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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노조 굴레 어떻게 넘을 것인가
작성자 같은동지
댓글 0건 조회 2,880회 작성일 20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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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산별

정규직노조 굴레 어떻게 넘을 것인가


  [투고] 금속노조에 대한 비판 없는 <변혁산별>에게 묻는다


 <변혁산별> 123호에 실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기사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어 글을 쓴다. “패배감 뚫고 승리 돌파구 열다”라는 평가와, “연대가 아닌 노골적 협박과 중재”를 한 현대차지부에 대한 비판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기사에는 이번 투쟁의 한 주체이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금속노조(박유기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빠져있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침묵으로 묵인했다”는 단 한 문장뿐이다.


  현대차보다 금속 비판이 더 중요


  나는 이번 투쟁을 평가하며 현대차지부를 비판하는 것보다 금속노조를 비판하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비판과 평가는 “정규직노조의 굴레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연대’라는 거짓말로 투쟁을 통제하고 가로막으며 온갖 횡포를 부린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비판은 그 자체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경훈 집행부가 그렇게 행동할 것은 이미 다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니냐?”는 반문 앞에서 그 같은 비판은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다. 즉 이경훈 집행부는 이번 투쟁을 하는 데 있어 변수(變數)가 아니라 이미 고정된 상수(常數)였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비판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그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투쟁 당사자인 현대차비정규직지회다. 비정규직지회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25일 동안 점거농성을 진행했다. 그리고 자본의 무자비한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2공장, 3공장에서 아산에서 전주에서 공장점거파업 확대를 위해 피어린 투쟁을 했다. 물론 비정규직지회 자체 힘으로는 정규직화를 쟁취할 수도, 현대차지부를 넘어설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비정규직 투쟁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그들은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싸웠다.


  둘째, 현대차지부의 정규직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현대차지부의 횡포를 아래에서부터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투쟁에 정규직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이 어떻게 연대했는가, 그 성과와 한계도 제대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금속, 또 하나의 장벽이 될 것인가?


  셋째, 금속노조가 있다. 금속노조는 이번 투쟁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매우 중요한 주체이다. 그리고 현대차지부를 넘어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능성이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이번 투쟁에서 현대차지부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현대차지부에 끌려다녔다.


무엇보다 금속노조는 투쟁의 당사자가 되려하지 않았다. “박위기 위원장이 직접 농성장에 들어가 투쟁을 끝까지 책임지라”는 한 금속 대의원의 발언은 금속노조가 투쟁의 당사자가 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박유기 위원장은 투쟁의 중자재가 되려고 했다. 이경훈 지부장이 자본과 비정규직지회 사이에서 투쟁을 중재하려고 했다면, 박유기 위원장은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 사이에서 투쟁을 중재하려고 했다.


 비정규직지회와 함께 머리 맞대고 현대차지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정규직지회에게 현실을 인정하라고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투쟁의 당사자여야 할 산별노조이자 단일노조의 위원장이, 중재자로 나선 야4당 국회의원과 비슷한 일을 한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모습은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투쟁에서 비슷하게 반복되어 왔다. 경남지역에서 벌어진 몇 번의 비정규직 투쟁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는 역부족인 비정규직노조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로 나선 금속노조. 정규직 노조의 모습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면 금속노조의 모습은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서 희망을 발견하듯, 비정규직의 자체 투쟁역량은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투쟁을 가로막는 정규직노조의 장벽은 단단하고 높다.


금속노조는 그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단단한 장벽이 될 것인가? <변혁산별>이 현대차지부를 비판하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더 많이 금속노조를 비판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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