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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헌신으로 현장 혁신
[특집-민주노조 초심] 민주노총 성폭력 도박 … 관료?출세?종파?영합주의 결과
어용간부 가짜노동자 득실 …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 회복해야
3월 12일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집행부와 대의원이 총사퇴했다. 대의원대회가 끝난 후 도박을 했다는 이유였다. 민주노총 핵심 간부 성폭력 파문에 이어 도박 사건까지 터지자 재벌신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운동에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 참에 민주노총을 와해시키겠다는 의도다.
“썩어서 무너지는 노조 권력”이라는 3월 14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성폭행 은폐, 인천지하철노조의 탈퇴 시도, 권영목 전 사무총장의 "민주노총 충격보고서"와 현대차 아산위원회 총사퇴를 묶은 뒤 “민노총 간부들이 사건을 덮자며 피해자측을 압박하고 있었을 때 그들 눈앞엔 자칫하면 손에서 날아가버릴지 모르는 감투·권력·돈이 어른거렸을 것”이라고 썼다.
성폭력?도박사건을 투쟁과 연결시킨 <조선일보>
그러나 <조선일보>가 원했던 것은 바로 민주노총 투쟁의 무력화였다. 이 신문은 “작년 5~8월 촛불 집회와 시위 때 참가자 다수도 민노총·전교조 조합원이었다. 민노총은 작년 7월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총파업도 벌였다. 회사와는 손톱만큼도 관계없는 일을 갖고 파업을 했으니 회사측은 기가 막힐 일이다.”라고 썼다.
이어 촛불재판 파문, 미디어법 국회 상정, 미국의 중동정책 관련 성명서에 대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돌아가는 일에 대단한 책임이라도 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적었다. 성폭력과 도박 사건을 교활하게 민주노총의 투쟁과 연결켰다.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의 투쟁을 국민들과 괴리시키고, 철저하게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민노총 간부들이 사건을 덮자며 피해자측을 압박하고 있었을 때 그들 눈앞엔 자칫하면 손에서 날아가버릴지 모르는 감투·권력·돈이 어른거렸을 것”이라는 재벌신문들의 조롱 앞에 떳떳하지 못한 것이 바로 현재 민주노총의 진정한 위기일지 모른다.
관료주의?권력주의
민주노총 성폭력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특위는 공론화를 통한 건강한 사건해결을 가로막음으로써 조직적 은폐를 조장했고,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성폭력사건 공개 이후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건 공개 이후 총사퇴 요구를 일축하더니, 급기야 이석행 위원장을 제외한 지도부 사퇴를 주장했다. 사건의 조직적 은폐를 조장하고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준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석행 위원장을 정치적으로 ‘생존시켜’ 민주노총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인 소위 ‘국민파’는 ‘중앙파’가 2002년 4월 1일 발전노조 연대파업 철회 이후 총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당시 감옥에 있던 단병호 위원장의 사퇴를 막아 권력을 유지했던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국민파’는 불법선거운동까지 벌였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썩고, 관료주의와 권력주의가 노동운동의 중앙에 자리잡게 된 것에 대한 반성과 혁신이 절실한 이유다.
출세주의
조중동이 추켜세우는 민주노총 전 권용목 사무총장은 현대엔진(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1987년 울산 노동운동의 주역이다. 그는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보수야당을 거쳐 뉴라이트노동연합과 한나라당의 품에 안겼고, 지금은 고인이 됐다.
만약 그가 출세를 위한 배신을 하지 않고, 현장으로 돌아가거나 작은 중소사업장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후배들에게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가르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주노총의 주요 직책을 거쳐간 많은 노동운동가들이 민주노조의 경력을 팔아 권력과 부를 위해 보수정당에 안겼다. 조합원들은 정권과 자본, 재벌신문의 극찬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오종쇄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권력을 갖게 될지 알고 있다.
배신자들로 인해 현장의 조합원들이 민주노조를 희생과 헌신이 아닌 권력과 출세의 도구로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조합원들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자들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같은 진보정당도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종파주의
노동운동을 초심에서 멀어지게 만든 중요한 요인은 종파주의와 대중영합주의다. <조선일보>는 “현대차노조엔 민투위·범민투 말고도 민노회·민혁투·민주현장 등 10여개 파벌이 있다”며 “파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노조 권력이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정파와 현장조직은 조합원의 권익과 노동운동을 위해 소중하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에서 누가 좌파이고, 누가 중도파이며, 누가 우파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 현대차지부를 맡고 있는 ‘민투위’는 좌파인 중앙의 노동전선과 같이 하고 있고, 회원들이 많지만 비정규직 류기혁 열사 부정, 주간연속2교대제 패배 등 좌파다운 투쟁을 보여주지 않았다.
