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댓글 0건 조회 7,293회 작성일 2021-09-08

준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막 문을 열려는데 갑자기 슈리가 말했
 다
 
 필라시온님
 
 준은 몸을 돌렸다 슈리는 자리에서 반쯤 일어서 있었고 슈리의 눈은 무
 언가 갈구하는 빛을 띠고 있었다 슈리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벨가브에서 그때 죽은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었나요
 
 그때 죽은 사람들이란 코라마교 신비파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신비
 파는 사람을 죽이려 하였으니 단순히 말한다면 '나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준은 그런 이분법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준은
 메마른 음성으로 말했다
 
 너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라
 
 슈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준은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슈리는 준이 나간 뒤에도 제자리에 굳어 있다가 한참 후에야 몸을 돌려
 방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슈리 앞에
 는 붉은 표지 위에 금박으로 '라니안 나이스만 전기' 라고 써있는 책이 놓
 여 있었다 슈리는 책의 제목 밑을 보았다 '저자 리크본 체그' 라고 써있
 었다
 슈리는 언젠가 릭에게 '라니안 나이스만 전기'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
 다 그때 릭은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아 그 책 그건 내가 쓴 게 아니야 나는 테리스에 있을 때 일 때문에
 사교계에서 주목을 받아야 했지 그래야 귀족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그들의 비리를 캐낼 수 있었거든 그 책은 내가 사람들에게 좀 더 주목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사프락스의 누군가가 대신 써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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