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댓글 0건 조회 3,017회 작성일 2011-01-08

 

노동운동

파업찬반투표 가결도 어렵다고?

  복수노조시대(1) … 창구단일화 사용자 교섭거부권 획기적 보장?소수노조 무력화

 1987년 이후 민주노조 사업장들에게 현재 복수노조법 허용은 새로운 노조운동을 요구한다. 올해 7월1일부터 시행예정인 복수노조 허용은 우리가 근 20년간 요구했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복수노조법 개악 내용 중 핵심은 강제적 교섭 창구 단일화다.

  2개 이상의 노조(지회, 분회, 지부 포함)가 한 사업장에서 있을 때 법은 하나의 ‘단일노조’처럼 모두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한다. 이 때 과반수 다수 노조가 있을 때 교섭대표노조가 되지만 2개 이상의 모든 노조는 파업찬반투표 등 쟁의행위를 할 때도 하나의 조직처럼 포함된다.

  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에게 특히 불리하다. 전체 조합원 10% 이상일 경우에만 창구단일화 대상이기 때문에 10% 이하 소수노조는 다른 노조들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우면서 독자적인 교섭권, 쟁의권을 갖지 못한다. 게다가 일단 창구단일화 대상이 되면 어느 노조가 공동교섭단 구성에서 탈퇴하더라도 파업찬반투표, 단체협약 효력 등의 포함대상이다. 또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불법파업이 될 수 있다.

  이젠텍, 동진이공, 인지컨트롤스 등 현재 복수노조로 인정된 분회, 지회는 2012년 7월까지 1년 더 시행일이 유예됐지만 이후에는 노조로서 기능을 거의 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같은 비정규지회들도 마찬가지다. 회사 노조가 의도적으로 비정규직지회를 소수노조로 일축하고 교섭 등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된다.

  즉 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들에게 교섭권, 쟁의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비정규지회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직접고용 비정규노조는 창구단일화 대상이 되고, 간접고용 비정규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역시 창구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다.

  즉 간접고용형태인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현대차 원청자본을 상대로 현대차지부와 창구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이명박의 복수노조법은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 사장들을 동원해 하청사업장의 창구단일화를 꾀하면서 2중 교섭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 원청에 대해 창구단일화 요구가 의미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전체 조합원 10% 이상을 조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현대차 전체 종업원을 5만여명, 비정규 1만여명을 합쳐 총 6만여명 중 6천여명을 조직해야 창구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다. 6천여명을 비정규직으로 조직할 수 있다면 창구단일화가 아니라 차라리 자유로운 독자 파업이 가능할 것이다.

  설사 민주노조가 과반수 대표노조가 됐을 때도 창구단일화는 문제다. 왜냐면 다른 노조들(예상컨대 회사노조 혹은 무늬만 노조일 경우가 높다)이 전체 조합원 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파업찬반투표를 할 때 이들이 기권표, 반대표의 거점이 될 확률이 높다. 파업을 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과반수대표노조는 조직확대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질적인 의식향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창구단일화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교섭 요구를 사용자가 거부해도 어떠한 조치들이 없다는 점이다. 소수노조 혹은 10% 미만 노조들이 교섭요구를 했을 때 혹은 창구단일화가 되지 않았을 때 사용자들은 교섭거부를 할 수 있다. 창구단일화의 핵심은 사용자의 교섭거부권 보장이다. 따라서 이명박의 복수노조법에 대한 대응원칙 첫 번째는 창구단일화 거부, 자율교섭 보장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