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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반성 없는 진보신당, 다시 볼 것도 없다
작성자 금속펌
댓글 0건 조회 4,305회 작성일 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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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반성 없는 진보신당, 다시 볼 것도 없다  

   글쓴이 : 그려     날짜 : 08-05-09 19:06     조회 : 9      


당선의, 당선을 위한, 당선에 의한 진보정당?


- 후보단일화 반성 없는 진보신당, 다시 볼 것도 없다 -


지난 “파산위기의 진보정당운동과 뻔뻔한 세일즈”(참세상 4월 23일자)라는 기고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심상정-한평석 후보단일화 시도’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여부는 진보신당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18대 총선기간 중 심상정 선본의 후보단일화 시도는 진보정당운동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자유주의 2중대 노선의 반복이고, 반한나라당 연대라는 퇴행적 정치행위라는 점에서 명백한 오류였다. 따라서 후보단일화 시도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여부는 진보정당운동의 혁신을 창당기치로 내건 진보신당의 진정성,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어 온 ‘상식’의 진보신당 내에서의 소통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일, 현재로서는 진보신당의 유일한 의결단위인 확대운영위원회의 회의에서 “후보단일화 제안에 대한 진보신당 덕양갑 선본의 수용 결정은 불가피한 대응으로 판단한다”는 총선평가서가 채택되었다. 심상정 선본이 저질렀던 오류를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며 오히려 정당화해준 것이다. 이러한 확대운영위의 결정에 대해서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이 지도부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정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한편 확대운영위 결정은 진보신당 안에서 밖의 좌파를 향해 “진보신당의 흐름은 계급정당의 문제의식을 심어낼 수 있는 훌륭한 밭”(한석호 전 전진 집행위원장 인터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동지들의 뜻이 뒤돌아볼 것 없이 좌절됐음을 의미한다.


몰락추세의 진보정당운동의 혁신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형성해 온 가치와 성과들을 허무는데 앞장설 미래. 명백한 과오에 대한 반성이 아닌 정당화를 통해 진보신당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신의 한계와 미래이다.


심상정 선본은 오류를 어떻게 정당화하는가?


“한평석 후보의 단일화 제안은 …… 권력분점형의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all or nothing 성격의 제안이었다. 이런 성격의 제안에서 거절할 경우는 질 가능성의 경우뿐인데,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심상정 후보의 승리가 확실했다는 점에서, 수용입장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은 오로지 당선을 목표로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며 양자 모두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때 채택된다. …… 이 경우 당의 정체성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유권자를 향한 명분이 문제일 뿐이다. 유권자가 얼마나 타당하다고 여기느냐에 따라 예선 승리자에게 추가로 돌아갈 표의 양이 결정된다.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의 경우 과연 여론조사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 또 단일화가 도움이 돼서 본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므로 어느 쪽이든 질 것 같으면 거부하면 그만이다. 심지어 친박연대와의 단일화라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데, …… 확실히 이기는 게임이라면 그것도 못할 이유가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은 아무런 조건이 없으므로 당선 가능성이 문제이지 정체성이 문제가 아니다. …… 앞으로 만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누구라도 단일화 제의를 수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소 긴 위 인용문은 진보신당 확대운영회의에 별첨자료로 제출된 심상정 선본의 입장글 중 일부이다. 심상정 선본이 어떠한 논리로 제 오류를 정당화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의미전달이 잘 안 되는 문장들이지만 좀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A, B, C 세 후보가 경합을 하는데, ‘A Vs B Vs C’의 3자 구도에서는 A 후보가 유리하지만 ‘A Vs B or C’의 2자 구도에서는 ‘B or C’가 유리해질 경우, B와 C 두 후보는 당선을 위해, 그리고 B와 C간의 ‘권력 분점형’ 합의나 ‘전부 아니면 전무’의 예선(여론조사)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평석 후보의 단일화 제안은 여론조사 방식의 예선을 통해 패자는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깨끗이 사퇴하고, 승자만 남아 선거(본선)를 치르자는 제안이었으며, 이런 제안은 앞으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은 유권자를 향한 명분일 뿐인데 심상정 선본의 입장글에서 다시 인용하자면, “대운하 반대는 정확히 ‘토건형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이며, “민주당을 신자유주의로 규정한다 하더라도 생태주의의 입장에서 함께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고, “일부 좌파를 제외하고는 대운하 반대를 위한 광범위한 전선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심상정 선본이 내건 단일화 명분은 ‘한나라당 개헌선 확보 저지’와 ‘대운하 반대’였다.)


