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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말고 자본을 협박하라
현대차지부, 중앙교섭 ‘조건부참가안’ 승인 강요 … 금속쟁대위 “존중”
지난 9일(토) 대표 재벌신문 ‘조중동’과 SBS에 실린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현대차지부의 이 같은 "항명(抗命)"은 지난 3개월째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 처리에 막혀 자체 임금교섭과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등 근로조건개선 현안들을 논의도 해보지 못한 데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과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금속노조 내부갈등을 부채질했다.
9일 새벽까지 계속된 금속노조 중앙쟁대위에서 현대차지부의 의견접근안을 존중하고, 승인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리자 ‘재벌씨라시’인 경제신문들은 “꼬리내린 금속노조…현대차지부 강경 입장에 수용 선회”(매일경제)라며 금속노조를 비꼬았다.
현장과 산별노조를 분열 대립시키려고 했던 자본의 전략이 성공했다. 현대차 자본은 올해 교섭 처음부터 조합원들의 핵심 관심사인 ‘주간연속2교대제’와 임금 등이 산별교섭 참가 문제 때문에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금속노조의 요구를 내걸고 자본을 공격하지도 못했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산별교섭의 중요성을 설득하지도 못했다. 조합원들은 자본의 언론의 분열 전략에 포위되고 말았다.
현대기아차 자본에 대한 투쟁을 거의 진행하지 않은 금속노조는 GM대우차지부가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다며 GM의 의견접근안(기본협약 일부 수용 등) 수용을 노조에 세 차례나 강요했다. 투쟁을 통해 자본을 협박하는 게 아니라 의견접근안으로 노조를 협박했던 금속노조 지도부와 똑같이 현대차지부 역시 ‘중앙교섭 조건부 참가서’라는 ‘거짓 약속’을 수용하라며 15만 조합원들을 협박한 것이다.
현대차지부가 7일 조합원에게 배포한 <교섭속보>16호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사측안이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 진행도는 지지부진한 교섭을 돌파하고 지부교섭에 집중하자는데 다수의 지부 교섭위원이 동의를 하였다. 하지만 금속노조에서 사측 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판단해 어제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지부가 앞장서서 노골적으로 금속노조와 조합원들의 갈등을 부채질했다.
GM대우차의 의견접근안이나 현대차지부의 조건부 참가안 모두 15만 산별교섭 성사라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에서 똑같다. 특히 현대차지부의 ‘조건부 참가안’은 지난 해 15만 조합원을 우롱했던 ‘확약서’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안이다. 더구나 한국노동운동의 대표인 현대차지부가 조직력이 취약한 GM보다 못한 안을 승인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4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피땀으로 쟁취해왔던 산별노조운동을 정갑득 집행부와 함께 후퇴시켰다는 비판 앞에서 현대차지부는 뭐라고 얘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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