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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보험체계의 문제점을 통하여 이명박 정부가 의료법을 개악할경우 대한민국에 닥칠 내용을 미리보는 영화입니다.
가족분들과 함께 봅시다.
"환자, 앓는 이"란 뜻의 <식코>는 좌파 선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마이클 무어는 자신의 반대파를 끌어들일 정도로 영악한 감독이다. 그건 <식코>의 말미, 자신의 최대 안티사이트 "Moore Watch.com"의 운영자 아내가 병에 걸렸고, 보험료가 없어 사이트가 폐쇄될 지경에 이르자 보험료를 대신 내줬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안티팬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이 역설. <식코>는 이렇게 미국의 기형적인 의료보험체계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 죽일 놈의 보험"이 국민들을 진짜 죽인다
이번에 마이클 무어가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직설화법으로 두들겨패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전국민 대상 의료보험제도 부재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라고 반문할 이들이 한둘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어는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릭을 통해 잘린 두 손가락에서 6만 달러짜리 중지와 1만2000달러짜리 약지 중 "더 값싼" 약지를 선택해야 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고백한다. 이게 다 "이 죽일 놈의 보험" 때문이다.
돈 없고, 또 보험에 들지 않았다면 당연지사 아니겠냐고? 무어의 대답은 "천만의 말씀". 미국은 돈이 있어도 보험회사에서 승인을 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나라다. 종양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회사들은 각종 이유를 들어 지불과 치료를 거부한다. 그들의 지연작전이 빨리 치료만 받았다면 살았을 환자들을 죽어 나가게 만든다. 제약회사의 약값이 터무니없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보험이 지정하지 않은 병원의 신약 사용 엄금 또한 그들의 주요 업무다.
매해 1만8000명이 보험이 없어서 사망하는 나라, 파산의 50%가 의료비용으로 발생하는 것도 모자라 파산 신청자의 3/4이 의료보험을 든 사람인 나라, 연간 약 2조 달러, 1인당 약 7000달러를 쓰는 나라 미국.
"이 환자로 돈을 벌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환자를 낫게 해주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 "잠깐, 누가 이 돈을 내지"를 먼저 생각하고, "보험카드는요? 누가 데려왔죠?"를 첫 질문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도와드릴까요?"가 되어야한다"는 마이클 무어 말이 상식이 아닌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물론 무어는 캐나다 보다 평균 수명이 3년이나 짧은 나라 미국의 실상을 피해자 입장에서만 대변하진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보험 미승인을 전해야하는 보험회사 직원, 막다른 순간에 보험 계약서의 허점과 피보험자의 과거 병력을 들춰내는 청부업자, 휴매나 생명의 의학전문 고문 일을 하다 양심선언을 한 의학 박사의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식코>는 의료 시스템에 있어 국가의 개입이 사회주의 정책과 등가라고 국민들을 길들여온 공포 정치가 90%의 미국인들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료보험제도를 지탱해 온 힘이었음을 분명히 한다.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에 대한 질투 혹은 동경
이를 위해 마이클 무어는 130일의 촬영 기간 중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를 둘러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른바 "비교체험 극과 극" 정도랄까. 의료보험을 위해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에서 결혼할 사람을 찾는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친절하게도(?) 무어는 이 사이트의 주소를 엔딩 크레딧 중간에 실어 놓았다).
영국은 또 어떤가. 무어는 1948년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 일찌감치 전국민 의료보험보장 제도를 실천한 나라로 영국을 소개한다. "민주주의에 기초가 있다, 선거권이 확대되면서 시민들의 요구는 "전쟁 중에는 실업이 없었다, 독일인들 죽이는 일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면 병원 건설, 학교 설립, 간호사나 선생 고용으로는 불가능할 게 뭐냐" 였다"는 한 전 영국 의회의원의 울림은 강력하다.
바로 "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인드. 정부가 의료복지를 서서히 없앤다고 발표한다면 혁명이 일어날 나라가 바로 영국인 것이다.
프랑스에 다다르면 무어의 질투심(?)은 극에 달한다. 각종 유급휴직도 모자라 정부에서 가사 도우미를 파견하는 나라, 미국의 "9·11"과 같은 24시간 의료체계가 무상으로 운영되는 프랑스의 실상을 의구심 많은 마이클 무어는 프랑스에 사는 미국인들에게 직접 청취한다.
사실 이렇게나 구구절절하게 <식코>의 전개 과정을 설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마이클 무어가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이 변화했다는 것, 그리고 새정부 들어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우리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 때문이다.
좀 더 진중해진 마이클 무어의 직설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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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는 전작 <볼링 포 콜럼바인>과 <화씨 9/11>을 통해 총기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미국사회, 그리고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전세계인의 호응을 얻어냈다. 더불어 시의적절하면서 유머와 독설을 동시에 구사하는 그의 화법이 찬반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식코>는 <마이클 무어 뒤짚어보기>라는 안티 다큐멘터리가 나올 정도였던 그가 변화하고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도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독설은 줄었고, 유머 또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비아냥은 자제했으며 무엇보다 좀 더 적확하고 폭넓은 인터뷰 등을 통해 대상에 진실하게 접근하자고 하는 노력이 도드라진다.
