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 ― 실비아 페데리치의 『혁명의 영점』이 출간되었습니다!
작성자 갈무리
본문
Revolution at Point Zero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최신작!
자본의 사유화와 국가의 공공화를 넘어
재생산의 공유화로 가정과 공동체 내에서 대항권력을 구성하자!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0754
맛시모 데 안젤리스 (『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 글로벌 자본』의 저자)
혁명의 영점은 새로운 사회관계가 처음으로 분출되고, 무수한 물결이 다른 영역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번져가는 곳을 말한다. 지난 30여 년간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 영점이 재생산의 영역일 수밖에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자본의 외부와, 그 어떤 외부도 따르지 않는 자본 간의 가장 유망한 전장(戰場)을 조우하게 된다.
애리얼 살레 (『정치로서의 생태여성주의 : 자연, 맑스, 포스트모던』의 저자
페데리치는 생태여성주의 사상가들 및 활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자급수단의 보호가 투쟁의 핵심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공유재를 건설하기 위해 손을 맞잡을 것을 요청한다.
『혁명의 영점』 간략한 소개
『혁명의 영점』은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최신작이다. 저자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필수불가결한 사건으로 분석하며 여성의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혁명의 영점』에서는 여성의 관점에서 현실 사회운동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우리 시대 운동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요구했던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출발하여 19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열악해진 삶의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재 재구축을 위한 운동까지, 급진주의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혁명의 영점』은 이러한 여성투쟁의 본질에 대한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것이다.
『혁명의 영점』은 재생산 활동의 국제적인 재조직과 그것이 노동의 성별분업에 미친 영향, 돌봄노동과 성노동의 세계화, 노인돌봄의 위기, 감정노동의 발달 및 공유재의 정치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들의 권력과 정치가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노동의 자본주의적 조직방식과 ‘소외된 노동’에 내재한 모순들의 이면에는, 집단적인 재생산과 관련된, 일상적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닌 영점(Point Zero)이 있음을 역사와 이론, 현실 운동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혁명의 영점』 상세한 소개
가사노동에 임금을! 재생산노동의 가치는 생산노동의 가치와 동일하다.
가사노동은 다른 가족구성원들과 공평하게 분담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라면 벌이가 없는 한 명은 군말 없이 ‘무급’의 가사노동을 전담해도 되는 걸까? 가사노동을 통한 노동력의 ‘재생산’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생산’만큼 가치를 갖지 못하는 걸까? 만일 재생산노동이 생산노동과 동일한 수준으로든, 그보다 적은 수준으로든 가치를 갖는다면 그 가치에 대한 인정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줘야 하는 걸까? 스마트폰처럼 첨단 기기들이 생산되고, 금융거래가 빛과 같은 속도로 거래되는 현 사회에서도 가사노동, 재생산노동과 관련된 이와 같은 질문들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30여 년 전에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적인 운동으로까지 조직되었던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운동’에 몸담았던 저자는 재생산노동은 이 노동을 통해 생산되는 노동력만큼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생산노동과 동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생산노동의 최종 수혜자는 자본이므로 총자본의 대변인인 국가가 (전업)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기반을 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운동’은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주요 화두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정 내에서든 사회적으로든 재생산노동은 천대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이 책의 1부 「가사노동의 이론화와 정치화」에 실린 30여 년 전 저자의 주장과 그 주장 속에 담긴 사회적 의미들이 전혀 퇴색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의 축소는 무수한 무급가사노동자들의 희생
맞벌이가 늘면서 가정 내 가사노동 분담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유급가사노동자를 고용하여 육아 등의 가사노동을 맡기는 집단이 늘면서 유급가사노동자에 대한 논의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를 차지하는 무급재생산노동(자)에 대한 문제의식은 30년 전에서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무급재생산노동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국가에서도, 시민사회에서도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인돌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빈약하다는 페데리치의 지적은 기초노령연금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복지’는 단순히 국가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가 축소될 경우 결국에는 복지의 영역을 자신의 노동력으로 메워야 하는 무수한 무급가사노동자들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복지 축소’에 맞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이탈리아와 미국,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을 넘나들며 30여 년 간의 다양한 운동경험을 통해 얻은 저자의 통찰이 깊은 만큼,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고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이 처한 현실을 평가하고 현실의 과제를 넘어서기 위한 유용한 관점을 우리는 『혁명의 영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에 대항하는 공유재의 정치, 재생산수단을 공유화하자!
