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정치
연평도교전이 미친 정치영향
전쟁위협으로 남북정권 유리·비정규 파업탄압 예상…점거 농성엄호해야
난 11월 23일은 두 개의 전쟁이 교차되는 날이었다. 이 날은 서해의 연평도에서 북한과 남한 사이에 교전이 일어났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비정규 연대파업을 결정한 다음 날이기도 하다.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그동안 숨죽여왔던 비정규직들의 반란은 11월 15일 회사 도발로 터져 나왔다. 비정규직 자신들도 예측하지 못한 건 회사 탄압에 대한 두려움 보다 몇 년을 겪어왔던 참고 참았던 차별과 분노였다. 이 강력하고 강렬한 분노의 감정들은 어느덧 하나로 모아져 회사의 탄압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1공장 점거파업과 파업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1공장 대의원들을 시작으로 한 정규직 연대는 이러한 분노를 모아내고 조직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연대파업 결정은 투쟁에 커다란 자신감과 확신을 부여했다. 정규직화를 쟁취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11월 23일을 기점으로 계급전쟁은 또다른 결정적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차비정규 파업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연평도 교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고 있다.
연평도교전, MB와 김정일 다 유리
첫째, 연평도 교전은 이명박과 김정일 체제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내부사찰 비리가 전국적 초점이 되려던 찰나이자 이명박 부인 김윤옥이 대우조선해양사장 남상태의 연임 로비 자금으로 1000달러 다발을 받았다는 비리의혹이 터져 나왔던 상황이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또다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한편 북한의 김정일 체제는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 이양에 있어 강력한 정당성과 권력의 초석을 다져야 할 상황이었다. 연평도 교전은 남북 정부 모두에게 정부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사건이다.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치가 말한 “전쟁은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는 냉철한 경험과 분석의 결론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일부 미친 전쟁광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확전위협은 미국주도 한미합동훈련
둘째, 그렇더라도 전쟁 문제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평도 교전은 북한이 먼저 도발했고, 이에 남한이 확전을 감안한 소극적 대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두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1명의 병사가 죽음을 당했다. 이명박이 확전을 막으라고 지시한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정도로 확전 보다 강력 대응이 필요했다는 보수우파들의 전쟁 분위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아주 선정적으로 뽑은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1월28~12월1일까지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강행됐다.
핵항모 조지 위싱턴호 등이 동원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의 화력과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의 위력적인 군사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 1척이 보유한 화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 해군 화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강력하다고 한다.
같은 훈련이 지난 7월 서해에서 실행하려 했다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로 동해에서 했다. 그러나 이번에 결국 미국이 서해에서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은 북한은 물론이고 인근 중국까지 겨냥한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말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방어훈련이 아니라 실질적인 확전으로 가는 전쟁도발이다. 중국의 신속한 6자 회담 제안은 이런 강력한 미국의 군사적 위력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때와 달리 미국은 한국과 더불어 중국의 6자 회담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
정리하면 연평도 교전은 한반도 전쟁 위협이 북한의 국지적 도발로 시작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미국 주도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으로 충분히 확전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전쟁이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명언을 다시한번 새겨 본다면 전쟁 위협이 실제 전쟁으로 발발하기에는 남북한 그리고 미국 모두가 잃을 것이 너무도 많다. 김정일은 김정은이 아직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불안정성을 만들고 싶지 않고 이명박은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위협까지는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쟁까지 갈 만큼 남북 각 정치 상황이 완전히 파탄난 상황이 아니다. 비록 미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을 제어하고 싶은 욕구가 충분히 많을지라도 말이다.
국방예산확대, 민중예산 축소?
셋째, 연평도 교전이 낳은 후속적인 조치들이 미친 악영향이다.
전체적인 정치 정세는 보수우파들의 득세다. 국방부가 처음 2,600억원 국방비 증액안을 올렸다가 우파들의 압력으로 올해부터 2012년까지 모두 4,55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비용은 서해5도에 K-9 자주포와 중거리 GPS 유도폭탄 등을 추가 배치하는 각종 무기들의 배치 비용이다.
덕분에 어떤 민중예산들이 깎일지 모른다. 4대강 예산도 쟁점에서 밀리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FTA는 30일부터 재협상에 들어간다. 지금 분위기에선 쇠고기 수입 완화에 대해 재협상을 해도 묻힐지도 모른다. 김윤옥 비리 의혹, 내부 사찰 의혹 따위는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현대차비정규 승리요소
넷째, 연평도 교전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 파업의 승리요소들에 대한 점검이다.
현대차비정규점거를 엄호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는 냉각됐고 조만간 공격의 조짐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간부 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손해배상, 가압류 같은 비열한 짓도 할 것 같다. 1공장 휴업 위협도 계속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정규직지부장과 일부 비정규활동가들 사이의 마찰이 큰 갈등처럼 부각되었다.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총투표로 파업찬반을 묻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면서 파업 일정은 더욱 늦어지게 됐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처럼 11월말까지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찬반투표로 즉각적인 총파업 일정이 미뤄지면서 모든 초점이 1공장 점거상황으로 모아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점거농성이 얼마나 갈 것이냐는 압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이루려면 정규직들의 연대 다리를 건너야 가능하다. 만연한 파견법에 제동을 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계급 대리전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 방법은 하나다.
현대차지부의 총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는 것과 동시에 1공장 점거대오를 엄호하는 투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아산,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파업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연평도 교전을 통해 얻은 주도권을 사용하기 전에 정규직 파업 엄호와 연대 파업, 비정규직 파업 등 정규직, 비정규직 모든 현장활동가들이 최선을 다해 주력해야 한다.
- 이전글빙하기‘복수노조 시대’에 살아남는 법 10.11.30
- 다음글현대차지부 금속대대 결정 따라야 1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