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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철탑 위에도 동백꽃이 피어야지요
작성자 김성대
댓글 0건 조회 2,797회 작성일 201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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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철탑 위에도 동백꽃이 피어야지요

꽃샘추위가 온 살을 파고드는 날에
한 노동자가 조선소 사십미터 송전철탑에 올랐습니다.
연분홍 벚꽃과 노랑 개나리가 활짝 피었어도
두려움없이 그 곳에 있습니다.

송전탑 아래 동백꽃도 이미 활짝 피었고요
이제 핏빛 진달래도 온 산을 물들이고 있는데
비바람 맞으면서 그곳에 있습니다.

십오만사천 볼트 고압전류가 무섭지 않나요
혼자서 고공철탑에서 지내는 것이 무섭도록 외롭지 않나요
사랑하는 피붙이는 보고싶지 않나요

왜 무섭지 않고 외롭지 않고 보고싶지 않을까요
비정규직 이름으로 살아온 삶이 더 무서웠겠지요
차별당하는 서러움으로
가슴속에 사무친 한(恨) 때문에 더 외로웠겠지요
아이에게 당당하고 참된 아빠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픔을 달래겠지요

참으로 이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팔백오십오만의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지요
이제 이땅에서 기이한 일은 더 이상 없어야지요
이상한 노동자의 삶도 마찬가지지요

송전 철탑 위에도 마침내 동백꽃이 피어야지요
옥포벌 배공장에도 붉게 피어야지요
차별이 없는 불타는 동백꽃이 활짝 퍼져나가야지요
여기저기서 함께, 불타는 참꽃이 되고 동백꽃이 되어야지요

사랑하는 마음과 연대의 힘이 모여서
외로움도 무서움도 서러움도 나누고
가슴속 사무친 한맺힘도 나누어서

송전철탑에 오른 노동자가
하루빨리 땅을 밟게 해주소서

2011.4.6 옥포 송전탑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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