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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죽음" 왜 이해 못하나 했더니…" (프레시안)
작성자 콜트빨간모자
댓글 0건 조회 3,206회 작성일 201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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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는 죽음" 왜 이해 못하나 했더니…"

[인터뷰] <꿈의 공장> 김성균 감독…"꿈을 갉아먹는 기타에 목숨을 건 사람들"

 

2007년 봄, 노동자 56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국내 최대 기타 제조회사인 콜트·콜텍사의 집단 정리해고로 인해서. 곧이어 고용주가 "꿈의 공장"이라 부르던 대전공장도 폐업했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노동비가 싼 곳으로 생산기반을 옮기던 참이었다.

살 길을 잃은 노동자들이 저항했다. 이들은 제 몸에 불을 놓고, 송전탑으로 올라갔다. 회사와의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
고추장을 담가 팔았고, 그 돈을 마련해 미국과 일본, 독일 등지의 악기 관련 행사에도 모습을 비쳤다.

주요 언론의 침묵 속에서 김성균 감독은 이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그렇게 인권영화제에 얼굴을 내밀어 화제를 낳은 작품이 <기타이야기>. 김 감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해외 투쟁과 음악인들과의 공감대를 보여주는데 집중한 두 번째 콜트·콜텍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이 개봉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기타
리스트 톰 모렐로는 노동자들과 연대를 약속하고, 주변 동료 뮤지션을 끌어모은다. 키스(KISS)의 진 시몬즈는 "나는 자본주의를 믿는다"고 대화를 원하는 노동자들을 매몰차게 따돌린다. 그는 콜트 기타의 홍보모델이다.

다큐멘터리는 그저 담담하게 이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사실 콜트는… 별로야"라고 말하는 기타리스트,
펜더를 찬양하는 많은 기타리스트들의 이야기를 긴 시간을 할애해 집어넣었다. 펜더와 아이바네즈 등 유명 브랜드사의 제품 상당수를 바로 이 "별로인" 콜트·콜텍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한다는 사실 등을 조용히 비춰준다.

이 다큐멘터리는 완성품이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투쟁은 진행 중이다. 다음 다큐가 또 나올지도 모른다. 그 전에 김 감독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8일 저녁 7시, 프레시안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김성균 감독은 록 마니아이기도 하다. 콜트·콜텍을 옹호하는 일부 뮤지션에게 그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글로벌 생산 시스템

프레시안 : 전작에 비해 이야기가 비교적 담담하게 흘러간다.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더 아픈 이야기가 있는데 일부러 넣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유는?

김성균 : 일단은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암시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둘째로, 그런 이야기들이 <기타이야기>에서 이미 어느 정도 소개가 됐다. 자기 반복을 하긴 싫었다. 또 일반적인 스토리텔링, 즉 기승전결 식으로 흘러가는 방식을 피하고자 했던 면도 있다.

프레시안 : 노동자들의 이야기 중 영화에 담지 못한 에피소드 없나?

김성균 : 굉장히 많다. 그러나 그분들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진 않다. 여기서 얘기해봤자 눈물 짜는 얘기밖에 더 되겠나.

프레시안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김성균 : 다큐멘터리에서 술자리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나온 여러 감정 곡선이 있다. 노동자들이 여태까지의 회한을 얘기하고, 현재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프레시안 : 세계 각지의 기타리스트들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비추면서, OEM 생산 방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사태의 본질적 문제는 펜더, 아이바네즈, 깁슨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타메이커라고 생각하는가?

김성균 :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대체로 박영호 콜트·콜텍 사장에게만 집중되는데 대한 반대급부로 OEM 체제에 대한 비판을 넣었다. 박 사장 욕만 한다고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고, 그 근본에는 다른 악의 축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들(글로벌 기타 메이커)의 시스템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는 걸 그들도 알아야 한다. 저개발국가에 대한 착취구조가 생겨나는 이유는, 그들이 OEM 업체를 공개 입찰에 맡기면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펜더만 타격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어쨌든 당장은 이 공장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프레시안 : 해외 음악인들에게 OEM 얘길 하면 잘 알아듣나?