페데리치는 198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프리카의 학생과 교사들이 아프리카 경제 및 교육시스템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지원하는 조직인 <아프리카 학문의 자유위원회>를 공동설립하였다. 신자유주의의 득세 속에 특히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중들의 삶이 유무형의 전쟁으로 초토화되어 하는 상황을 목도하며 저자는 노동자와 자본 간의 권력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고 있음을 감지한다. 2부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후 진행된 신국제노동분업 속에서 계급관계의 재구조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 운동과 신자유주의의 계급관계 재구조화에 맞서는 활동을 해온 저자는 점차 주장과 운동의 방향을 공유재(공통재, the common)를 구축하기 위한 투쟁으로 더욱 확장한다. 3부 「공유재의 재생산」에는 페데리치 특유의 공유재의 정치가 제안되고 있다.
공유재는 많은 현대 사상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주제이다. 올해 2013년 9월 말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등이 참석한 <멈춰라! 생각하라!> 컨퍼런스에서도 생태적 파국, 지식 재산의 사유화, 재개발로 인한 도시의 슬럼화 등 공유재의 사유화에 맞서는 철학과 운동이 주요 논의 주제이기도 했다.
안또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공유재를, 경제적인 것을 모두 소유권에 종속시키는 사유재와, 사회적인 것을 모두 국가의 감시와 통제 하에 두는 공공재와 구분한다. 공유재는 기본적으로 물, 공기, 토지, 미생물, 종자 등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공유재들은 지속적으로 기업에 의해 사유화되고, 국가의 지배를 위해 통제 감시되어 왔지만 생명과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재화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지식과 돌봄, 감정(정동) 같은 비물질노동도 오늘날 중요한 공유재이다.
공유재는, 1994년 1월 1일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사빠띠스따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공유재를 지키기 위한 봉기에서부터 운동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생명과 지식을 시장논리에 종속시켜 화폐관계 하에서만 공유재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세계은행과 유엔 같은 국제기구는 공유재를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산림이나 바다 같은 공유재에서 노동을 통해 생존하는 이들을 쫓아내고 생태관광을 도입한다고 비판한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해양접근에 대한 국제법을 수정하여 해수사용권도 소수가 독점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네그리와 하트가 제시한 공유재 개념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특히 페데리치는, 네그리와 하트가 생산의 정보화를 통해 공유재 원리 위에 사회가 진화한다고 주장하고, 생산 및 노동조직 내에 공유재가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네그리와 하트의 공유재 개념과 비물질노동 개념은 인터넷기술 기기와 컴퓨터가 노동자 및 자연 파괴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과학, 지식생산, 정보를 강조하여 일상생활의 재생산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페데리치는 재생산의 물질적 수단을 공유재화함으로써 가정과 공동체 내에서 대항권력을 구성하자는 여성주의적 공유재의 정치를 제안한다. 특히 19세기 중반부터 주장되어온 가사노동의 공동화와 집단화가 오늘날 시급히 실현될 때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운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혁명의 영점』 지은이 · 옮긴이 소개
지은이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 1942~ )
여성주의 저술가이자 교사이며 투사이기도 하다. 1972년에는 <국제여성주의공동체>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캠페인>을 국제적으로 펼쳤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나 셀마 제임스 같은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의 다른 구성원들과, 마리아 미즈나 반다나 시바 같은 여성주의 저술가들과 함께 “재생산” 개념을 지역 및 전 세계라는 맥락에서 착취와 지배의 계급관계를 이해하는 열쇠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를 자율성과 공유재의 여러 형태들에 핵심적인 개념으로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동안 나이지리아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반세계화운동과 미국의 사형제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아프리카의 학생과 교사들이 아프리카 경제 및 교육시스템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지원하는 조직인, <아프리카 학문의 자유위원회>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는 뉴욕 헴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국제학, 여성학, 정치철학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연구와 정치활동을 병행하면서 철학과 여성주의 이론, 여성사, 교육, 문화, 국제정치에 대한 수많은 글들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자본주의 세계화에 저항하고, 공유재를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축하기 위한 전 세계의 투쟁에 대한 글을 썼다. 이 사안들에 대한 꾸준한 헌신은 페데리치에게 있어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 구축을 통한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스스로 재생산하는 운동(self-reproducing movements)의 힘에 대한 강조와 자율성에 대한 주목에서 확인된다. 저작으로 『혁명의 영점: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갈무리, 2013), 『캘리번과 마녀: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갈무리, 2011), 『대캘리번 : 자본주의의 첫 번째 단계의 반항적 신체』(공저), 『유구한 서구문명: 서구문명과 그 “타자들”에 대한 개념구성』(편집자), 『천 송이 꽃: 아프리카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투쟁』(공동편집자), 『아프리카의 미래: 현대 아프리카의 문학적 이미지와 정치적 변화, 그리고 사회적 투쟁』(공동편집자) 등이 있다.
