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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마저 버린 철도 파업 포기
작성자 자존심
댓글 0건 조회 2,943회 작성일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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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마저 버린 철도 파업 포기

  최악의 굴욕적 협상 결과 … “경제위기 극복 동참” 굴욕적 표현

  철도노조 잠정합의안 쟁의대책위 첫 부결 … 차라리 항복했어야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 철도본부(철도본부는 산업노조인 운수노조의 업종본부다. 하지만 철도본부는 아직 스스로 철도노조라 칭하고 있다)는 20일 새벽 파업을 앞두고 철도공사측과 △임금 3% 인상 △내년 상반기 중 해고자 복직 및 인력운용계획 논의 △자립경영 달성 및 영업 수지 적자개선을 위한 노력 △파업 계획 즉시 철회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한 활동가는 철도노조의 지난 20일 노사간 잠정합의문을 보더니 “새마을 운동 슬로건이냐?”고 했다.

  합의안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구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기업 구성원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라는 표현이나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 등은 사용자의 상투적 표현을 보는 듯 했다.


  결국 이 잠정합의안은 현장의 반발과 함께 확대쟁대위에서 부결됐다.

  철도노조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제까지 안이 좋지 않아도 쟁대위에서 부결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쟁대위에서 부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고 했다. 그 만큼 이번 철도노조의 잠정합의안은 문제가 있는 안이었다.


  구속으로 사라진 사측 교섭상대

  보통은 사용자가 비리혐의로 구속될 경우 노조는 ‘호재’라는 판단을 한다. 사측의 비도덕성을 공격하면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철도노사 임단협에서 강경호 사장의 구속은 교섭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어느 사안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해고자 복직의 문제는 최종 결재권자인 사장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경호 사장이 파업 직전인 14일 비리혐의로 구속되자 철도 사측은 최종 결재권자가 없다는 이유로 논의를 내년 3월 이후로 미루자고 노조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는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 왜냐하면 철도노조의 선거가 내년 초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가 선거전에 휩싸이게 되면 또 다시 해고자 복직 문제는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철도 노조 집행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에 사측은 사장이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째라’로 나가는 여유까지 생기게 됐다.


  굴욕적 협상 결과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이번 협상에서 철도노조 지도부는 두 가지 부분을 중심에 두고 합의안을 작성했다. 그 하나는 철도의 민영화 문제를 노사가 함께 막자는 사측의 설득이 먹혔다는 것이다. 합의문 중 ‘공기업 구성원으로서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이란 문구가 이런 결과로 나왔다는 것이다. 공기업 구성원이라는 문구를 넣기 위해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이라는 문구도 함께 넣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철도 해고자 문제를 완전히 포기하기 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 가능성을 남겨 두자는 것이 철도노조 집행부의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임단협에서도 철도 해고자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철도 해고자의 복직은 요원하다는 판단에서 내년으로 기한을 넘겨서라도 논의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 집행부의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황정우 철도노조 위원장은 “사장이 없다고 단협과 해고자 문제를 내년으로 미루자고 하는 사측에게 무작정 이월할 수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해고자 복직 문제를 시기만큼은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차라리 항복이 옳았다

  철도노조는 지난 해에도 화물, 철도 공투 과정에서 막판에 파업을 유보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철도노조는 노조 안팎의 비난을 온 몸에 받았지만 지금처럼 혼돈이 극심하지는 않았다. 당시 엄길용 집행부는 사측이 지속적으로 후퇴되는 안을 던지자 합의안 작성을 포기하고 파업을 유보했다. 굴요적인 합의 대신에 솔직히 파업에 들어갈 실력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집행부는 사퇴했다.


  한 활동가는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과 파업 유보에 대해 “철도노조는 조합원의 자존심마저 내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합의안은 만들었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합의안이라면 차라리 항복을 선언하는 게 옳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철도노조의 이번 임단협 결과는 조합원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기대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터넷 다음까페 촛불자동차연합은 지지 성명을 냈다. 한 인터넷 촛불 네티즌 모임은 철도 전야제까지 쫒아갔다. 공기업 민영화를 막기 위해 연대를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들은 “노동조합에 큰 실망을 했다. 철도노조가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내년 2월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조합원들이 어떤 집행부를 선택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도는 지하철노조와 함께 공공산별노조의 핵심이자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이번 철도파업 유보와 지하철파업 합의로 현장의 조직력이 또 다시 약화되고 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현장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철도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권의 구조조정, 민영화,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 선봉에서 싸워야 한다. 기업별노조를 넘어 공공산별노조로 크게 단결해 맞설 때만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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