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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민주노동당 회계
작성자 조합원
댓글 0건 조회 3,933회 작성일 2008-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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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대로 가다간 당이 무너지겠구나"
[독자투고] 사라진 1억6천…울산-경남 투명회계운동, 당원 동참 절실

지난 8월 26일, 일요일. 울산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은 아담한 수련원에서 울산, 마산, 경남, 서울의 당원들이 모여 수련회를 가졌다. 이름하여 ‘민주노동당의 투명회계와 당 혁신을 위한 수련회’. 울산과 경남에서 시작된 투명회계운동은 현재 당원게시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은 투명회계운동이 왜 시작되었는지, 그 과정과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이날 수련회에 참석했던 민주노동당 당원이 <레디앙>에 보내온 글이다. 이 글의 필자 강범석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마산 지역위원회 회계감사와 금속노조 위아지부 감사를 맡고 있으며, 투명회계운동 경남책임자와 "경남도당 회계문제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 * *

왜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 모여 투명회계와 당 혁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수련회까지 열었을까. 보수정치꾼들의 부정과 부패에 넌더리가 나서 만들어진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해괴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서술하게 될 ‘상식 이하의’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경남도당 ‘회계사태’ 파문 전말

2006년 5.31 지방선거를 마친 경남도당은 제3기 통합지도부로 출범했다. 통합지도부, 말은 멋지지만 사실은 정파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산물이었다. 소위 ‘통합지도부’는 울산, 경남을 비롯 많은 시도당에서 시도되었다.

경남의 경우, 그 어떤 정파도 독자적으로 지도부를 구성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노동부문에서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전진 등 좌파 진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소위 ‘자주파’의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초기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운영위원회 모습.(사진=경남도당)
 

최고책임자인 위원장을 좌파진영에 양보(?)했으나, 사무처장을 비롯한 나머지 알맹이랄 수 있는 주요 당직들을 완전히 독점함으로써 사실상 당을 장악하는 전략은 위원장의 지도력과의 공공연한 충돌이 불가피했다.

경남도당은 통합지도부가 출범한 초반부터 줄곧 인사권 파동, 회계파동 등에 휘말려 조용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도당 교육선전국장 자리를 메꾸기 위해 몇 차례 공고가 나간 끝에 겨우 한 사람이, 그것도 재능 있는 젊은 인재가 면접에 응하자 도당 위원장은 감격했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와주신다니 감사하다. 열심히 해보자"며 직접 채용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사무처장이 그 사람은 중국에서 탈북자를 도운 전력이 있는 자로 철학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항명을 했다. 기가 찰 노릇 아닌가. 도당 위원장 입장에서 당의 지도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괴감은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충성 맹세문 사건과 간부 성향 분석 메모

그런 와중에 소위 ‘충성 맹세문’ 사건이란 것이 또 터졌다. 속칭 일심회 사건 얼마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도당의 고위 간부가 수첩을 하나 잃어버렸는데 그걸 모 일간지 기자가 주워 도당위원장에게 전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참으로 경천동지할 내용이 들어있었다. 충성맹세나 자아비판서는 그렇다 쳐도 자기를 포함한 당 간부들 성향이 메모된 걸 보고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의 술버릇이나 성격, 대응방안 같은 걸 읽어보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위원장이 그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했지만 그 간부는 끝내 거절했다.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비정규직 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하려던 이승필 위원장은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된다. 지난 5월 1일, 창원에서는 노동절에 북한의 노동자(?)들을 불러 남북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때도 위원장은 철저히 무시된 채 자주파가 독단적으로 일을 벌렸다.

결국 경남도당 위원장은 남북 노동자대회에 단 한 차례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파행이었다. 노동자들은 거의 참석하지 아니한 거의 텅 빈 창원 공설운동장도 그들만의 잔치는 매우 흐뭇한 듯했다. 아마 이때 인사권 파동과 표류하는 비정규직 사업으로 고통 받던, 마창 지역 노동운동사에 그 명성과 고집을 드날리던 이승필 위원장이 마침내 심중의 사퇴의사를 굳혔는지 모른다.



엄청난 부채와 세 개나 되는 장부, 무엇이 진실인가

자,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경남도당 위원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딴 데 있었다. 바로 ‘경남도당 회계사태’라 불리는 회계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도당의 일상 회계는 별반 다룰 만한 것이 없다. 규모도 크지 않고 대부분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였다. 선거 때는 특별당비며 후원금이며 기타 등등해서 제법 많은 돈이 모인다. 2006년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경남도당 3기 집행부는 도지사 선거 부채 1억700만 원을 떠안게 되었다. 신임 도당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승필 위원장이 지난 2004년 임수태 도지사 후보는 더 적은 규모의 선거자금으로도 충분히 선거를 치르고 빚도 남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의문을 던졌다.

일단 회계장부를 가져오도록 당시 회계책임자였던 석00 부위원장(당시 사무처장)에게 지시했다. 그런데 석00 부위원장의 답변이 아주 걸작이었다.

“아니 위원장님이 장부를 왜 보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도당의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럼 선거 빚을 1억700만 원이나 갚으라고 떠넘겨 놓고 장부를 볼 필요가 없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정말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위원장이 부채 1억700만 원의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장부를 제출하라고 하자 이들은 장부제출을 "거부"하고 운영위원회와 대의원대회에 결산자료 형식을 빌어 ‘일방적으로’ 보고하고 다수의 힘으로 이를 통과시키고 말았다.



장부를 본 위원장 입이 닫히지 않았다

이에 도당위원장은 5.31 지방선거 당시 선거회계 사무원으로 계약직 근무했던 총무부장을 불러 장부를 가져와 함께 검토할 것을 지시하여 가져온 장부를 입수하게 되었다. 장부를 검토해본 위원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것도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회계책임자인 석00 사무처장은 부채가 1억700만 원이라고 대의원대회 결산자료를 통해 보고했는데 장부상 부채는 6,500여만 원에 불과했으며, 이 장부의 수입과 지출을 다시 계산해보니 오히려 흑자가 5,680만 원이었던 것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총수입이 7억1,700만 원이라고 보고 되었지만 실제 수입은 9억8,800만 원이었고, 총지출도 차이가 났다. 간단히 계산해보아도 부채로 넘긴 1억700만 원과 장부상 흑자 5,680만 원을 더한 1억6,400만 원 정도가 공중에 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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