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댓글 0건 조회 2,983회 작성일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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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다고, 물량 없다고 무급휴일 … 조선소 하청노동자 울리는 '데마찌'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하면서 휴업수당 떼먹어
 
 2012년 03월 30일 (금)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ㅈ기업에서 선박용접을 하는 김아무개(41)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괴롭다. 출근을 하면 관리자가 "오늘 비가 와서 일을 못하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사업주가 일을 시키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한 것인데도 그의 출근카드에는 ‘무급휴일’로 기록된다. 당연히 그날 하루치 임금을 못 받는다. 뿐만 아니다. 용접을 하려면 치부(블록과 블록을 연결해 용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업무)가 끝나야 하는데, 공정이 지연돼 일을 못해도 무급휴일이 된다. 물량이 부족해도 무급휴일이다. 김씨는 이런 사정으로 지난해 6일 동안 원치 않는 무급휴일을 사용했고 30만원의 임금손실을 봤다. 최저임금 수준인 그에게 30만원은 큰 돈이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을 하고도, 이를 무급휴일로 처리해 노동자의 임금을 떼먹는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속칭 ‘데마찌’라고 부르는 이런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실태조사와 법적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데마찌’는 일본어로 일거리가 없어 두 손 놓고 기다리거나 그런 상태를 의미하는 명사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데마찌 났다'는 표현은 날씨 혹은 작업공정상 일이 끊기거나, 일감이 없어 허탕을 치는 경우를 말한다. 공사현장과 조선소에서 주로 사용된다.

조선소에서 데마찌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까지 이어진다. 한 원청사업장에서 다른 하청업체로 이직할 경우 일정 기간 취업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하청노동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관리자에게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무급휴일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비가 오거나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일을 강요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최근에는 대우조선소 하청업체 4곳이 유급으로 처리하던 토요일을 무급으로 돌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데마찌를 무급휴일로 처리하다 노동부로부터 시정조치 처분을 받은 현대중공업 하청 ㅈ기업은 무급휴일 기간의 미지급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되돌려 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대형 조선소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무급휴일 관행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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