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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운동
민주노조의 날치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11.24~25, 암울한 금속노조의 미래 … 구조조정 현장에서부터 맞서야
“고용안정-노동자살리기 현장발의 안건은 중집으로 위임하겠습니다. 동의하시죠? 반대하는 분 없죠? 만장일치로 처리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쾅! 쾅! 쾅!
금속노조 22차 정기대의원대회 이틀쨋날이었던 25일 낮 1시경이었다. 대의원들이 “의장?”, “반대합니다”라고 외치고, 팻말을 들었지만 의장은 곧바로 의사봉을 두드렸다. 기습적인 회의진행에 대의원들은 당황했다. 어느 대의원은 “원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집행부의 사업계획만 통과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고용안정-노동자 살리기 투쟁본부’ 구성에 관한 안건은 10명의 대의원이 일주일전에 제출한 안건이었다. 그러나 의장은 안건의 취지를 설명할 기회도 없었고, 안건에 대해 질문할 수도 없었다. 아니, 발의한 대의원 10명이나 대표 대의원에게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식사시간 직전에 반대하는 대의원을 보면서도 그대로 통과시켰다. 민주노조에서는 있을 수 없는 ‘날치기 통과’였던 것이다.
현장발의 안건을 묻지도 않고 통과
안건을 발의했던 대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반대가 있었는지에 대해 “비디오를 틀어보자”고 했다. 그러나 정갑득 위원장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재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안건을 통과시키면 금속노조 운영이 안된다”고도 했다. “충분히 노력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속노조 산하 100곳이 넘는 사업장에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위기 속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쟁대위’를 ‘투쟁본부’로 전환해 총체적으로 대응하자는 의견은 이렇게 ‘날치기’로 짓밟히고 말았다.
이 안건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계속된 사업평가에 대해 위원장은 중앙교섭 실패의 원인에 대한 현장의 고민과 제기에 대해 정파적으로 몰아붙였다.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안건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반대의견을 냈고, 그렇지 않은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업계획도 마찬가지였다.
대의원대회는 노동조합 총회를 갈음하는 최고의 의결기구다. 1년 동안의 사업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후 사업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하는 자리다.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의견일지라도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의견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소중히 받아 안아야 한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절망과 좌절감만을 느끼며 대회장을 떠나야 했다. 한 간부는 “집에 가지 않고 이런 최악의 대의원대회를 끝까지 남아 사수한 대의원들이 진짜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맞서 현장에서 싸우자
금속노조는 15만 산별노조 출범 이후 2차례의 중앙교섭 성사투쟁을 실패했다. 문제의 핵심은 ‘GM대우차의 확약서’가 아니었다. GM대우차의 확약서만도 못한 현대, 기아차지부의 합의안이 아니었다. 기업지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금속노조 지도력의 실패였던 것이다.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통한 금속노조의 새로운 출발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좌절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이 대량으로 해고되고 있고, GM대우차, 쌍용차 부품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휘몰아치고 있다. 사업장과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금속노조 지도부가 투쟁에 나서도록 아래로부터 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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