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현장에서
비정규직공장의 저주와 복수
정몽구 회장께 보내는 편지(2) 비정규직도 세계 명품자동차 만들고 싶다
윤여철 부회장 비정규직 공장 만들기 막아야 … 품질경영 비정규직 정규직화부터
<순서>
[정몽구 회장께 보내는 편지](3)
무바라크 부자세습과 <허수아비춤>
꿈이 없는 사회, 절망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새해가 되고 보름달을 보며 많은 이들이 소원을 빕니다. 저도 새해 소망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새해에는 꼭 정규직이 되어 ‘출입증’을 반납하고 ‘사원증’을 달고 일하는 게 바람입니다.
어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뿐이겠습니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발레오 노동자들, 홍익대 총장실에서 싸우고 계신 청소, 경비노동자들, 전북 전주버스 노동자들 모두가 일터로 돌아가 따뜻하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몽구 새해 소망은 자동차 633만대 판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 3일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는 글로벌 공장의 가동률이 최고치로 올라가니 633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은 정 회장께서 575만대를 팔아 세계 5위를 달성한 2010년보다 10% 증가한 목표를 달성하라며 원고도 없이 30분을 연설했다고 보도했고, 한 신문은 “정 회장은 다음 목표는 진정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강자만 모인 ‘글로벌 빅3’를 암시한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어 “품질경영은 부품업체의 품질 수준에서 나온다”며 “협력업체를 잘 보듬어 보다 앞선 품질을 확보하라”고 품질경영을 당부했습니다. 2010년 토요타 사태를 통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한 방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10년 동안 차를 만들어온 노동자로서 저 또한 품질 좋은 차,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처우 속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좋은 차를 만들고 싶은 바람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꼭 다 나아서 현장에서 일하고 싶고 정규직 명찰을 달고 일하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품질 좋은 차, 세계 최고의 명품자동차 회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지난 해 11월 21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온 몸에 신나를 붓고 분신 항거했던 4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황인화 조합원이 11월 29일 병상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분신한 비정규직 “세계 최고 명품차 만들고 싶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은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거부하고, 수 천명의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투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회사의 만행에 치를 떨었던 노동자도 ‘세계 최고의 명품자동차’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차별은 월급과 보너스의 차이도 크지만 병원비와 자녀 학비 등 노사간에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정규직에게만 적용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차별도 적지 않습니다.
2002년 입사해 10년차를 맞는 울산 1공장 황 모 조합원(31)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던 지난 해 11월 30일 가족으로부터 아버지께서 병원 전문가 심사에서 최종적으로 식물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는 가장으로 200만원 남짓한 월급의 절반을 아버지 병원비로, 나머지는 가족 생활비로 써야 했지만 아버지의 오랜 병환으로 8천만원이 넘는 빚을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그가 정규직이었다면 단체협약에 따라 연간 2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 빚을 한 푼도 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은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신명나게 일해 ‘세계 최고의 명품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윤여철 부회장 꿈은 ‘정규직 0명 공장’
윤여철 부회장은 2월 11일 “자동차 산업은 부침이 심해 잘못되면 IMF와 같은 대량 해고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며 “노동경직성이 높아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사내하청 노동자를 짜르고, 회사가 좋아지면 비정규직을 확대하면 된다는 것이겠지요. 일회용 종이컵처럼 한 번 쓰고 버리면 되는 노동자가 많아야 불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여철의 소원은 기아차 모닝공장처럼 정규직은 관리자들뿐이고, 생산라인에 정규직은 한 명도 없이 900명 모두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운영되는 ‘정규직 0명 공장’을 만드는 것인가 봅니다.
최소한 현대차 인도공장처럼 생산직 노동자 8400명 중 정규직은 1700명으로 20%뿐이고, 비정규직은 6700명으로 80%에 달하며, 비정규직도 사내하청, 견습생, 실습생 등으로 쪼개놓아 불황이 닥치면 언제나 비정규직을 마음껏 짜를 수 있는 공장을 꿈꾸고 있겠지요.
2년 이상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는 법원 판결 때문에 고통 받지 않도록 일본처럼 자동차 공장에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도록 파견법을 바꾸는 것이 윤 부회장의 새해 소원일지로 모릅니다.
비정규직 공장의 복수
그러나 비정규직 공장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모닝공장의 동희오토 사내하청 조합원들은 10명도 되지 않았지만 올해 4개월 동안 현대차그룹 본사를 전쟁터로 만들었고, 결국 5년 만에 전원 복직하게 됐습니다.
인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8년 7월 파업을 벌였고, 2009년 4월 20일부터 5월까지 비정규직 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적인 파업을 벌여 공장을 멈춰 세웠습니다. 이어 2010년 1월 24일 정몽구 회장의 인도공장 방문에 맞춰 파업을 결의했고, 해고자 복직, 노동조합 인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끌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중앙일보>조차 현지 주민의 인터뷰를 따 “현대차 인도공장은 과도한 비정규직 고용으로 임금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노조를 탄압하는 외국 기업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였습니다.
2003년 제조업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악한 일본은 1990년 20.2%이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2008년 34.1%로 급증했습니다.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작년 6월에는 일본 히로시마 마쓰다 자동차 본사 공장에서 파견노동자였던 히키지 도시아키가 승용차를 몰고 공장 안으로 돌진, 출근하던 공장 직원 11명을 치어 이 중 1명을 숨지게 했습니다. 그는 경찰에서 “회사에서 4월에 해고된 뒤 앙심을 품어왔다”고 말했습니다.
토요타, 비정규직 정규직화
자동차 생산 라인에 파견노동자를 대거 사용했던 토요타는 2010년 자동차 품질 문제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결국 토요타는 마음대로 썼다가 버릴 수 있는 파견노동자가 아니라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로 결정했고, 오는 4월 1,700명의 파견노동자 중에서 우선 4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제조업 파견 허용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일본의 우편과 우편금~융을 총괄하는 ‘일본우정’은 지난해 비정규직 사원 20만 명 가운데 절반인 10만 명을 우선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를 통해 품질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명품자동차 회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김형우
- 이전글탄압뚫고 현대비정규2차파업 나서야 11.02.22
- 다음글건설족 살리는 ‘전세난 해결책’ 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