옮긴이
황성원 (Hwang Sung Won)
가사노동자이자 번역가. 옮긴 책으로 『짧은 지리학 개론 시리즈 : 영역』(공역, 시그마프레스, 2013),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이후, 2012), 『토스터 프로젝트』(뜨인돌, 2012),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푸른숲, 2012), 『캘리번과 마녀』(공역, 갈무리, 2011) 등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5 / 감사의 말 13 / 서문 14 / 수록매체 18
들어가며 21
1부 가사노동의 이론화와 정치화 35
1장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임금 36
“사랑이라는 노동” 38
혁명적 관점 43
사회적 서비스를 위한 투쟁 46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투쟁 48
2장 섹슈얼리티는 왜 노동인가 52
3장 부엌에서 만든 대안 60
그들은 우리를 “발전”시킨다 61
새로운 투쟁의 근거지 63
숨은 노동 65
규율로서의 무임금상태 69
가족을 찬양함 71
상이한 노동시장 74
임금 요구 76
자본이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방법 78
4장 1970년대 미국의 가사노동과 재생산의 구조조정 83
가사노동에 대한 저항 86
사회적 재생산의 재조직화 92
결론 100
5장 여성주의 바로잡기 104
2부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 120
6장 신국제노동분업에서 재생산과 여성주의 투쟁 121
들어가며 121
신국제노동분업 123
이민, 재생산, 국제여성주의 130
결론 136
7장 전쟁, 세계화, 재생산 138
아프리카, 전쟁, 구조조정 140
식량원조라는 이름의 은밀한전쟁 144
모잠비크 : 현대전의 전형적인 사례 147
결론 : 아프리카에서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그 너머 149
8장 여성, 세계화, 국제여성운동 153
세계화 : 재생산에 대한 공격 155
여성의 투쟁과 국제여성운동 159
9장 세계경제에서 노동력의 재생산과 끝나지 않은 여성주의 혁명 162
들어가며 163
맑스와 노동력의 재생산 165
가사노동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과, 노동, 계급투쟁,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여성주의의 재정의 170
참을 수 없는 것에 이름붙이기: 시초축적과 재생산의 재구조화 177
세계경제에서 젠더관계와 여성노동, 재생산노동 186
3부 공유재의 재생산 195
10장 노인돌봄노동과 맑스주의의 한계에 대하여 196
들어가며 196
세계화 시대 노인돌봄의 위기 198
노인돌봄, 노조,좌파 204
여성주의 경제학에서 바라본 노인돌봄, 노화, 그리고 여성 210
11장 국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여성, 토지투쟁, 세계화 215
여성이 이 세상의 생명을 유지한다 216
여성과 토지 : 역사적인 관점 217
아프리카, 아시아, 남북아메리카의 반“세계화”자급투쟁 225
투쟁의 중요성 233
12장 시초축적 시대 공유재의 정치와 여성주의 235
서론 : 왜 공유재인가? 235
세계의 공유재, 세계은행의 공유재 237
공유재란 무엇인가? 239
여성과 공유재 243
여성주의적 재구성 246
13장 감정노동에 관하여 253
『제국』부터 『다중』과 『커먼웰스』에 나타난 감정노동과 비물질노동 255
감정노동과 감정의기원 263
감정노동과 노동의 탈젠더화 265
여성주의 저술에 나타난 감정노동 270
결론 275
후주 277 / 참고문헌 308 / 옮긴이 후기 330 / 인명 찾아보기 332
용어 찾아보기 334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최신작!
