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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 안과 밖의 노동자
작성자 변질자
댓글 0건 조회 2,980회 작성일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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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 안과 밖의 노동자


  기아?쌍용차지부장 모터쇼 참가 … 노조, 차 팔러 다녀 고용보장 불가능

  자본, 노사대타협 통한 저항의 무력화 … 비정규직 선봉투쟁 엄호해야


  4월 2일 서울모터쇼의 기아차 "쏘렌토R" 신차 출시 이벤트에 금속노조 김종석 기아차지부장이 나타났다. 금속노조 조끼나 작업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경영진과 함께 등장한 그가 말했다.


  “자식같은 쏘렌토가 잘 팔려야 회사와 노조도 잘 됩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때 신속하게 전해드릴 수 있도록 적기 생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이자리에서 분명히 약속한다”고 맹세했고, 심지어 “노조 지부장인 저를 믿어달라”고까지 했다. 생산차질을 빚지 않겠다는 무쟁의선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심각한 발언이다.


  이를 지켜보던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노조 위원장까지 무대에 올라와서 쏘렌토를 홍보한 것은 참 보기 좋은 장면 아닌가요?”라고 칭찬했다. 이날 모터쇼에는 쌍용차 한상균 지부장도 참가했다.

  정의선 칭찬받은 기아차지부장


  재벌신문들은 김종석의 ‘화려한 외출’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4월 6일자 <동아일보>는 “강성 이미지의 국내 자동차 회사 노조위원장의 모습이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며 “김 지부장의 변신은 많은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썼다.


  왜 현대기아차 자본과 재벌 신문들이 그의 출현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을까? 노조 간부가 조합원들이 피 땀 흘려 만든 차를 소개하는데 참여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저들이 노리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동아일보>는 “그의 변신에는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게 깔려 있었다는 점 때문”이라며 “최근에야 가까스로 ‘일감 나누기’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노조간부에게선 이런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타깃을 현대차로 정조준했다.


  <동아일보>의 마지막 구절이 압권이다. “김 지부장의 고뇌에 찬 ‘변신’의 의미를 민주노총이나 다른 사업장 노조가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아, 고뇌에 찬 변신을 되새겨라


  다음날인 4월 3일 김종석의 화려한 외출에 대해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김 지부장이 노타이 차림으로 이번 행사에 참석하고 판매 노력에 대한 다짐을 보여준 것은 현재 경제 위기를 같이 느끼고, 같이 잘 해보자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며 “소모적 임단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철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노사 모두 경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을 느끼고 노사가 물밑에서 진행한 노력들이 앞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철이 말한 ‘물밑에서 진행한 노력’이란 무엇인가? 또 앞으로 가시화될 노사합의는 무엇일까?

  윤여철은 현대기아차그룹의 노무담당총괄 부회장이다. ‘물밑에서 진행한 노력들이 앞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3공장 혼류생산을 넘어 임금동결과 무쟁의 타결 등 총자본과 정부가 추진해왔던 ‘노사대타협’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밑에서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가? 


  이명박 정권은 아예 노골적으로 금속노조를 향해 무분규선언과 임금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지난 3월 26일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은 업계의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 및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제하에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고, 4월 3일로 예정되었던 자동차산업 지원 대책 발표를 연기했다.


  4월 5일자 <연합뉴스>는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까지 현대차 노사의 일감 나누기 합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추가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며 “정부는 더 나아가 노사간 무분규 선언과 임금 동결 등도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세금인하, 할부금융 활성화 등 자동차 지원 방안이라는 미끼로 금속노조 노사의 타협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금속노조에 요구하는 실체는 무엇일까?


  임금동결과 무쟁의 타결


  이명박 정권과 자본은 현대중공업처럼 임금교섭 위임과 무분규선언을 끌어내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저들도 금속노조와 현대차, 기아차지부에서 이같은 합의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저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전환배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협력선언, 무쟁의 타결, 일시금을 통한 사실상의 임금동결 정도일 것이다. 그 뒤에 자유로운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숨어있다.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자본은 1석3조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둘째, 자유로운 전환배치를 통해 정규직 노조의 조직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을 정규직 고용의 희생양으로 삼음으로써 노동운동의 대표성과 계급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라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2008년 10월 쌍용차를 시작으로, GM대우차로 이어졌다. GM대우차 노사는 이미 전환배치에 합의했으며, 4월 8일부터 20일까지 휴업기간 동안 1천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급휴직 등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당할 전망이다.


  기아차 김종석 지부장의 ‘화려한 외출’이 있은 다음날 금속비정규투쟁본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우선해고 중단하라’며 서울모터쇼 앞에서 기자회견을 벌이다 40여명이 연행됐다. 금속비정규투쟁본부는 지난 해 12월 19일 GM대우차 투쟁을 시작으로 쌍용차,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동우화인켐 등 주요 사업장에서 집중투쟁을 벌여왔다. 비정규직 1천여명의 정리해고가 예정된 4월 7일에도 GM대우차 앞에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고 있다. 비정규직 40명이 연행된 사실을 뒤늦게 홈페이지에 알렸고, 4천여명이 모인 평택 쌍용자동차에서도 이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금속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금속노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권과 자본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우도록 투쟁을 더욱 확대, 강화해야 한다. 노사협력선언이 아니라 노조투쟁선언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로 ‘단 한 명도 해고하지 말라’며 총고용보장 투쟁을 벌여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선봉투쟁과, 지역지부의 광역별 투쟁 및 서울 상경투쟁, 나아가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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