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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빙자한 노동자죽이기
정권?자본?언론, 경제위기 부풀리기 … 흑자기업도 구조조정 강요
비정규대표자 비상투쟁본부로 전환 … 원하청 노동자 연대로 맞서야
10년 전인 1998년 한진중공업은 당시 환율상승으로 인해 100억짜리 배가 두 배가 되는 등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부도, 퇴출, 정리해고 등 정권과 자본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현장은 위축됐고,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타협은 양보교섭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노조는 임금동결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임금이 동결됐고, 코리아타코마를 비롯해 흑자였던 여러 조선사업장에서 상여금과 근속수당 등을 빼앗겼다.
1998년 흑자기업 조선소 임금동결 사태
자본가들이 경제위기를 빙자해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트랙터를 비롯해 농기계를 만드는 대동공업은 12월 1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없앴다. 잔업과 특근은 보너스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계다. 근속 20년이 지난 노동자들도 잔업 특근이 없으면 월 120만원도 받지 못한다. 상여금 등을 포함해도 월 평균 180만원 수준이다. 당장 아이들 학원을 끊고 식비를 줄여야 할 판이다.
경운기와 트랙터는 소비재가 아니라 경제위기로 인한 판매 축소는 많지 않다. 내수보다 미국수출이 많기 때문에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환차익도 생긴다. 최근 ‘슈퍼개미’라고 불리는 증권업체 대표가 “2~3차 산업이 잘 발달된 한국에서 국내총생산의 3.3%에 불과한 농업의 발전은 시급”하다며 국내 1위 농기계 업체인 대동공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대동공업은 “무조건 회사가 어렵다”며 ‘경제위기’에 편승해 잔업과 특근을 중단해버린 것이다.
재벌언론의 ‘감원’ 공포
12월 5일 <문화일보>는 1면에 “전세계 감원 狂風(광풍)”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극심한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지구촌에 혹독한 ‘감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부도 도미노가 일자리를 집어삼키면서 뉴욕, 파리, 도쿄 등 대도시 거리마다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실업자 400만명, AT&T 감원계획, 일부 유럽 회사들의 감원 등을 거론했다. 연일 신문 방송에서 경제위기로 인한 감원 기사를 써대고 있다. 일부 회사의 감원을 마치 전 세계 기업의 위기인 것처럼 ‘뻥튀기’를 하며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낸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와 향후 전망>(2008.12)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는 104만7천대로 2007년 같은 기간보다 0.2% 늘었다. 르노삼성(-12.1%), 쌍용차(-32.6%)로 크게 줄었지만 현대차는 -3.6%밖에 줄지 않았고, 기아(18.3%)차는 오히려 늘었다. 11월 판매가 크게 감소했고 2009년에도 판매 감소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환율상승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일정부분 상쇄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비상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위기를 빙자한 ‘노동자 죽이기’
그러나 재벌과 정권은 경제위기 상황을 이용해 ‘비정규직 대량학살’을 비롯해 ‘노동자 죽이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에쿠스 단종을 이유로 11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시킨 데 이어 부품을 포장, 수출하는 CKD의 4개 업체 중 2개 업체 폐업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수출선적부 PDI 비정규직 700명 중 300명, 3공장 투스카니(GK) 단종으로 140명 정리해고설 등 비정규직 우선해고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경제위기를 빙자한 노동자 죽이기의 선두에는 GM대우차가 있다. GM대우차는 10월까지 국내 판매 대수가 -2.4%로 현대차 감소율보다 낮았다. GM대우차는 GM에서 가장 많은 수익은 남긴 공장이었다. 그러나 자본은 경제위기를 이용해 휴업을 밀어붙였고, 11월 말 2공장 휴업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은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의 상징인 휴업에 맞서 싸우지 않았고, 결국 노동자들은 평균임금의 70%를 받으며 뿔뿔이 흩어져 경제위기의 공포에 떨고 있다.
GM대우차의 휴업은 부품업체 사용자들에게 가장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다. 원청의 휴업을 핑계로 잔업과 특근을 날리고, 강제적인 휴업을 강요하면서 노동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부품업체 노동자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강제 휴업으로 공장 밖으로 내몰렸다.
이명박 “감원이 가장 확실한 방법”
경제위기를 빙자해 노동자 죽이기에 나선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은 지난 2일 한국농촌공사의 15% 정리해고 방안을 ‘구조조정의 모델’로 제시하며 공공부문 노동자 정리해고를 강행하라고 지시했다. 농촌공사는 11월 27일 근무 태도가 안일하고 무능력한 직원들을 퇴출시켜 5912명인 정원을 5068명으로 15% 감축한다고 밝혔었다.
정부부처 중 산하 공기업이 가장 많은 지식경제부는 11월 2일 산하 69개 공공기관에 ‘비상경영체제 확립 협조 요청’ 공문을 하달, “보수·복리후생의 방만 경영요인의 제거, 불필요한 조직·예산·인력의 감축을 통해 기관별 경영효율성을 10% 이상 제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의 경우 정원은 2만1700명 중 10%인 2000명 안팎의 감원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공장 가동 사건
충남 아산과 영동에서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유성기업에서는 자본이 공장의 전기를 끄자 노동자들이 전기를 켜고 기계를 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청의 휴업과 감산 등으로 재고가 많이 공장을 돌릴 수 없다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생계를 보장하라며, 스스로 공장에 들어가 전원을 켜고 기계를 돌린 것이다.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는 지난 12월 4~5일 광주 적십자수련원에서 수련회를 갖고 경제위기 구조조정의 폭풍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봉에서 싸운다는 각오로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를 ‘비상투쟁본부’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또 비정규대표자들은 12월 내에 투쟁본부 전환을 선포하는 기자회견과 1차 집중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비정규대표자회의는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맞서 전면적인 노조가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빙자한 ‘노동자죽이기’에 원하청 연대로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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