자본의 사유화와 국가의 공공화를 넘어
재생산의 공유화로 가정과 공동체 내에서 대항권력을 구성하자!
인터넷서점 바로 가기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0754
맛시모 데 안젤리스 (『역사의 시작 : 가치, 투쟁, 글로벌 자본』의 저자)
혁명의 영점은 새로운 사회관계가 처음으로 분출되고, 무수한 물결이 다른 영역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번져가는 곳을 말한다. 지난 30여 년간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 영점이 재생산의 영역일 수밖에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자본의 외부와, 그 어떤 외부도 따르지 않는 자본 간의 가장 유망한 전장(戰場)을 조우하게 된다.
애리얼 살레 (『정치로서의 생태여성주의 : 자연, 맑스, 포스트모던』의 저자
페데리치는 생태여성주의 사상가들 및 활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자급수단의 보호가 투쟁의 핵심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공유재를 건설하기 위해 손을 맞잡을 것을 요청한다.
『혁명의 영점』 간략한 소개
『혁명의 영점』은 『캘리번과 마녀』의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최신작이다. 저자는 『캘리번과 마녀』에서 마녀사냥을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필수불가결한 사건으로 분석하며 여성의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혁명의 영점』에서는 여성의 관점에서 현실 사회운동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우리 시대 운동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요구했던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출발하여 19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열악해진 삶의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재 재구축을 위한 운동까지, 급진주의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혁명의 영점』은 이러한 여성투쟁의 본질에 대한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것이다.
『혁명의 영점』은 재생산 활동의 국제적인 재조직과 그것이 노동의 성별분업에 미친 영향, 돌봄노동과 성노동의 세계화, 노인돌봄의 위기, 감정노동의 발달 및 공유재의 정치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들의 권력과 정치가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노동의 자본주의적 조직방식과 ‘소외된 노동’에 내재한 모순들의 이면에는, 집단적인 재생산과 관련된, 일상적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닌 영점(Point Zero)이 있음을 역사와 이론, 현실 운동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혁명의 영점』 상세한 소개
가사노동에 임금을! 재생산노동의 가치는 생산노동의 가치와 동일하다.
가사노동은 다른 가족구성원들과 공평하게 분담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라면 벌이가 없는 한 명은 군말 없이 ‘무급’의 가사노동을 전담해도 되는 걸까? 가사노동을 통한 노동력의 ‘재생산’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생산’만큼 가치를 갖지 못하는 걸까? 만일 재생산노동이 생산노동과 동일한 수준으로든, 그보다 적은 수준으로든 가치를 갖는다면 그 가치에 대한 인정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줘야 하는 걸까? 스마트폰처럼 첨단 기기들이 생산되고, 금융거래가 빛과 같은 속도로 거래되는 현 사회에서도 가사노동, 재생산노동과 관련된 이와 같은 질문들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30여 년 전에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적인 운동으로까지 조직되었던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운동’에 몸담았던 저자는 재생산노동은 이 노동을 통해 생산되는 노동력만큼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생산노동과 동일하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생산노동의 최종 수혜자는 자본이므로 총자본의 대변인인 국가가 (전업)가사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기반을 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운동’은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주요 화두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정 내에서든 사회적으로든 재생산노동은 천대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이 책의 1부 「가사노동의 이론화와 정치화」에 실린 30여 년 전 저자의 주장과 그 주장 속에 담긴 사회적 의미들이 전혀 퇴색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의 축소는 무수한 무급가사노동자들의 희생
맞벌이가 늘면서 가정 내 가사노동 분담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유급가사노동자를 고용하여 육아 등의 가사노동을 맡기는 집단이 늘면서 유급가사노동자에 대한 논의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를 차지하는 무급재생산노동(자)에 대한 문제의식은 30년 전에서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무급재생산노동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국가에서도, 시민사회에서도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인돌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빈약하다는 페데리치의 지적은 기초노령연금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복지’는 단순히 국가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가 축소될 경우 결국에는 복지의 영역을 자신의 노동력으로 메워야 하는 무수한 무급가사노동자들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복지 축소’에 맞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이탈리아와 미국,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을 넘나들며 30여 년 간의 다양한 운동경험을 통해 얻은 저자의 통찰이 깊은 만큼,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고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이 처한 현실을 평가하고 현실의 과제를 넘어서기 위한 유용한 관점을 우리는 『혁명의 영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자본에 대항하는 공유재의 정치, 재생산수단을 공유화하자!