정파와 현장조직이 노선과 이념이 아닌 선거 조직, 향우회 조직, 패거리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정파들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노동자계급의 이익이 아닌 정파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종파주의가 노동현장을 썩게 만든 것이다.
대중영합주의
대중영합주의는 종파주의와 동전의 양면이다. 조합원들이 성과급을 원한다고 성과급에 목매달고, 주식을 원한다고 주식을 받아내고,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대중영합주의 운동이 어느새 노동운동에 침투해 뿌리를 내렸다.
현대삼호중공업지회는 모든 후보가 주식을 따내는 것을 공약으로 내건다. 현대차지부는 2007년 임단협에서 1인당 주식 30주(당시 210만원, 현재 150만원)를 주며 “조합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고 자랑했다. 대우버스노조는 비정규직 공장을 허용한 대가로 월 70만원의 잔업수당을 받다가 정리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와의 뒷거래를 통해 적당히 타협한다. 조합원들이 싫어한다고 파업하고 집회나 가두투쟁을 하지 않고 집에 보내버리면서 ‘퇴근파업’이라고 부른다. 성과급 몇 푼이 날라간다고 전체 노동자를 위한 정치파업을 외면한다.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위해
사실 민주노총 산하 많은 사업장은 이미 회사에게 권력이 넘어가 있다. 어용노조라는 뜻이다. 민주노총의 중심인 금속노조도 위험하다. 대공장의 경우 어용 대의원이 태반이다. 회사나 업체와 뒷거래하고, 수련회나 출장 가서 도박을 일삼고, 도우미 나오는 노래방 가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터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조직의 풍토를 어떻게 만드느냐이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일벌백계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풍을 세우는 일이다.
이와 함께 무너진 현장을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간부들이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을 회복하고 눈 앞의 이익이 아닌 내일의 이익, 나만의 이익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싸우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연대의 거리로 나와야 한다. 정치적 산별노조, 변혁적 산별노조 운동으로 나서야 한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전체 민중의 이해를 위해 정권과 자본에 맞서는 진짜 민주노조, 진짜 노동자의 마음, 민주노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길이 민주노총을 지키는 길이며, 전체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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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민주노조 처음 그 느낌처럼
[특집-민주노조 초심] 신생노조를 통해 본 노동조합 … 생존 위한 유일한 무기
휴대폰에서 낯선 전화번호가 울린다. “저 노동조합에서 대해서 문의 할 게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어눌한 말투로 노동조합이란 비밀스런 대문에 노크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할 때까지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갔을까? 참고 또 참아도 안 될 때,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좋지 못한(?) 감정이 깔려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한다.
노동조합이 없는 현장은 거의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방통행이 내포하고 있는 폭력은 그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임금은 당연히 저임금일 수 밖에 없다. 그보다 참기 힘든 것은 인격적 모독이 주는 깊은 상처다.
민주노조 없는 모욕의 공장
“몸이 아파 휴가 한 번 내려면 어디가 아픈지 다 말해야 합니다. 숨기고 싶은 것도 있는데 계속 추궁할 때 정말 비참합니다.”
“집에 사정이 있어 잔업을 못한다고 하면 그 다음부턴 힘든 작업만 계속해서 시킵니다.”
“생산성을 자꾸 올리라고 해서 힘들다고 거부하자 그 이후 잔업, 특근을 1년 동안 시키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손을 들어야 합니다. 조반장의 허락이 있어야 갈 수 있습니다.”
수도 없이 억울한 사연들이 계속 이어진다. “알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도 있지만 기다린다. 속이 후련할 때까지 듣고 나서야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그런 일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용기를 준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들은 하나씩 현장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현장 관리자들의 말투에서 욕설이 사라진다.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던 자들이 의견을 물어보기 시작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막힌 숨통이 틔여지는 기분이다.
기계나 노예가 아닌 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게 만들어 준 민주노조, 회사에 수십년 다니면서 그 동안 느낄 수 없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 민주노조는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소중한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민주노조
아무런 이해관계도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현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단결하고 그 단결된 힘으로 자본과 싸움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는 민주적 노동조합이야말로 더 바랄 것이 없는 훌륭한 노동조합일 것이다.
노동운동의 모든 출발은 시기가 다를 뿐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때론 정말 소중하고 간절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고 그것이 주는 고마움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함부로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조가 얼마나 소중하고 노동자들에게 행복을 주는 큰 선물인지 모른다. 노동조합을 만들고서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노동조합으로 단결된 힘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거대한 자본과의 전쟁에서 유일한 무기이며 생존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노조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해 달려드는 자본과 정권의 공격을 이겨 낼 방법은 다시 처음 노동조합을 만났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변질된 정신으로 노동운동을 계속한다면 적들의 공격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멸하게 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자본의 일방통행에 처음으로 저항할 때 그 긴장감과 승리의 통쾌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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