"사실 의료보험은 좀 더 큰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우린 인간으로서 도대체 누구인가. 왜 서구사회에서 우리만 무료 의료보장제도가 없는가. 이건 남에게 자비를 베푸는 거 아니라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한 거다."
이러한 목소리는 영화의 말미, 그가 취재했던 환자들을 데리고 쿠바로 향할 때 극에 달한다. 사실 시작은 전례가 없는 최고의 무상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빈 라덴의 수하 등 테러리스트들을 수용하는 관타나모 만 해군기지로 향할 생각이었다. "악당들과 똑같이만 해 달라"는 외침, 이건 지극히 "쇼"를 의식하는 무어다운 발상이다.
하지만 당연하게 쇼는 거절당하고 무어는 일행을 데리고 쿠바로 향한다. 혹시나 찾아간 약국에서 미국에서는 120달러인 흡입기를 5달러에 살 수 있는 아이러니. 악마 "카스트로"가 살고 있다고 교육받은 쿠바에서 일행은 고향에서는 꿈도 못 꿨을 친절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눈물을 흘린다. 이것이 무어의 영화를 위한 계산일지라도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릴 때, <식코>의 주제의식은 그 어떤 수단도 이겨낼 힘을 지닌다.
이념적으로 명확한 적에게 겨냥하는 총이 아니라 미국의 한 국민으로서 사회를 돌아보는 진중한 성찰. "이 영화로 작은 불씨를 태워서 실제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인터뷰가 거짓이 아님을 <식코>는 충분히 증명해 낸다.
대한민국에 닥쳐올 재앙에 대한 경고
<식코>의 국내 시사 직후,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출신 영화평론가 황진미는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이례적으로 긴 단평을 실었다.
"하지만 <식코>가 그저 미국 국내용 영화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공적의료보험이 실시된 지 30년(전국민의료보험으로 확대된 지 20년)인 한국에서도 "의료 사회주의" vs. "의료 자본주의"의 논쟁은 여전히 유효하며, 새정부의 의료제도가 "당연지정제 폐지+민간의료보험 확대+영리법인화 추진" 으로 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의료소비자이자 유권자인 관객의 눈이 밝아져야 한다."
미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또 한번 마이클 무어의 선동에 넘어간 평 아니냐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클 무어의 모든 다큐멘터리는 항상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했다. 대기업과 노조, 그리고 지역 사회의 문제를 다뤘던 <로저와 나>와 이라크전 파병에 동참했던 우리 나라에서도 다큐 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던 <화씨 9/11>이 대표적이다.
<식코>는 더욱 당면한 과제에 대한 통찰을 선사한다. 좋은 다큐멘터리가 미시사와 비정치적인 것을 통해 역사와 정치를 이끌어낸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라크 파병이 국민 개개인과 상관없다고,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식코>는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재앙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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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우방 미국보다 쿠바의 영아사망률이 낮으며 평균 수명도 길다는 사실은 단적인 예일 뿐이다. 돈이 없는 위급 환자를 이웃 병원에 내다 버리는 미국의 현실은 어쩌면 수년 안에 도래할 우리의 미래일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가 당선되자마자 거론되고 있는 당연지정제 폐지는 그 신호탄이다. 어떤 의료기관도 개업하는 동시에 건강보험 요양진료기관이 되게 만드는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불러 올 재앙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고병수 의사가 제대로 정리한 바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 병의원에서 100% 일반진료 가능 → 보험 가입을 이중(국가/민간보험)으로 하다가 상위 소득자들 현재의 건강보험에서 이탈 → 국가건강보험과 민간 건강보험 가입 자율화 → 국가건강보험 재정 악화 → 보장성 약화로 국민들 건강을 보장하는 수준 저하"의 수순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라는 대운하와 맞먹는 재앙을 불러 올 것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상위 몇 퍼센트를 위한 의료서비스가 부지불식간에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계 민간보험들이 세 불리기에 성공하고 있는 지금. <식코>는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이대로 괜찮은 가"에 대한 의식과 당연지정제 폐지가 불러 올 재앙을 경고하는 "내일뉴스" 그 자체다. 더불어 마이클 무어의 말처럼 "금요일 밤 극장에서 웃고, 울며 볼 수 있는" 쉬우면서 냉철한 교과서인 것이다.
뜻있는 이들이 국회에서 상영을 추진하고, 네티즌들이 개봉도 하기 전에 이 영화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당장 극장으로 향해 두 눈으로 확인하시라. 지난 대선을 반성하며 우리에게 닥쳐올 재앙을 막을 자가 누구인지 분명해 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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