페데리치는 198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프리카의 학생과 교사들이 아프리카 경제 및 교육시스템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지원하는 조직인 <아프리카 학문의 자유위원회>를 공동설립하였다. 신자유주의의 득세 속에 특히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중들의 삶이 유무형의 전쟁으로 초토화되어 하는 상황을 목도하며 저자는 노동자와 자본 간의 권력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고 있음을 감지한다. 2부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후 진행된 신국제노동분업 속에서 계급관계의 재구조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 운동과 신자유주의의 계급관계 재구조화에 맞서는 활동을 해온 저자는 점차 주장과 운동의 방향을 공유재(공통재, the common)를 구축하기 위한 투쟁으로 더욱 확장한다. 3부 「공유재의 재생산」에는 페데리치 특유의 공유재의 정치가 제안되고 있다.
공유재는 많은 현대 사상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주제이다. 올해 2013년 9월 말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등이 참석한 <멈춰라! 생각하라!> 컨퍼런스에서도 생태적 파국, 지식 재산의 사유화, 재개발로 인한 도시의 슬럼화 등 공유재의 사유화에 맞서는 철학과 운동이 주요 논의 주제이기도 했다.
안또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공유재를, 경제적인 것을 모두 소유권에 종속시키는 사유재와, 사회적인 것을 모두 국가의 감시와 통제 하에 두는 공공재와 구분한다. 공유재는 기본적으로 물, 공기, 토지, 미생물, 종자 등 생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공유재들은 지속적으로 기업에 의해 사유화되고, 국가의 지배를 위해 통제 감시되어 왔지만 생명과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재화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지식과 돌봄, 감정(정동) 같은 비물질노동도 오늘날 중요한 공유재이다.
공유재는, 1994년 1월 1일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사빠띠스따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공유재를 지키기 위한 봉기에서부터 운동의 주요 의제가 되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생명과 지식을 시장논리에 종속시켜 화폐관계 하에서만 공유재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세계은행과 유엔 같은 국제기구는 공유재를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산림이나 바다 같은 공유재에서 노동을 통해 생존하는 이들을 쫓아내고 생태관광을 도입한다고 비판한다. 세계은행과 유엔은 해양접근에 대한 국제법을 수정하여 해수사용권도 소수가 독점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네그리와 하트가 제시한 공유재 개념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특히 페데리치는, 네그리와 하트가 생산의 정보화를 통해 공유재 원리 위에 사회가 진화한다고 주장하고, 생산 및 노동조직 내에 공유재가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네그리와 하트의 공유재 개념과 비물질노동 개념은 인터넷기술 기기와 컴퓨터가 노동자 및 자연 파괴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과학, 지식생산, 정보를 강조하여 일상생활의 재생산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페데리치는 재생산의 물질적 수단을 공유재화함으로써 가정과 공동체 내에서 대항권력을 구성하자는 여성주의적 공유재의 정치를 제안한다. 특히 19세기 중반부터 주장되어온 가사노동의 공동화와 집단화가 오늘날 시급히 실현될 때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운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혁명의 영점』 지은이 · 옮긴이 소개
지은이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 1942~ )
여성주의 저술가이자 교사이며 투사이기도 하다. 1972년에는 <국제여성주의공동체>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캠페인>을 국제적으로 펼쳤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나 셀마 제임스 같은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의 다른 구성원들과, 마리아 미즈나 반다나 시바 같은 여성주의 저술가들과 함께 “재생산” 개념을 지역 및 전 세계라는 맥락에서 착취와 지배의 계급관계를 이해하는 열쇠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를 자율성과 공유재의 여러 형태들에 핵심적인 개념으로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동안 나이지리아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반세계화운동과 미국의 사형제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아프리카의 학생과 교사들이 아프리카 경제 및 교육시스템의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지원하는 조직인, <아프리카 학문의 자유위원회>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는 뉴욕 헴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국제학, 여성학, 정치철학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십 년간 연구와 정치활동을 병행하면서 철학과 여성주의 이론, 여성사, 교육, 문화, 국제정치에 대한 수많은 글들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자본주의 세계화에 저항하고, 공유재를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축하기 위한 전 세계의 투쟁에 대한 글을 썼다. 이 사안들에 대한 꾸준한 헌신은 페데리치에게 있어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 구축을 통한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스스로 재생산하는 운동(self-reproducing movements)의 힘에 대한 강조와 자율성에 대한 주목에서 확인된다. 저작으로 『혁명의 영점: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갈무리, 2013), 『캘리번과 마녀: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갈무리, 2011), 『대캘리번 : 자본주의의 첫 번째 단계의 반항적 신체』(공저), 『유구한 서구문명: 서구문명과 그 “타자들”에 대한 개념구성』(편집자), 『천 송이 꽃: 아프리카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투쟁』(공동편집자), 『아프리카의 미래: 현대 아프리카의 문학적 이미지와 정치적 변화, 그리고 사회적 투쟁』(공동편집자) 등이 있다.
