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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폐쇄 후 1년, 발레오 공장의 참담한 현실
2010년 2월16일 06시30분,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다. 프랑스 발레오 자본은 이명박 정권과 현대자동차 자본의 엄호·지원 아래 설 연휴를 틈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경주시청, 검·경, 포항노동지청, 대구노동청 등 국가 권력의 비호는 정말 대단했다. 이런 힘을 등에 업은 발레오 자본의 직장폐쇄는 발레오만도지회와 경주지부 그리고 금속노조의 2010년 투쟁의 첫 시험무대였다. 직장폐쇄를 통한 정권과 자본의 노동조합 무력화는 구미 KEC, 대구 상신브레이크 등 전국으로 이어졌다. 금속노조는 어느 한 곳 승리를 만들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법’의 적용을 둘러싼 단체협약 교섭과 노동법 대응을 힘겹게 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23년 노동조합 역사와 1998년 만도기계 정리해고 투쟁을 경험한 지역에서 가장 큰 지회이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노조였다. 그러나 98일간 진행된 직장폐쇄 기간 동안 제대로 싸움 한 번 못해 보고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현장 활동이 없는 ‘자판기 노조, 온실 안 노조, 선거 현장조직’은 자본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노동조합은 힘 있는 투쟁을 조직하지도, 미래에 대한 승리의 희망도 만들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또한 ‘공장 청산을 무기로 노조 무력화’를 자행하는 자본 앞에 조합원은 철저히 개별화되면서 자본에 투항했다. 직장폐쇄로 인해 맞닥뜨린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 ‘노조 불인정, 교섭 해태, 공장 청산’ 이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철저히 의식화되지 못했고 단련되지 못한 조합원들은 당장의 불이익을 극복하지 못하고 노자간의 힘의 균형을 저울질하다가 자본 앞에 결국 무릎 꿇는 결과를 택했다.
(사진=직장폐쇄 철회를 위한 발레오가족 대책위원회)
감시와 통제의 비인간적인 절망 공장
개별복귀 후 공장의 현실은 비참하게 변해갔다. 발레오 자본은 조합원이 ‘노예가 될 지라도 공장에 복귀만 시켜달라’ 아무리 애원을 해도 바로 복귀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복귀한 조합원들을 일주일에 20∼30명씩만 불러들여 2주 이상 집으로 보내지 않고 공장 안에서 숙식을 시키며 쇠뇌교육을 시켰다. 복귀한 조합원들을 생산현장에 투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먼저 ‘회사가 살아야한다’ 는 이데올로기 교육과 풀 뽑기, 나무 자르기, 빈 박스/파레트 닦기, 페인트 칠 하기 등을 시켰다.
그런 다음 원래 자신이 일하던 라인이나 공정의 일을 시키지 않고 다른 라인이나 공정의 일을 시켰다. 시작종이 치면 바로 일을 해야 했고 작업시간에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현재 생산량은 직장폐쇄 전인 1년 전과 비교해 30∼50% 높아져 죽어라 일하고 있다. 하루 생산물량 목표치를 근무시간 내에 다하지 못하면 추가 임금 없이 물량을 채우고 퇴근해야한다. 추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퇴근 시간에 먼저 지문인식기에 퇴근 지문을 찍고 다시 들어가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공장은 휴식시간에도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회사나 노조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면 누가 말했는지 바로 사무직이 찾아와 “회사 다니기 싫어, 아니면 TFT로 가고 싶어”라며 협박을 한다. 심지어 퇴근 이후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알고 다음날 바로 “불만 있냐” 며 협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다보니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상조회, 취미반, 동문회, 향우회 등 많은 모임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곳이 어찌 정상적으로 사람이 사는 곳이라 하겠는가?
처음에는 노동강도 강화에 임금이 줄어든 것이 불만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이기적이고 냉혹한 공장 분위기가 싫다고 한다. 생산량이 오르고 임금이 줄어든 것은 두 번째고 20년 동안 형님, 동생 하던 인간관계가 무너진 것에 대한 힘겨움과 안타까움이 더 크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며 지난 일을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회사의 감시와 통제로 누구하나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 공장의 새로운 변화를 아무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힘은 바로 밖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해고, 정직자들뿐이다. 이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발레오 자본은 해고, 정직자들에게 인사도 눈도 마주치지 말고, 전화도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갖지 말라며 쇠뇌교육을 시키고 있다. 독재와 공포로 일만 하는 인간기계를 만드는 절망적인 공장이 되고 있다.
