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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자본의 그물에 갇힌 정규직노조
비정규직 정규직화?1사1조직?공동투쟁도 외면 … 파업 해산종용 협박만
2010년 11월 15일부터 불법파견에 대한 대국민 사과,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등 8가지 요구를 내걸고 25일간 지속되었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1공장 점거농성은 현대차지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교섭과 동시에 점거농성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되었다.
숨죽여 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 이 정도 투쟁했는데도 꿈쩍하지 않는 현대차자본의 완강함과 함께 파업찬반투표를 감행하여 끝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정규직지부의 막강한 힘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현대차자본은 단순한 비용문제가 아니라 총자본의 전략적 문제로 바라보고 공세적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노동자 내부에는 복잡한 고용형태가 파생시킨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힘의 역관계와 투쟁의 요구와 방법에 대한 복잡한 함수관계를 던져 놓고 있다. 몰론, 자본의 노동자 분할통제 전략이 만들어놓은 미로이지만 해법이 보이기보다 더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용형태 의사결정구조의 차이
제조업에서의 자본의 비정규직 사용 전략은 생산공정의 일부를 간접고용인 사내하청 노동자로 대체하고 그 비율을 늘려가는 것이었다. 현대자동차 상표가 찍힌 자동차는 1만명 이상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피와 땀이 합쳐져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자본은 이를 통해 정규직을 사용할 때보다 2~3배에 이르는 비용절감, 노동법상 사용자의 의무 회피, 노동자간의 분열, 노조 회피 및 약화라는 엄청난 유, 무형의 이득을 얻어왔다. 반면 노동자들은 자본의 비정규직 사용을 위한 정규직 도려내기란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압박에서 살아가야 했다. 노조의 현장 조직력은 약화되어갔고 정규직, 사내하청간의 갈등 속에 살아가야 했다.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는 자본에 의해 핍박받는 같은 노동자이지만 존재조건과 고용형태가 다르고 그 결과 이해관계도 다른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삶의 터전인 생산현장은 같은데 고용형태와 임금이 다르고 급기야 노동조합의 고용형태가 달라 별도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쪽에서 파업하면 다른 쪽은 구경하거나 말리거나 해산을 종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사내하청 노동자가 조직되지 않고 굴종하며 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규직이 아무리 오랜 기간 파업해도 원,하청회사가 일을 시키면 일하고 쉬라면 쉬었다.
문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투쟁하기 시작하면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자신의 삶의 터전인 생산현장을 기반으로 투쟁해야 한다. 같이 일하는 정규직과 별도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파업이 결정되고 파업에 돌입한다. 이제 반대로 정규직이 부분적으로 일을 하거나 현장에 대기하며 놀게 된다. 그리고 투쟁이 장기화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자본의 탄압뿐만 아니라 정규직노조의 압박과도 맞부딪치게 된다.
비정규직 협박 아닌 자본 굴복
이러한 현상은 자본의 비정규직 사용 전략인 사내하청 사용구조 속에서 충분히 예견되는 것이다. 1차적인 책임은 분명히 금속노조와 정규직에게 있다. 이러한 자본의 분할통제 전략, 분열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시키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이라도 정규직화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자본의 극렬한 저항으로 당장의 정규직화가 어려웠다면 금속노조의 조직 방침이었던 ‘1사 1조직’이라도 실현해서 미리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고 공동투쟁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놔야했다. 이도 저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엄호해 나가고 최선을 다한 공동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현장을 점거하고 투쟁하는 것은 너무도 정당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투쟁이 장기화된다고 해서 불안해 할 것이 아니라 힘을 보태 자본을 굴복시키면 되는 간단한 공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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