의회주의-대리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본질을 드러내다


심상정 선본의 논리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는, 그 자체로는 반박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논리구조의 진정한 문제점은 그것이 말하지 않는 것, 아니 말하기를 회피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심상정 선본이 말하기를 회피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진보정당에게 있어 선거란 불평등과 부정의를 구조화시키는 사회적 원인들을 폭로하고, 이러한 사회적 원인들을 지양해가는 운동주체를 형성하는 공간이 되어야만 진정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의 모든 정치행위는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구조를 지양해가는 운동주체의 형성’이라는 관점에 근거해서 신중하게 선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상정 선본은 선거의 의미를 당선의 절차 정도로 극도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선거전술 역시 당선에의 이바지 여부로 평가하고 있다. 심상정 선본의 논리구조 안에서 계급정치의 전통적인 가치는 뒤집혀 있다. 체제저항적 정치의 성과로서의 ‘당선’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로서의 ‘당선’이 계급정치의 고유한 가치들을 훼손하고 폄하하고 있다.


도대체 후보단일화 시도가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현실의 폭로와 운동주체의 형성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가? 반대로 현재의 민생파탄을 야기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충실한 집행자였던 민주당을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그들의 본질을 은폐해주지 않았는가? 또한 선거기간 중 진보신당 내부에서조차 선거운동 더 이상 못하겠다는 반발이 나왔을 만큼 정체성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심상정 선본의 변명은 의회주의-대리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자신들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고 있다. 국회 입성 자체가 대단한 정치세력화인양 호도하고, 선거를 대리인을 선출하는 절차로, 유권자를 표 찍어주는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민주노동당 때부터의 습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만 아니면 우리의 살림살이는 나아지는가?


심상정 선본은 후보단일화 시 유권자를 향한 명분만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부 좌파를 제외하고는 대운하 반대를 위한 광범위한 전선에 반대하지” 않으므로, 자신들이 내건 단일화 명분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스스로를 진보정당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이상, 유권자를 향한 명분 역시 진보정당이라는 정체성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운하를 강행하고자 하는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 같은 말이지만 비-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후보사퇴도 할 수 있다는 단일화론을 통해 심상정 선본이 전달한 ‘진보적’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로 한나라당만 아니면 우리의 살림살이가 더 나빠지지는 않거나, 나아질 수 있다는 헛된 환상이다.


굳이 재론할 필요 없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동일한 신자유주의 세력이며 자본가정당이라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의 경험과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어 온 ‘상식’이다. 진보신당 당원들이 틈만 나면 물어대는 민주노동당에서도 보수정당과의 단일화 시도는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진보는 80년대로 회귀한 듯하다. 하긴 당선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랴?


그리고 “일부 좌파”는 대운하 반대 전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선의 축소를 반대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진보가 설치해야 할 전선은 자본의 코앞이지, 강변만이 아니다. 그리고 반자본 전선에서 자유주의 세력은 반대의 편이다.


진보신당, 희망도 절망도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심상정 선본의 변명은 ‘상식’ 이하일 뿐이다. 그런데 진보신당 확대운영위는 이러한 ‘상식’ 이하의 변명을 수용하여,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포장까지 해주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를 통해 진보신당이 보여주는 것은 “몰락추세의 진보정당운동의 혁신주체가 될 수 없다는 자신의 한계”와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형성해 온 가치와 성과들을 허무는데 앞장설 자신의 미래”이다.


모로 가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사고가 체질화된 당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현장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열망을 동력으로 삼아 창당되었다. 야근에 특근까지 뛰고 받은 월급에서 보태주는 당비와 밤샘작업을 마치고도 아침 선전전에 같이 해주는 발걸음, 그리고 늦은 밤 당원모임을 끝내고 술을 기우리며 나누는 세상살이 이야기. 이러한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 믿음이 민주노동당이라는 대중적 흐름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대중적 열망을 명망가와 상층관료의 정치적 진출의 수단으로 왜곡시키고, 의회진출을 우선시하면서 현장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현장을 선거를 위한 지역편재 속으로 가르고 구겨 넣어버림으로써 정치세력화 열망을 배신했다. 어느 샌가 민주노동당은 통장과 TV, 유세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무색하게도 노동자에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당으로 전락해버렸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민주노동당에서의 현장분회 건설의 강력한 반대자는 심상정 전 의원과 소위 중앙파였다.)


그런데 진보신당은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실패 경험으로부터 어떤 교훈도 실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실패를 반성의 거울로 삼기는커녕 선거 중심, 당선 제일의 사고에 제 몸을 맡기고 있다.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들을 폭로하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나가는 사회세력으로 형성해나가려는 노력은 없고, 이미지 호소, 인물 중심의 선거운동과 무원칙한 단일화 시도에 대한 반성도 없는 진보신당은 희망도 절망도 아니다.


민주노동당도 아니고 진보신당도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진지하게 실천해가자. 명망가도 아니고 상층관료도 아닌, 투쟁하는 노동자가 주인인 당을 건설하자. 물론 당위가 실체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당위와 필요가 겹칠 때 길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길로 대중의 열망과 믿음이 다시 흐르도록 하자.


문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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