(출근 피켓팅을 하는 해고,정직자 뒤로 어용노조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 사진=직장폐쇄 철회를 위한 발레오가족 대책위원회)
발레오 직장폐쇄는 발레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발레오만도지회를 엄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무기한 총파업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지역 무기한 총파업은 실질적인 효과를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내부 상처만 남기고 전면파업 하루 만에 철회되고 말았다.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들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공장에 복귀했지만, 지금의 이런 감시와 탄압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경주지부의 각 지회도 발레오 문제를 지부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공장만 걱정하고 고민하다가 투쟁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발레오만도지회의 패배는 지부 집단교섭의 어려움과 각 지회 단체협약의 내용적 후퇴를 가져 왔다. 직장폐쇄를 통한 노조 무력화는 그 지회 하나만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발레오 직장폐쇄는 지역 자본에 큰 힘이 되었고 노조는 크게 위축되면서 2010년은 너무나 초라한 몰골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일부 자본은 자기도 ‘직장폐쇄를 하겠다’며 지회를 압박했고, 지회는 발레오 직장폐쇄의 위력을 보면서 자신감을 잃고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발레오 직장폐쇄는 노동조합 탄압의 전국적 교본이 되었고 지역과 전국의 금속노조 탈퇴 도미노를 일으켰다. 발레오 직장폐쇄 이후 경주지부 내 4개 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 했다.
(사진=직장폐쇄 철회를 위한 발레오가족 대책위원회)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고 있는 해고, 정직자들
98일의 직장폐쇄 기간은 너무나 길었고 직장폐쇄 철회도 노조의 투쟁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에 의한 것이었다. 직장폐쇄로 공장에서 쫓겨나고 어용노조와 자본의 의해 징계를 당해 공장에 들어가지 못한지 1년이 넘었다.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어용노조가 만들어지고 임금/복지 축소와 감시/통제의 비인간적인 절망 공장이 되어있다.
직장폐쇄 철회 이후 발레오 자본은 자신의 잘못을 노동조합에 덮어씌우기 위해 무력 403명이나 되는 조합원을 징계에 회부했다. 그리고 해고 15명, 정직 13명, 감봉 66명, 견책 25명, 경고 173명이라는 대량 징계를 자행했다. 또 강제 무급휴직으로 25명이 공장에 쫓겨나 반실업 상태로 몇 개월째 생활고에 힘겨워 하고 있다. 더러운 공장을 다니기 싫다며 지난해 30여명의 동지들이 사표를 내고 공장을 떠났다.
해고, 정직자들에 대한 탄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의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결과 경북지방노동위회는 해고자 15명 중 8명, 정직자 13명 중 11명의 징계를 인정했다. 더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지노위에서 이긴 7명까지 포함해서 해고자 15명 모두 해고를 인정하고 말았다. 지노위에서 이긴 정직자 2명은 구제 되었지만, 권력과 자본의 더러운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현재는 서울행정법원에 28명 모두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해고자 15명과 정직자 13명은 공장 옆 공단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출퇴근 피케팅과 조별 경주시청, 포항노동지청 1인 시위 그리고 전국 투쟁현장에 함께하며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러운 발레오 자본은 정직자들이 정직기간 피케팅을 했다는 이유로 복귀하자마자 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다시 정직시키는 막가파식 탄압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런 정직까지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인정하고 있다. 정직자 13명 모두 3번째 정직을 당해 지금도 정직 중에 있다. 그러나 정직자들은 ‘피케팅을 중단하고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해고 하겠다’ 자본의 협박에 도 굴하지 않고 분노에 찬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아침마다 용역양아치들을 앞세우고 어용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로 구성된 30여명의 구사대가 공장 정문에서 현수막과 어깨띠를 하고 해고, 정직자들의 투쟁을 음해·방해하고 있지만 흔들림 없이 당당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발레오 직장폐쇄는 ‘혼자 살고자 하면 모두가 죽는 것이고, 같이 살고자 하는 것이 자신도 살고 모두가 사는 것’ 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리고 다함께 살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쳐야지 자신만 살고자 노동조합을 배신하고 자본의 품으로 가는 순간, 노동자는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확실히 보여 주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력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조직력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간성이 파괴되고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불안에 힘겨워하고 있는 절망 공장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 투쟁!●
- 신시연 (발레오만도지회 해고자)
* 경남노동자신문 <호루라기> 준비47호 (2011년 3월 21일 발행) : http://blog.jinbo.net/horuragee
발레오 탄압 사례
발레오 삭감·축소·폐지된 단협 개악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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