김성균 : 사실 펜더 이야기를 미국 뮤지션들에게 굳이 한 이유가 있다. 미국 뮤지션들은 콜트는 못 알아듣는다. 그런데 "펜더, 깁슨을 OEM으로 생산한 업체"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많은 뮤지션이 "나는 콜트 안 쓴다. 나는 펜더 쓰니까 이 문제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OEM으로 모두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기타를 모르는 사람은 알아듣기도 힘든 이야기에 많은 장면을 할애한 이유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어 하더라.


▲<꿈의 공장>의 한 장면. 공산주의자인 톰 모렐로는 노동자들의 시위에 큰 힘을 실어줬다. ⓒ시네마달 제공

톰 모렐로와 진 시몬즈

프레시안 : 해외 뮤지션 섭외는 어떻게 했나? 톰 모렐로(Tom Morello),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 웨인 크라머(Wayne Kramer)와 같은 대형 음악인이 콜트 노동자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김성균 : 2009년 11월 일본 요코하마 뮤직페어에 원정 투쟁을 갔을 때 뮤지션과의 연대 계기가 만들어졌다. 우리와 연대한 일본인 활동가들 중에는 큰 조직보다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무정부주의 성향의 펑크밴드와 친분이 있더라. 자연스럽게 일본에서는 문화 활동가들과 함께 투쟁을 했다.

아이디어가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NAMM (National Association of Music Merchants)쇼 원정투쟁을 도와줄 현지 음악인 섭외에 나섰다. 다양한 뮤지션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톰 모렐로도 거기 포함돼 있었다. 사실 톰을 기대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이 답이 안 왔는데, 예상과 달리 출국 이틀 전에 톰 모렐로의 답장이 왔다.

프레시안 : 그가 많이 활약했나?

김성균 : 톰이 자청해서 <CNN>과 <NPR>에 인터뷰를 해줘서 굉장히 큰 힘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사측에서도 "지금 온 사람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 흑색선전을 한다"고 반박 방송을 할 정도였다. 톰 때문에 그전까지 대응하지 않던 사측이 움직인 것이다. 톰이 90년대 이후 테크니션으로서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 그런 부분에서 펜더나 콜트 쪽이 긴장했던 것 같다.

톰이 많은 뮤지션을 끌어 모았다. "액시스 오브 저스티스(Axis of Justice, 정의의 축)"이라고, 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음악인들의 모임이 있다. 처음에는 벤 하퍼(Ben Harper)가 얘기됐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왔다. 그 후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의 세르이 탄키안(Serj Tankian)이 참여를 못하는 대신 톰과 함께 지지성명을 냈다. 이후 잭과 웨인은 직접 투쟁에 합류했다.

프레시안 : 국내 음악인들 중에는 특별히 고마운 사람이 있나?

김성균 : 연영석, 서기상 선배가 가장 열심히 도와줬다. 다큐멘터리 엔딩 크레딧에 "콜트·콜텍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노동자들" 이름이 올라가는데, 이들이 도와준 게 이와 같은 결과로 나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이윤엽 판화가, 노순택 사진작가도 많이 도와줬다.

기존 행보를 봤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큰 힘이 돼 준 음악인도 있다. 한음파와 킹스턴 루디스카가 특히 고마웠다. 한음파의 이정훈(보컬, 마두금) 씨는 원정 투쟁에도 따라와서 마두금 연주를 해주기도 했다. 소히 씨도 많이 고마웠다. 이번 사태를 소재노래를 만들었다.

프레시안 : 다큐멘터리에서 콜트·콜텍 홍보대사로 위촉된 키스(KISS)의 진 시몬즈는 "회사가 싫으면 노동자가 나가라"고 하더다. 인터뷰는 어떻게 했나?

김성균 : 걸어오는 걸 우연히 보고 우르르 달려가 순간적으로 만났다. 진 시몬즈가 굉장히 자본주의 지향적인 사람인건 알고 있었으니 그렇게 놀라진 않았지만, 너무 쉽게 "나는 자본주의를 믿는다(I believe in capitalism)"라는 말이 나왔다. 나중에 곱씹어 생각하니 한심한 생각이 들더라.

