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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오토텍 투쟁에 연대를 - 현지 투쟁소식
작성자 노동자 연대
댓글 0건 조회 4,532회 작성일 2016-07-31

본문

[노동자 연대] 갑을오토텍 현장 취재
“기필코 공장을 사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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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spaper.org/article/17486?utm_medium=webpost&utm_source=webpost-gabeulautotech&utm_campaign=webpost-2016-07-31

이재환ㆍ장우성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7월 28일 현재 나흘째 공장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류 언론이 하나같이 ‘귀족노조의 이기적 파업’이라고 이 투쟁을 매도하는 가운데, 우리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전하기 위해 직장폐쇄 첫날 갑을오토텍 공장을 찾았다.

공장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리의 눈길을 잡은 것은, 공장 담벼락에 걸린 플래카드들이었다. “갑을자본, 노조 파괴 중단하고 당장 꺼져라!” 노동자들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 확실했다. 투박한 글씨로 길지 않은 몇 마디씩 구호가 적혀 있었지만, 갑을자본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느껴졌다.

지난해 여름, 사측이 특전사 출신의 용역깡패를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던 것이 떠올랐다. 사측은 이번에도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쫓아내기 위해 용역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주부터는 월급 5백10만 원짜리 ‘용병’도 모집하기 시작했다. 아산경찰서장은 ‘작년의 폭력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조합원 가족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요청하면 승인이 불가피하다’고 뻔뻔하게 답했다.

노동자들은 깊은 불만을 토했다. 이 참에 끝까지 싸워 ‘지긋지긋한 현실’을 끝내겠다고도 말했다.

“80년대 현대양행 때부터 일했어요. 내일모레 정년이지만, 후배들에게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같이 공장을 지키고 있어요. 노조가 없던 예전에는 공장장에게 쪼인트 맞으면서 일했는데, 회사는 노조만 없애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년에 회사가 용역깡패를 투입해 우리를 향해 폭력을 휘둘렀어요. 무지막지한 폭력에 동료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데….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도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뭉치기 시작했죠.”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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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라인 옆에 놓인 책상에는 얼마 전 법정구속을 당한 전 사장(갑을그룹 부회장) 박효상을 비롯해 악질 관리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정말 말도 못한 놈들이에요. 우리가 만들어 놓은 단체협약을 무너뜨리고 외주화를 시도하려고 해서 투쟁이 끊이지 않았어요. 깡패들을 공장에 들여온 걸 봐요. 갑을자본은 이 공장을 단 돈 160억에 샀는데, 지금은 값어치가 몇 배나 뛰었어요. 작년에 M&A 시장에서 대유그룹이 600억에 사겠다고 나서기도 했어요. 그런데 갑을자본은 1천억을 달라며 퇴짜를 놨죠. 회사 가치를 이렇게 높인 게 누굽니까? 이게 다 우리가 뼈빠지게 일해 만든 거예요.”

“우리 연봉이 9500만원이라고요? 그렇게나 받아보고 욕 먹으면 덜 억울하겠어요. 철야 뛰고 특근 뛰고 진짜 죽도록 일해야 그렇게 벌 수 있을까? 지금은 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이 늘었지만 잔업·특근이 없어 임금이 더 줄었어요. 자기들은 우리 등골 빼서 배를 불리고서 우리더러 ‘귀족’이니 뭐니 떠드는데 기가 막힙니다.”

갑을오토텍은 만도기계에서 출발해 1998년 부도 사태로 인해 만도공조㈜로 분리됐고, 2004년 미국의 모딘사에 매각되고, 다시 2009년 말 갑을그룹에 매각됐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험난한 풍파를 겪었다. “회사 이름이 벌써 다섯 번이나 바뀌었어요. 그러는 동안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끈질기게 싸워서 조건을 지킬 수 있었죠.”

그런데 몇 해 전에 애초 같은 회사였던 만도, 발레오만도에서 ‘직장폐쇄→용역깡패 투입→복수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노조 탄압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이것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특히 사측의 직장폐쇄와 침탈에 떠밀려 패배했던 만도의 경험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실책으로 여겨졌다.

“만도 동지들 얘기를 들어보면, 투쟁에서 패배한 뒤로 회사 다닐 낙이 없다고 해요. 동료들과 술 한잔도 맘 편하게 못한대요. 사측 스파이가 있을 것 같아서 맘 놓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거죠.”

“만도는 그냥 공장을 뺏겼어요. 그래서 패배한 거죠. 우리가 그 전철을 밟아선 안 됩니다.”

“여기서 밀리면, 숙련공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겁니다. 회사가 8+8 근무를 합의한 후에, 관리직으로 신규채용을 받아 야간조를 돌리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그 사람들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사람들이에요. 힘들어 죽겠다는 말도 자주해요. 그래서 다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각오로 공장을 지키고 있어요.”

가족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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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자, 가족들도 발 벗고 나서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이들은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연일 노동부, 아산경찰서, 시청 등을 돌며 악랄한 노조 파괴 시도를 규탄하고 용역 투입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아산경찰서 앞에서 가족대책위 주최 촛불문화제도 열렸다. 노동자들의 아내와 아이들, 연대 단체 활동가 등 1백여 명이 모였다.

“아빠한테 처음 쓰는 편지네요. ‘내일은 들어 오겠지’ 하며 아빠를 기다린 지 어느덧 20일이 넘었어요. 이틀 동안 엄마와 함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작년에 아빠에게 벌어졌던 그 끔찍한 일이 또다시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 여학생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마음 졸이며 아빠를, 남편을 투쟁 현장에 보낸 가족들의 심정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단단해 보였다. 가족들은 “우리가 유일하게 바라는 건 우리의 남편들과 아빠들이 다치지 않고 집으로 오는 것”이라며 용역 침탈을 함께 막자고 호소했다.

