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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형 산별노조
작성자 경남노동자신문
댓글 0건 조회 3,516회 작성일 201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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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형 산별노조 




금속노조는 2009년 11월 23일 개최된 제23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기업지부를 2009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두기로 했던 규약부칙을 삭제하고 기업지부 한시적 유예기간을 2011년 9월까지 2년 더 연장한 바 있다. 그 대신 기업지부 해소방안 및 지역지부 편제방안을 제6기 2년차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조직발전특위를 구성해 운영해왔으며, 얼마 남지 않은 제6기 2년차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구체적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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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부해소 유예 소식을 전하는 <금속노동자> 제159호
  

기업지부를 유지하자는 제안들

조직발전특위 조직소위에는 기업지부 해소와 관련하여 금속노조에서 제출한 4가지 안 이외에 ‘전북지부 조발특위 입장(안)’과 ‘기업지부 완성차 3사 판매정비 단일안’이 제출돼 함께 논의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제출한 4가지 안은 기존에 논의되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기업지부를 해소해 지역지부로 편재하는 대신 대표지회장을 두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대표지회장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직선제, 간선제, 자율결정 등)에 따라 4가지 안으로 나누어진다.

반면 전북지부 조발특위 입장(안)은 ‘기업지부 해소결정 유보, 지역지부 강화방안 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제6기 2년차 대의원대회에 애초 계획했던 기업지부 해소 안건을 아예 제출하지 말고 대신 지역지부 강화 방안을 제출하자는 것이다.

현재 금속노조가 처한 위기상황과, 기업지부 해소 방안을 둘러싸고 예상되는 조직 내 갈등과 혼란 등을 감안하면 그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결론을 따져볼 때, 기업지부해소 논의를 더 이상 유보하면 사실상 기업지부 유지를 선택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북지부 조발특위 입장(안)은 기업지부 유지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

기업지부 유지, 현실이 아닌 당위?

그런데 더욱 우려스러운 주장은 기업지부 유지를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기업지부 완성차 3사 판매정비 단일안이다. 이 안은 노조에서 제안하는 4가지 안을 폐기하고 “기업지부 유지를 통한 한국형 산별노조 완성”을 주장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노동운동의 한축을 담당했던 기업별 노조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역사적 전통과 경험 그리고 장점들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국형 산별노조의 완성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기업지부 해소에 따른 보완방안을 찾거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기업지부 해소를 유보 또는 유예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산별노조의 완성을 위해 기업지부를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같은 주장에 따르면 기업지부 유지는 이제 (한국형) 산별노조 운동의 원칙이자 당위가 된다. 기업지부가 산별노조 완성의 걸림돌이 아니라, 거꾸로 기업지부 강화가 위기에 처한 금속노조의 탈출구가 된다. 즉, 이제까지와는 본질에 있어 전혀 다른 주장이며, 그 만큼 기업지부 해소를 둘러싼 앞으로의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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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속노조)
  

기업별의식 넘어서는 게 산별정신

사실 금속노조는 ‘무늬만 산별’이다. 금속노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형식은 산별노조이지만 내용은 여전히 기업별노조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15만 금속노조 출범 이후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상실하고 있으며, 그 결과 조합원들의 의식은 기업별의식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별의식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기업지부 해소 문제가 제기된 것도 기업별의식을 넘어선 산별정신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였다. 기업별의식을 넘어서는 데 기업지부의 존재가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측면에서 기업지부가 해소되기만 하면 산별정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말해준다.)

그런데 기업지부를 유지하면서 기업별의식을 넘어설 방법이 있을까? 결국 기업지부를 유지, 강화해서 완성되는 한국형 산별노조는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기업의 울타리와 기업별의식을 넘어선 계급적 산별노조와는 별 관계가 없는 산별노조일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에서 이른바 대공장노조가 앞장서서 전체 운동을 상승시키고 이끌어가던 시기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기업지부로 대표되는 대공장노조가 강화된다고 해서 금속노조가 처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기업지부가 중추적 역할을 통해 업종, 지역, 산업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과거의 업종별 노조의 장점을 되살려야 한다”는 기업지부 완성차 3사 판매정비 단일안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기업지부를 유지하고 강화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운동의 확대 발전이 아니라 반대로 현재 진행 중인 노동운동의 고립화, 소수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기업지부 해소는 물론이고 더욱 근본적 조직재편이 필요하다

기업지부가 해소된다고 해서 금속노조 앞에 놓인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금속노조가 처한 위기는 보다 심각하며, 해결책 역시 더욱 근본적이어야 한다.

사실 기업지부 뿐만 아니라 지역지부에 속해 있는 지회들 역시 기업별 울타리를 견고하게 치고 있다. 사업장 지회를 기본단위로 하는 금속노조의 조직형식 자체가 기업별의식의 토대가 되고 있다. 각각의 사업장 지회로 구성되는 지역지부는 진정한 산별노조의 역할을 하기 힘든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지부 해소와 더불어 단위사업장 지회를 기본바탕으로 구성된 현재의 금속노조 조직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회들을 지역단위로 통합해, 지회가 곧 단위사업장을 지칭하는 조직단위가 더 이상 아니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이제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지 않는 조직은 산별노조가 아니다.” 금속노조는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는 조직으로 조직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은 금속노조의 한 부서사업이 아니라 금속노조의 핵심적이고 주된 사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속노조 조직은 이를 위해 배치, 편제되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해 금속노조 조직, 인원, 예산의 적어도 1/2 이상은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에 배치하고 투여해야 한다. 먼저 지부와 노조부터 그리고 나중엔 지회까지 그렇게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형 산별노조

기업지부를 유지하고, 그 중추적 역할을 통해 ‘한국형 산별노조’를 완성하자는 주장을 든다보면, 어느 독재자가 말했던 ‘한국적 민주주의’가 떠오른다. 둘 모두에게 ‘한국형(적)’이란 말은 자기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미사여구일 뿐이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곧 독재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한국형 산별노조는 무엇을 의미할까? 노동운동이 오랜 위기로 풍전등화에 놓인 가운데, 금속노조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 경남노동자신문 <호루라기> 준비39호 ( http://blog.daum.net/horurag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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