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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지도부 아닌 현장의 힘으로 싸우자
노동조합 선거를 통해 본 2009년 … 대안으로 서지 못하는 좌파
“앞으로 비정규직 동지들을 쌍용자동차지부의 이름으로, 구호가 아니라 사업으로 끌어안고 가려고 합니다. 올해 안에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조끼가 아니라 지부 조끼를 입고 같이 싸우겠다고 다짐합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2기 지부장으로 선출된 한상균 지부장이 한 말이다. 12월 10일 쌍용자동차 평‘동우화인켐-쌍용자동차 택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 자리에서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회사 관리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앞에서 투쟁하는 척하고 뒤에서 악수하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정일권 집행부에게 ‘개밥’ 취급을 당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 지부장의 연설에 말 그대로 ‘감동’했다.
쌍용차지부 한상균 집행부는 ‘노동자의힘’부터 ‘전국회의’까지 ‘범민주연합후보’였다. 그는 1차에서 5명의 후보 중 1위를 차지한 후 결선에서 52%를 얻어 47%에 그친 이성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을 겨냥한 상하이와 쌍용차자본에 맞서 조합원들은 ‘민주파 후보’를 선택했다.
10월 19일 끝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선거에서는 기호 2번 박배일-서수녀-김형계(본부장-수석부본부장-사무처장) 후보조가 52.3% 지지율을 획득해 40.1% 지지율에 머문 기호 1번 윤병태-권택흥-노의학 후보조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선된 박배일 후보조는 전국회의에 맞선 범좌파후보였다.
경제위기 시기 투쟁 요구 확대
기아자동차지부 선거에서도 좌파 진영의 당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가 현장의 지도력과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아차지부의 선거 결과는 2009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속노조를 계급적이며, 운동적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선거는 좌파진영이 현장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 12월 11일 밤 개표가 마무리된 전교조 14대 위원장 선거에서 현 집행부를 계승한 정진후 후보가 51.7%로 48.3%를 얻은 차상철 후보를 3%(2천표)차로 누르고 간신히 당선됐다.
이명박 정권의 ‘전교조 죽이기’가 극에 달하고 있고, 일제고사를 거부한 조합원들에 대해 1989년 1,500명 대량해고 이후 20년 만에 파면과 해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전교조 조합원들은 온건파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선거에서도 김주철 후보가 51,5%를 얻어 이재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현장에서 여전히 좌파가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서지 못하는 좌파
한편, 민주노총 경남본부 선거는 전교조, 건설노조의 투표함에서 부정투표로 의심되는 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투표가 사실상 무산됐다. 기호 2번 여영국 후보는 ‘당선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창원지방법원은 10일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6기 임원선거’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해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 민주적인 선거조차 치르지 못하는 무능력한 노동운동의 모습을 또 다시 보여준 것이다.
최근의 선거는 경제위기와 탄압의 시기, 구조조정의 시기에 현장의 투쟁에 대한 요구가 훨씬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지도부가 좌파냐 우파냐를 떠나 현장으로부터 투쟁을 조직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경제위기 노동자죽이기에 맞서 현장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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