집회가 끝나고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다. 노동자들은 이미 7월 8일부터 이 더운 여름, 공장 안에서 농성을 하며 밤을 보냈다. 사측이 불법적으로 투입한 심야조(“불법 대체인력”) 생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들은 직장폐쇄 바로 전날 밤부터 생산이 전면 중단된 공장에서 숙식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농성을 시작한 지 20일이 넘었다.

다음날 오후, 금속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 지역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방문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주최로 열린 연대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파랑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참가한 학생들도 보이고, 대형 지지 팻말을 들고 참가한 연대 단체도 보였다.

공장 안 광장에 6백여 명이 모였다. 젊은 조합원들이 주축인 실천단은 대열 맨 뒤에 정렬해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조 사수하자!”, “갑을자본 박살내자!” 2013년경부터 입사한 신입사원 50여 명이 실천단으로 모여 있는데, 이들은 매일 같이 공장 안을 순회하며 투쟁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형님들은 아우들이 자기 거점을 지나갈 때마다 박수를 치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형님들은 입이 닳도록 아우들을 칭찬했다. “우리 투쟁의 보배들입니다.”

집회에선 연대 호소가 이어졌다. 용역깡패들이 갑을오토텍 공장을, 민주노조를,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짓밟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뙤약볕에 얼굴이 발갛게 익었지만, 집회 대오는 시원한 생수 한 병씩을 들고 연대를 결의했다.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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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마치고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다시 각자가 맡은 거점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는 노조 집행부의 도움으로, 이날 투쟁에 연대하러 참가한 노동자연대 회원 12명과 공장 안을 한 바퀴 돌며 구호를 외치고 노동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두 개 조로 나눠져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작년 10월에 사장이 단협을 ‘깡패합의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니, ‘기초질서’ 운운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노조 간부들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관리직을 뽑아 심야노동을 재개하고, 연말에는 2008년에 노조와 합의한 사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직원인 경비노동자들의 외주화를 강행했죠.”

“사측은 이미 협력사에 생산설비를 깔면서 대체생산을 준비해 왔어요. ‘물량이 떨어져서 직장폐쇄를 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순전히 노동조합을 공격하려고 불법인 공격적 직장폐쇄를 밀어붙인 겁니다.”

“얼마 전에 박효상(갑을그룹 부회장)이 용역깡패 투입했다고 감옥에 갔는데도, 이 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또 공격을 시작했어요.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드는 거죠. 여기서 지면 미래는 없어요. 당장 자식들 학교 보내고 먹여 살려야 하잖아요. 정년퇴임까지 해야 국민연금도 받고 살 길이 생기잖아요. 꼭 이겨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기필코 공장을 사수하겠다는 투지를 드러냈다.

“공장을 뺏기면 안 됩니다. 여기서 목숨 걸고 지켜야죠. 작년에도 용역들이랑 싸워서 승리했어요. 우리가 노조로 똘똘 뭉쳤고, 지역의 연대도 힘이 됐죠.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공권력(경찰병력)이 들어오면 어려울 수 있어도, 용역들은 우리가 해 볼만 합니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 경험도 있으니까 두렵지는 않습니다. 공권력이 들어오더라도 피 터지게 싸워야죠. 그러다 깨지더라도 대판 싸워보는 게 낫습니다.”

한 노동자는 현대차 전주위원회의 연대 결의가 반가웠다고 말했다.

“현대차 전주 동지들이 7월 22일에 금속노조 파업 집회에 가다가 여기를 들렀어요. 사측에 부품에 대한 검수조사를 요구하겠다고 했어요.”

검수조사는 현대·기아차 등 원청사 노동자들이 부품사 파업에 연대할 때 유용한 전술의 하나로 꼽혀 왔다. 불량률을 체크하고 검수조사를 하게 되면 생산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그리고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노동자연대 기아-현대차모임, 현대차 전주공장 현장동지회 등 일부 좌파 현장서클이 ‘갑을오토텍 투쟁 연대를 시급히 조직하자’, ‘연대파업 하자’는 주장이 담긴 대자보를 부착하기도 했다.

“우리가 살려고, 우리 노조를 사수하려고 시작한 싸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싸우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가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지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패배하면, 다른 부품사 노동자들도 어려워질 거라고 봅니다. 원청과 공조하면서 사측이 대체생산으로 물량 빼돌려서 파업 효과 떨어뜨리고 직장폐쇄로 밀어붙이는 일이 다른 회사에서도 일어날 거예요. 우리 투쟁 소식이 여기저기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작업장에서 우리 투쟁 보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휴가철에 이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2012년 에스제이엠, 만도에 대한 용역투입 때도, 2009년 쌍용차 파업에 대한 경찰력 투입 때도 휴가철을 택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갑을오토텍 사측이 예정했던 용역깡패 투입이 약간 미뤄지기는 했지만, 며칠 남지 않았다. 8월 1일이 D-day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가 29일 공장 안에서 연대 집회를 개최하고,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지지방문을 하는 등 조금씩 연대가 모이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최근 공장 침탈을 저지하기 위해 갑을오토텍 공장으로 집결하자는 계획을 통과시키고, 금속노조도 조합원들의 참여를 조직하자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최근 노동·사회·시민 단체들로 구성된 지역대책위도 ‘갑을오토텍으로 여름휴가를 가자’고 호소하는 활동을 조직하기로 했다.

“갑을오토텍 투쟁이 승리해서, 기업들이 다시는 이런 시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응원해 주고 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노동운동이 이에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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