옮긴이
황성원 (Hwang Sung Won)
가사노동자이자 번역가. 옮긴 책으로 『짧은 지리학 개론 시리즈 : 영역』(공역, 시그마프레스, 2013),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이후, 2012), 『토스터 프로젝트』(뜨인돌, 2012),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푸른숲, 2012), 『캘리번과 마녀』(공역, 갈무리, 2011) 등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5 / 감사의 말 13 / 서문 14 / 수록매체 18
들어가며 21
1부 가사노동의 이론화와 정치화 35
1장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임금 36
“사랑이라는 노동” 38
혁명적 관점 43
사회적 서비스를 위한 투쟁 46
가사노동에 대항하는 투쟁 48
2장 섹슈얼리티는 왜 노동인가 52
3장 부엌에서 만든 대안 60
그들은 우리를 “발전”시킨다 61
새로운 투쟁의 근거지 63
숨은 노동 65
규율로서의 무임금상태 69
가족을 찬양함 71
상이한 노동시장 74
임금 요구 76
자본이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방법 78
4장 1970년대 미국의 가사노동과 재생산의 구조조정 83
가사노동에 대한 저항 86
사회적 재생산의 재조직화 92
결론 100
5장 여성주의 바로잡기 104
2부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 120
6장 신국제노동분업에서 재생산과 여성주의 투쟁 121
들어가며 121
신국제노동분업 123
이민, 재생산, 국제여성주의 130
결론 136
7장 전쟁, 세계화, 재생산 138
아프리카, 전쟁, 구조조정 140
식량원조라는 이름의 은밀한전쟁 144
모잠비크 : 현대전의 전형적인 사례 147
결론 : 아프리카에서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그 너머 149
8장 여성, 세계화, 국제여성운동 153
세계화 : 재생산에 대한 공격 155
여성의 투쟁과 국제여성운동 159
9장 세계경제에서 노동력의 재생산과 끝나지 않은 여성주의 혁명 162
들어가며 163
맑스와 노동력의 재생산 165
가사노동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과, 노동, 계급투쟁,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여성주의의 재정의 170
참을 수 없는 것에 이름붙이기: 시초축적과 재생산의 재구조화 177
세계경제에서 젠더관계와 여성노동, 재생산노동 186
3부 공유재의 재생산 195
10장 노인돌봄노동과 맑스주의의 한계에 대하여 196
들어가며 196
세계화 시대 노인돌봄의 위기 198
노인돌봄, 노조,좌파 204
여성주의 경제학에서 바라본 노인돌봄, 노화, 그리고 여성 210
11장 국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여성, 토지투쟁, 세계화 215
여성이 이 세상의 생명을 유지한다 216
여성과 토지 : 역사적인 관점 217
아프리카, 아시아, 남북아메리카의 반“세계화”자급투쟁 225
투쟁의 중요성 233
12장 시초축적 시대 공유재의 정치와 여성주의 235
서론 : 왜 공유재인가? 235
세계의 공유재, 세계은행의 공유재 237
공유재란 무엇인가? 239
여성과 공유재 243
여성주의적 재구성 246
13장 감정노동에 관하여 253
『제국』부터 『다중』과 『커먼웰스』에 나타난 감정노동과 비물질노동 255
감정노동과 감정의기원 263
감정노동과 노동의 탈젠더화 265
여성주의 저술에 나타난 감정노동 270
결론 275
후주 277 / 참고문헌 308 / 옮긴이 후기 330 / 인명 찾아보기 332
용어 찾아보기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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