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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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이 판치고 비리로 얼룩지고 10곳이 넘는 대학이 총학생회 선거 과정의 문제로 재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이런 총학생회 선거 부정은 총학생회의 부패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65호] 2008년 12월 10일 (수) 11:05:57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시사IN 고재열 총학생회 선거 때마다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위는 이화여대 학생회관에 붙은 선거 관련 대자보. 지난 11월24일, 총학생회 선거 하루 전인 이날 울산대신문사로 제보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통째로 버려진 울산대신문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현장에 가보니 최근 분실한 신문 5000부가 쌓여 있었다. 한 단과대 부학생회장이 “고구마를 구워 먹는 데 사용하라”며 주고 갔다는 것이었다. 분실한 울산대신문 제419호는 총학생회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은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였다. 울산대신문이 절도 용의자에 관한 대자보를 붙이자 한 후보 측에서 선거 개입이라며 대자보 부착 중단을 요구했다. 울산대신문 이유진 전 편집국장은 “신문을 훔쳐간 쪽에서 자기도 읽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 5000부를 가져갔다고 말한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울산대뿐만이 아니다.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는 동안 전국의 대학이 비슷한 홍역을 치른다. 후보의 자질 문제, 선거 회칙의 적용 문제 등 선거 전후로 발생한 문제 때문에 재선거를 치르게 된 대학이 성균관대·조선대·한경대·한성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0곳이 넘는다. 대학 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성균관대에서는 선거 직전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한 명이 성추행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선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서울캠퍼스와 수원캠퍼스의 정후보와 부후보 4명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해야 하는 이상한 선거규칙 때문에, 한 명이 비행을 저질렀지만 모든 후보가 사퇴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전 한남대에서는 황당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선관위가 한쪽 후보에게 계속 경고를 주어 경고 누적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는 바람에 다른 후보가 단독 출마했는데 반대표가 많아서 당선 무효 처리가 된 것이다. 이후 선거가 재개되었지만 파행으로 진행되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대에서 대규모 부정투표 발생 한경대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총학생회가 "총학생회칙"을 분실했다. 그래서 출마한 후보 선거본부끼리 선거 회칙을 고치는데 절충이 되지 않자 총학생회 선거 회칙 제정을 위한 학생 총투표를 실시했다. 그런데 투표 참여자가 적어 무산되면서 투표가 내년 봄으로 연기되었다. ⓒ시사IN 고재열 고려대 한 학생이 총학생회의 회계 공개를 요구하며 학생회관에 개인 명의로 현수막을 달았다(위). 한경대신문사 편집국장인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김지혜 의장은 "선거 때가 되면 후보끼리 선거법을 입맛에 맞게 바꾸곤 하던 관행이 있었다. 일종의 게리맨더링이 만들어지곤 했다. 이번에는 양쪽 선본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성대도 회칙 문제 때문에 총학생회 선거 자체가 연기되었다. 대구 계명대에서는 후보 등록을 위한 공고를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하고 시간을 너무 짧게 주었기 때문에 출마하려던 학생이 등록을 못해 출마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 조선대에서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선거 부정이 발생했다. 한 후보 측에서 400표 가까이 무더기 대리투표를 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단과대 선관위원장과 기존 총학생회 측 간부가 사전 모의를 하고 반대 진영 참관인 몰래 대리투표한 표를 넣었다가 개표 과정에서 걸렸다. 선관위에서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무시한 채 개표를 진행하다 이 내용이 지역 언론에 알려지면서 선거가 무효 처리되었다. 그럭저럭 선거는 끝났지만 선거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학교도 많다. 울산대에서는 투표 전날 한 후보 측을 매도하는 유인물이 뿌려졌다. 서강대에서도 투표 전날 학교 화장실에 ‘이런 사람이 총학생회?’라는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유인물이 부착되었다. 이 두 학교 외에도 많은 학교의 선거 과정에서 이런 극심한 ‘흑색선전’이 펼쳐졌다. 학교 측의 개입도 선거를 파행으로 흐르게 했다. 카이스트에서는 학교 측이 총학생회 선거 직전인 지난 10월에 ‘연차 초과자(4년 이상 학교 다닌 사람)는 학생회 대표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선거에 출마하려 했던 후보가 이 규정에 걸리면서 선거가 이뤄지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되었다. 학교 관계자를 통한 정보기관의 개입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전주 우석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처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정보 사찰한 혐의가 포착되었다. 정보기관의 학내 사찰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선거가 파행으로 이르는 원인으로는 총학생회의 부패를 지목할 수 있다. ‘앨범 비리’ ‘협찬 비리’ 등 총학생회가 각종 이권의 온상이 되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해 총학생회 선거전이 격렬해지는 것이다. 한남대의 경우 이전에 등록금을 횡령한 학생회장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회비 횡령이나, 빈발하는 총학생회 간부의 성추행·성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신뢰가 떨어지면서 투표율이 낮아졌고 이 와중에 일부 학생이 조직 선거를 통해 총학생회를 장악하려 들면서 선거가 과열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시사IN 고재열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에 대한 성대신문사의 재반박을 담은 대자보(위). 여기에 부패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바로 ‘비리 재단’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학원 비리로 물러났던 재단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복귀를 위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이 바로 총학생회의 입을 막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총학생회 간부를 매수하려다 걸리기도 했다. 상지대가 대표 사례다. 올여름 총학생회의 한 간부가 갑자기 지역 신문에 구 재단 복귀를 환영한다는 의견 광고를 냈다. 거의 모든 학생이 구 재단 복귀에 반대했으므로 대다수 학생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비밀은 곧 풀렸다. 구 재단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회유에 넘어간 간부가 있었다고 총학생회장이 폭로한 것이다. 비리 재단이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기도 이처럼 총학생회가 전횡을 저지르고 총학생회 선거 과정이 비민주적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이들을 견제할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있다. 울산대신문 사례처럼 학내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넣어 기사를 막는다. 때문에 대학 언론에는 총학생회 관련 비리 내용이 제대로 보도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 학생의 입도 막혀 있다. 경기대 조진씨는 이번 총학생회 선거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대자보를 붙였다. 선관위와 특정 후보 선본 측은 이 대자보가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며 무단 삭제했다. 조씨가 무단 삭제에 항의하자 선관위는 그에게 ‘투표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조씨는 “투표가 끝나고도 내 주장을 알릴 수 없었다. 당선된 선본 측에서 내가 붙인 대자보를 떼내고 나에게 폭행 위협까지 가했다”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총학생회 선거가 연기된 학교들은 내년 봄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겨울을 지내고 나면 대학 캠퍼스에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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