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둔 24일 낮, 면회를 온 아내를 통해 고공 100미터 굴뚝으로 올라간 두 동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적없는 공단 끝자락, 출퇴근 하는 이도 지나지 않는 인도에 펼친 농성장을 뜯어간 동구청, 촛불문화제도 탄압하는 경찰, 회사 눈치만 보는 어용노조가 한몸이었겠지요. 그 뒤에는 사태의 몸통인 현대중공업 자본-현대미포조선이 있구요.
가장 걱정했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2008년 마지막... 자본의 흉포한 이빨 앞에 두 동지가 놓여진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때문에 감옥에 갇힌 저에게 이번 성탄절은 블루-크리스마스, 우울한 잿빛이었지요.
26일 면회온 동지들이 전하는 소식은 더욱 심장을 후벼팠습니다. 급하게 올라간 두 동지들, 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경찰 통해 올리려고 한 음식도 폭력경비들이 저지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월요일 28일 아침 신문(경향)이 들어와 고공 굴뚝의 두 동지를 목격합니다. 겨우 이틀치 비상식량을 올리는 것도 007작전에다, 폭력경비와 몸싸움을 해야 한다는 기사는 참혹합니다.
아마 현대중공업 자본은 인권의 계산, 두 동지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을 것입니다.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 때 열사의 죽음에 비통함을 느낀 하청노조 동지들의 짚크레인 농성을 기억하시나요. 폭력경비를 앞세워 속전속결, 경찰은 뒷짐지고 물러나 있었고 각종 장비를 끌어다가 강제진압을 했지요. 그 과정에 폭행은 말할 것도 없었으니... 이번 역시 그때와 같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겁니다.
경찰은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말 그대로 울산 동구-정몽준 공화국의 상징 아닙니까. 현대중공업 폭력경비들에게 자본가들은 살인 빼놓고 모든 불법을 허용하는 면허증을 주었나 봅니다. 예전 석남산장 테러와 식칼 테러, 그리고 박일수 열사 투쟁 때 살기등등했던 모습을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분명합니다. 비정규직-하청노동자를 무한대로 늘려서 이윤을 뽑아왔고, 경기가 하락해 수주가 줄고, 일감이 줄자 제일 먼저 해고시켜온 노동착취가 본질입니다.
하청노동자 양산의 신호탄이었던 사내기업-용인기업은 눈에 가시가 된 거지요. 지난 5년간 법정에서 질질 끄는 동안 미포의 생산직 노동자 증 60~70%가 하청 아니었나요? 노동조합도 심지어 회사조차도 그 정확한 숫자를 파악 못했을 겁니다.
미포조선의 흑자 신화, 수리선에서 신규 조선으로 바뀌어 매년 확장하고 수익이 늘어간 배경에는 바로 노동자의 피땀과 하청노동자 쥐어짜기가 엉켜 만든 고통이 있는 겁니다.
그런 자본에게 노무관리는 어용노조를 앞장세우고 어용 대의원을 깔아서 분열시키는 것이지요. 현대중공업에서 이미 성공한 모델을 미포에서 더욱 굳혀간 겁니다.
그런 상황에 터져나온 지난 7월 대법원의 용인기업 종업원지위확인소송 결과는 의외의 복병이었습니다. 게다가 현장의소리를 비롯한 젊은 현장활동가들의 연대가 더해지니 자본도 조급해진 것입니다. 그런 조급함이 김순진 동지를 비롯한 현장활동가 탄압이었고, 이홍우 동지의 자결 기도가 없었다면 일사천리로 진행했을 겁니다.
현대중공업 자본은 두가지 수를 부리며 투쟁을 잠재우려 합니다. 첫번째는 어용노조를 앞세워 사태를 미봉하려는 수작입니다. 이미 지난 한달동안 어용노조는 회사의 노무관리부서 말단을 자처한 게 아닙니까?
두번째는 폭력경비, 동구청, 공안기관을 엮는 공세입니다. 미포 앞의 폭력경비는 현대중공업 자본의 사냥개와 같이 저항하는 노동자의 숨통을 조이는 데 사용돼왔습니다. 거기에 동구청은 노동자 구청장에서 정몽준의 낙점을 받은 이로 바뀐 후 그 하수인의 역할만 하는 겁니다. 공안기관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2004년 박열사 투쟁의 정점에서 조성웅 지회장과 민주노총 지역본부장을 연행했고, 2007년 이랜드 투쟁 때 추석 매출저지투쟁 시작에 앞서 지도부 집단 연행, 이번에도 이미 주요 활동가 동지들과 조합원들에게 소환장이 날아왔을 것입니다.
저는 감히 현대중공업 자본의 아킬레스건을 말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공장 안에, 하나는 공장 밖에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동지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본가들의 아킬레스건, 숨통을 조이는 것은 공장 안의 조합원 투쟁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파문을 만들면 그들도 당황합니다. 어용노조의 본질을 까발리고 자본의 횡포를 낱낱이 알려냅시다.
공장 밖의 하나는 바로 "정몽준" 최대주주입니다. 그렇다고 울산을 비우고 정몽준 최대주주가 있는 서울로 가자는 게 아닙니다. 언론과 여론을 통해 관련 연대세력을 모아 비판의 화살을 정조준해야 합니다.
2007년 봄 울산과학대 투쟁 때 경향신문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거쳐 전국적인 공감대를 만들었던 걸 기억합시다.
이를 위해 인터넷언론을 최대한 활용합시다. 다음 아고라처럼 포털 사이트 여론광장 말입니다.
후자는 전자가 갖추어져야 제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전자는 지역의 연대투쟁으로 불을 붙여야 합니다.
저는 이영도 동지와 김순진 동지가 품었을 각오... 충분히 짐작합니다. 이대로 접히고 밀리면 정말 낭떠러지에 서 있다가 추락한다는 필사의 위기에 서 있습니다.
연말 연초 바쁜 시간에 뒷걸음질치다가 자본이 짬짜미해놓은 허방에 빠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순진, 이영도 동지.
감옥에 갇힌 저보다 훨씬 고된 시간을 겪고 계십니다. 혹한의 칼바람을 그대로 다 맞으니 패이는 상흔이 모두 피눈물로 맺힐 것입니다. 100미터 고공에 마지막 희망을 묶어 깃발로 내걸은 두 동지에게 가슴깊이 동지애 담아 보냅니다.
겪어보니 혹독한 겨울날시도 마냥 추울 수는 없더군요. 꽁꽁 얼어붙은 마음도 결국 녹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시퍼런 고난의 길 끝에 있을 정의로운 시대의 꿈을 잃지 맙시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하늘 가까이 올라가 땅 위에서 촛불 켜고 연호하는 동지들, 어찌 보이나요?
촛불시위
하나의 불꽃에서 수많은 불꽃이 옮겨붙는다
그리고는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 누가 중심인지 알 수가 없다 알 필요도 없어졌다
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
그렇게 내 사랑도 옮겨붙고 산에 산에 꽃이 피네
백무산 시집 <길은 광야의 것이다> 중
2008년 12월31일. 수. 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