. 너무도 정당한 시민의 권리가 뒤늦게나마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09년 11월 ‘옥외집회 금지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정한’ 집시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야간집회 허용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촛불에 떨었던 이명박 정권이 불순세력, 사회혼란 운운하며 헌법재판소 결정마저도 무시하며 야간집회금지법을 다시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집회 시위의 자유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날이 갈수록 집회와 시위를 해야 할 이유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의 외침과 저항, 행동은 낮에도 밤에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행동, 아울러 부당함에 맞선 직접적인 불복종 실천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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