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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노동자
방송외주화가 낳은 비극 장자연
힘없는 신인예술노동자의 자살 … 연예인노조 강화 노동자권익 쟁취해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얘깃거리 중 하나는 고 장자연씨의 죽음을 둘러싼 연예계 비밀로비 즉 술접대 및 성상납과 그 대상인 "장자연 리스트"다.
경찰은 3월7일 장자연씨가 자살한지 보름만에 뒤늦게 기획사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오히려 유력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장자연리스트" 유출을 막기 위한 사이버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장자연씨 유서에 씌여진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여배우"의 비애가 죽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고 장자연씨의 죽음 배경에는 방송외주화가 낳은 파견 혹은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삶이 엿보인다. 현재 한국의 방송3사는 뉴스를 제외하고 드라마와 쇼프로그램 모두를 외주화했다. 이를 테면, 방송작가, 프로듀서를 비롯해 각종 자료 및 프로그램 진행보조 등 노동자들 등 절대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언론노조가 2004년 실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방송산업 노동자 중 43%가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 제대로 된 비정규직 관련 실태조사조차 없을 만큼 방송산업 하청비정규직들은 거의 ‘투명인간’ 취급되고 있다.
고 장자연씨=파견예술노동자, 기획사=파견업체
고 장자연씨 같은 연예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획사를 다른 말로 하면 "파견업체"다. 대규모 파견업체인 50개의 대형기획사 이외에도 몇 백개의 중소영세 기획사들이 존재한다. 이들 파견업체들은 고 장자연 사건에서 보듯, 방송국 프로그램 채택 및 캐스팅, 광고를 위해 방송 제작 관련 고위간부들과 대기업 고위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음성적 로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장자연씨는 기획사가 술접대 등을 요구해도 거절이 어려웠던 파견 예술노동자였다. 기획사는 스타급 배우들의 배당비율을 10:0 혹은 9:1까지 정하고 중견탤랜트들은 5:5까지 정했지만 신인탤랜트들은 무려 2:8까지 배당하고 있다.(MBC<뉴스후>) 게다가 신인배우들의 계약처우는 매우 불평등해도 위약금을 무려 5배까지 내게 돼 있었다.(MBC<시사2080>) 2008년 현재 1만3천여명의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아래 한예조) 소속 노동자 중 69%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 85만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예술노동자들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익을 지킬 수단은 파업이었다. 2008년 5월 한예조는 인기드라마 "이산"의 광고수입이 짭짤했던 MBC를 상대로 파업을 했다. 당시 파업으로 한예조는 탤런트 6%, 가수 15% 인상, 복지기금 6억 원 지급 등을 쟁취했다.
연예인노동자 69% 월급 85만원
고 장자연 사건 재발을 막는 방법은 연예인노조를 확대강화해 노동자 권익을 쟁취하는 것이다. 또 공개채용 및 공개 캐스팅 제도화해야 한다. 이제서야 KBS는 5년, MBC, SBS는 6년만에 탤랜트 공개채용을 하기로 했다. 채용 뿐 아니라 캐스팅도 공개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연예인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및 음성비리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
고 장자연씨 죽음의 또다른 배경은 여성의 몸을 상품처럼 취급하고 여성이란 약자임을 이용해 폭행과 폭언 등을 서슴지 않았던 반여성적 자본주의 사회였다. 노동자이자 여성이었기에 고 장자연씨는 술접대, 성상납 요구 등 치욕스런 대우를 받아야 했다. KBS는 고 장자연 리스트에 대기업 고위 인사와 언론사 고위 간부, 방송사 PD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고 장자연씨 같은 파견여성노동자의 비극적 삶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비정규직 철폐와 여성친화적 노동문화 건설을 위해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적극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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