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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콜트악기 "노동자들의 가을나기"(매일노동뉴스)
작성자 콜트콜텍지회
댓글 1건 조회 3,702회 작성일 200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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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콜트악기 노동자들의 "가을나기"


위장폐업 의혹 제기…"정상화 위한 노력 계속하겠다"

매일노동뉴스 정영현 기자

공장 간판을 대신해 ‘기만적 위장폐업 철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 노동자가 써 붙인 ‘우리들이 20년 간 뼈빠지게 일해 만들어 냈지만 눈물만을 남겼다’라는 내용의 편지는 벽면을 채웠다. 한때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했던 공장은 집진기를 뜯어내는 소리만이 남았다.

인천 부평 소재의 콜트악기를 찾은 것은 9일. 국내 굴지의 전자기타 제조업체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달 31일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폐업이 결정됐다.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대부분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났지만, 20여명은 여전히 회사를 지키며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에게 공장은 몇몇 사업장 중 하나지만 조합원들에게 콜트악기는 20대 중반에 들어와 청춘을 바쳐 일했던 추억이 담겨 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준 일터이기 때문이다.

불이 꺼진 공장 내부는 어두웠다. 공기도 잘 통하지 않아 입안에 먼지가 맴돌았다. 하지만 노동조합 사무실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깜깜한 공장 내부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은 조합 사무실뿐이었기 때문이다.

방종운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장은 폐업 생각만 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위장폐업 의혹 때문이다. 회사측은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콜트악기는 지난 2006년 한 번의 적자를 봤다. 그리고 ‘콜트’라는 브랜드명을 가지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박영호 콜트악기 사장의 총 자본은 1천200억원에 달한다.

방 지회장은 “세상에 어느 회사가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받아 놓고 사람이 없어 체계가 무너졌다고 폐업을 한다고 주장합니까”라고 토로했다. 지회는 회사측이 폐업한 이유가 이달 15일로 예정된 행정소송 판결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콜트악기는 지난 2007년 3월 27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회사측의 정리해고는 2006년 8월 지노위와 지난 2월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측은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판정취소 요구소송을 냈고 그 결과가 15일 나온다.

공장 앞 주차장에는 당시 해고된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있다. 1년 간 살았던 집이다. 농성장의 노동자들이 점심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돌멩이에 걸쳐 앉아 파를 다듬고, 고추를 심고 있었다. 파와 고추는 모두 인근 텃밭에서 직접 가꾼 것이다. 1년 간의 긴 시간은 이들을 가족 이상의 관계로 맺어 줬다. 점심을 준비하며 ‘제철공장’등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일을 분담했다.

별명이 제철공장인 이재철(52)씨는 “법원에서 판결이 어떻게 날까 고민하다 보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회사가 토끼같은 사람들을 호랑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농성장에 있는 아주머니들의 호칭에는 꼭 ‘여사’가 붙는다.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가와 달리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그들은 “박영호 사장 마누라만 여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여성 노동자가 여사”라며 “종일 서서 일해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아줌마들이야 말로 존경 받아야지”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점심상이 차려졌다. 텃밭에서 딴 고추도 식탁에 올랐다. 방 지회장도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숟가락을 떴다. 밥상에 둘러앉은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전국 팔도에서 올라 온 사람들이 만드는 밥이라서 맛있을 거야”라며 “맛있어서 다행이지 추석에 고향도 못 가는데 밥맛까지 없었으면 우울할 뻔 했지”라고 웃었다.

지회는 10일 오후 서초구 방배동 삼호빌라에 있는 박영호 사장집 주변에서 "공장정상화를 위한 투쟁승리 문화제"를 개최한다. 콜트악기 20여명의 노동자가 추석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 ⓒ매일노동뉴스

? 기사입력 : 2008-09-09 06:19:05

? 최종편집 : 2008-09-10 1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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