나라 망신시키는 사람들

프레시안 : 후지 록 페스티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성균 : 역시 운이 좋았다. 요코하마 뮤직페어에서 연대했던 활동가들 중에 A-Seed 재팬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이들이 후지 록의 "NGO 빌리지"에 참여했는데, 콜트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릴 부스도 건의해보겠다고 했다. 그게 받아들여졌다. 따지고 보니 모두 인맥을 통했다.

프레시안 : 해외 원정을 다니면 반응들이 어떤가? 다들 잘 이해하던가?

김성균 : 독일 사람들은 상당수가 의아해 했다. 해고됐다고 죽는다는 얘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가 했는데, 한 독일인의 설명을 듣고야 알았다. 독일인들은 연금제도가 잘 돼 있다보니 일자리를 잃어도 큰 문제가 없어,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에서의 반응은 대체로 차가웠다. 심지어 한 한국인 바이어는 지나가다 노동자들을 보고 "나라 망신시킨다"고까지 했다. 일본인들 상당수도 유인물을 안 받고 그냥 지나가더라.

그런데 후지 록 페스티벌의 NGO 빌리지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모두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오다 보니, 관심이 있는 걸 찾는 것 같더라. 투쟁하면서 가장 좋은 기운을 받았다.


▲"독일인들은 "해고는 살인"이라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회사 측의 대응을 보면서 기분이 어땠나?

김성균 : 그거야 말로 하기 어렵다. 그러고 보니 콜트·콜텍사와 관련된 짜증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후지 록 페스티벌에 참여할 때 그쪽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에게 "콜텍 홍보대사가 돼 달라"고 했었다. 이에 갤럭시 측이 "노동자 문제 해결 안 된 것 같으니 못하겠다"고 했는데, 사측이 1인당 2억 원씩 주고 해결했다고 말했다더라. 갤럭시에서 놀라서 우리에게 전화를 해 물어봐서 이런 일이 생겼던 걸 알았다.

프레시안 : 그 뒤는 어떻게 됐나?

김성균 : 갤럭시가 다시 회사에 전화해서 그런 일 없었다고 하니 사측에서 "줄 예정"이라고 했다더라. 어이없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프레시안 : 음악으로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밥 딜런도, 우드스탁도, 90년대 초반 힙합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김성균 : 그런 한계를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다. 톰의 참여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았는데,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발언이 무기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도 예술가가 무조건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에게로 질문을 바꿔봐야 할 것 같다.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고. 결국 대답은 "그 자체만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향을 줄 순 있다"는 거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듯, 밥 딜런도 세상을 바꾸진 못했지만 뒤집어 보면 밥 딜런이 있었으니 세상이 지금처럼이라도 되지 않았을까?

프레시안 : 콜트·콜텍 노동자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결국 노동운동과 문화운동, 소비자운동의 결합일텐데, 사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건 비단 콜트·콜텍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성균 : 사실 뮤지션이 지원 공연에 와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노래 한 번 부르는 것밖에 없습니다"라는 태도를 보이면 아쉬움이 있다. 이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기보다 일회적인 행사로 참여하는 뮤지션도 있고, 단순히 공연할 곳을 찾아 온 이들도 많다.

그런데 역설은 인디 밴드들에게 공연의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연대를 "아름다운 연대가 아니"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 공연의 기회를 갈구하는 이와 지원을 바라는 이들이 만나는 것 아닌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밥 딜런도 세상을 못 바꿨다"는 얘기가 결국
판타지에 취하지 말자는 거다. 연대하는 건 분명 아름답지만, 서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 차라리 이걸 드러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차이를 알아야 지속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정말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입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 다른 소재로 다큐 만들 계획 있나?

김성균 : 등장한 노동자들의 스토리가 모두 작품같다. 그들 한분 한분의 인생사가 하나의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못 담아서 죄송한 부분도 있다.

외국다큐 중에 장이라는
프랑스 감독의 <0>이라는 작품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자기 할머니를 인터뷰한 다큐다. 정말 미니멀하고 재미없는데, 조금 보다보면 할머니 얘기에 쭉 빠져든다. 나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그와 같은 구술사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다만 콜트 사람들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의
상처를 건드릴까 두렵다.


▲노동자들 하나 하나의 삶이 모두 드라마 같다. ⓒ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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