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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오바마 기대와 배신 사이
취임 지지율 79% … 노동자 여성 환경 반전 외면하는 오바마 정책들
버락 오바마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압도적이다. 지지율이 무려 79%나 된다.
취임식 이틀 전, 한 설교자는 대중들에게 오바마는 "메시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농담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들도 오바마를 환영한다. 그들은 오바마가 세계적 제국주의의 떡고물을 유럽에도 나눠주리라 진지하게 기대하고 있다. 또 오바마가 부시와는 달리 "일방주의"를 거부할 것이며 이라크에 대한 흉폭한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마을에 폭탄을 퍼붓는 짓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이후 취임까지 한달 반에서 두달 사이 열렬한 지지자들은 벌써부터 실망하고 있다.
오바마 열혈 지지자들부터 실망하다
오바마가 취임식 때 초청한 사람 중엔 보수적 목사인 릭 워렌이 있었다. 오바마는 그를 초청함으로써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오바마 지지자들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릭 워렌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미국 네티즌들은 오바마가 릭 워렌을 부른 것에 "배신"이라고 분노했고, 동성애자 칼럼니스트 단 사베지는 워렌 목사의 교회에 헌금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런 반발 때문에 오바마는 동성애자 주교인 젠 로빈슨을 취임식 콘서트에 초대해 연설하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선출된 후 지금까지 지지자들이 원하는 희망과 변화의 열망만큼 순수하지도 급진적이지도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반전활동가들이 오바마를 지지했던 것은 그가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고 철군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유세에서 "2009년에 이라크전쟁을 끝낼 것이다. 따라서 전쟁으로 더 이상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당선 이후 이라크 전쟁 철군을 반대하는 "매파"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
예컨대, 조지 부시 정부 때 국방부 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계속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한겨레>지에 해당하는 <네이션>지 편집자 케트린 벤덴 하우벨은 "오바마 내각의 대외정책과 국무장관 팀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서 게이츠의 국방장관 연임이 "이 끔찍함의 극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도 민주당이 이라크 전쟁에 표를 던진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대외?국무장관팀 이라크전쟁 반대자 한 명도 없어
게다가 오바마는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이후 침공한 아프가니스탄을 계속 위협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폭격했을 때는 거의 아무런 반대의사도 비치지 않았다. 미국 반전단체 "코드핑크"의 메디아 벤자민은 가자 지구 사람들이 대량학살당하고 있을 때 오바마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발끈했다.
호주 언론인인 존 핑거는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 존 핑거에 따르면 바이든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다.
오바마가 이란핵 특사로 데니스 로스를 임명할 것이란 소식도 지지자들을 분노케 했다. 대외정책 전문가인 로버트 네이만은 "로스는 (미국의) 이란 침공을 위한 무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스는 이란의 핵개발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 "당근과 채찍" 정책을 선호했지만 군사적 행동도 거침없이 할 것이다.
오바마는 선거 유세 때 쿠바의 미군 기지에 있는 "테러범 수용소" 관티나모 수용소가 "미국 가치의 수치"라면서 폐쇄를 약속했다.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오바마는 "이 수용소를 임기 내에 폐쇄하지 못 한다면 나는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네오콘 핵심인 부시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가 최근 "(반테러정책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했으며 그래서 어떻게 (이 정책이) 자라잡게 됐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오바마는 "매우 좋은 충고"라고 말했다.
반전 시위대들은 부시와 체니가 전범자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원한 것이지 오바마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원한 게 아니었다.
노동자 여성 환경 외면한 오바마 경제정책
오바마의 경제팀은 클린턴 시절 경제정책통으로 날렸던 로버트 루빈의 후계자들인 티모시 가이트너(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백악관 직속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중도주의자들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오바마의 경제팀이 자본주의 반대가 아니라 경제 위기 속에서 "자본주의를 구출"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선거운동을 했던 미국 노조들도 오바마가 예상과는 달리 노조의 영향력을 향상시키지 않자 속만 태우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오바마가 생각보다 환경문제에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자 걱정하고 있다.
전국여성조직(NOW)도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건설업 같은 남성지배적 산업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불평했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은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교사나 돌봄노동자들을 거의 주변적으로 만들고 있다.
오바마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총체적 경제위기의 규모는 지배계급 내부와 정치권 내에서 보다 깊은 분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동자가 직장과 집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많은 자본가들도 기업이 망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경제담당자들은 현재 위기를 타개하고 경쟁적 기업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이윤을 유지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과 로버트 게이츠 역시 이란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이라크 전쟁을 지속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혹은 파키스탄과 아시아 대륙을 더 불안정하게 하지 않으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속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필요하다
오바마는 기존 지배자들과 거래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막으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산업적 환경규제를 통제하기 힘들 것이다. 관티나모 수용소를 폐쇄한다고 했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끝장내지 못할 것이다.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기독교 우파들에게 구애를 할 것이다.
빅3(크라이슬러, 포드, 지엠) 자동차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조건으로 자동차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임금과 복지조건을 강요하는 양보교섭도 노동자들을 구해낼 수 없다. 우익들은 이미 2007년에 임금과 복지에 대해 양보교섭을 한 미국자동차노조(UAW)가 "고임금 귀족노조"라고 비난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조직화돼 노동조건이 하락되지 않도록 방어하는 한, 우파들은 늘 "귀족노조"라며 조직력 와해시도를 할 것이다. 양보교섭은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보다 자본에 대한 양보로 조직력을 훼손해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저들의 술책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 각료들과 민주당에 넋놓고 기다리느니 먼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대중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런 일은 물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론 결코 일어날 수 없다. 민주당을 거부하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자운동이 필요하다.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지배자들의 내분은 훨씬 더 커질 것이고 오바마는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수호자로 그 자신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다. 오바마가 억압받는 민중의 "메시아"가 아니라 철저한 제국주의적 지배자 자체임이 조만간에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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